'고흐의 흔적' 선물한 코로나? 마지막 작품 그린 곳 130년만에 발견

오베르쉬르우아즈(프랑스)/손진석 특파원 2020. 7. 3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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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뿌리들' 실제 장소 확인

"믿을 수 없어요. 화가 고흐가 마지막으로 그림 그린 장소가 130년 만에 발견되다니! 반 고흐란 성(姓)을 갖고사는 사람으로서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입니다."

28일(현지 시각) 파리 북서쪽 외곽 마을인 오베르쉬르우아즈.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동생 테오의 증손자인 벨렘 반 고흐(66)씨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화가 고흐가 130년 전 권총으로 자살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그린 '나무뿌리들(Les Racines)'이란 작품에 나오는 바로 그 나무들 앞에 섰다. 오베르쉬르우아즈는 고흐가 생애 마지막 70일을 보낸 곳이다.

1905년 무렵의 엽서 속 사진과 그림 '나무뿌리들'에 나온 부분을 합성한 장면. 위의 작은 그림은 고흐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나무뿌리들'. /반 고흐의 집

'나무뿌리들'의 배경이 된 곳은 '반 고흐의 집'에서 불과 150m 떨어져 있다. 반 고흐의 집에서 과학디렉터로 일하는 미술사학자 부터 판데르빈 박사가 28일 그간의 발견 과정을 설명했다.

지난 3월 코로나 사태로 프랑스 정부가 이동 금지령을 내리자 판데르빈 박사는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자택에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됐다. 우연히 컴퓨터 위에 올려둔 우편엽서에 시선이 꽂혔다. 1905년 오베르쉬르우아즈의 도비늬 거리 37번지 풍경을 사진으로 담은 엽서였다. 나무들 앞으로 자전거를 끌고 가는 젊은이의 사진을 본 순간 박사는 고흐의 마지막 작품 '나무뿌리들'의 배경이 아닐까 생각했다. "집에만 있다 보니 시야가 좁아지고 사물을 더 자세히 보게 된 거죠. 즉시 그림과 엽서 속 사진을 컴퓨터그래픽으로 대조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둘은 놀랍도록 비슷했어요."

판데르빈 박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고흐미술관에 이를 보고했다. 고흐미술관은 고(古)식물을 연구하는 네덜란드 수목학자 베르트 마에스 박사에게 판데르빈 박사의 발견을 검증해 달라고 부탁했고, 마에스 박사 역시 "엽서 속 사진과 그림 '나무뿌리들'이 매우 유사하다"는 결론을 냈다. 판데르빈 박사는 지난 5월 봉쇄령이 풀리자마자 오베르쉬르우아즈에 달려가 엽서 속 사진의 지점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현재의 나무와 그루터기 모습, 엽서 속 사진, 그림 '나무뿌리들'을 비교한 결과, 모두 같은 곳이란 결론을 내렸다.

'나무뿌리들'이 고흐의 마지막 작품이란 근거는 테오의 매형인 화가 안드리스 봉거가 "고흐가 죽기 직전 나무 아래 초목을 그렸다"는 기록을 한 편지에 남겼다는 데 있다. 미술사학자들은 '나무뿌리들'을 미완성 그림으로 본다.

판데르빈 박사는 고흐가 머물렀던 라부(Ravoux) 여인숙 주인의 맏딸인 아델린 라부의 1953년 라디오 인터뷰도 최근 발견했다. 아델린은 인터뷰에서 고흐가 숨진 1890년 당시 13세였던 자신이 고흐의 방에 식사를 가져다준 이야기를 비롯해 고흐가 자살을 시도하기 직전의 모습을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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