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사망 후 수사, 범죄 범위 어디까지 [법률 프리즘]

2020. 7. 2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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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법무부령인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는 수사 도중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검사가 더 이상의 수사 없이 사건을 종결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검사가 불기소 처분을 내리도록 한 조항이다. 수사는 그동안 ‘공소를 제기·유지하기 위한 준비로서 범죄사실을 조사하고 범인과 증거를 발견·수집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으로 이해됐다. 즉 수사는 피의자를 형사재판에 넘기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피의자가 사망해 형사재판을 여는 게 종국적으로 불가능해진다면 수사를 지속할 필요성이 없다는 게 해당 조항에 담긴 속뜻으로 풀이된다.

7월 22일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김기남 기자

그런데 1982년 제정 당시부터 존재해온 이 조항에 대해 최근 ‘이의’가 제기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하급자에 대한 성추행 의혹으로 고소당한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다. ‘피의자의 사망으로 수사가 중단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라는, 법의 취지 자체가 옳은 것인지에 대한 도전이다. 피해자가 존재하는 이상, 피의자 사망과 관계없이 수사기관이 끝까지 진상 규명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피해자 입장에선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다. 수사의 목적에는 범죄자의 단죄 외에도 실체적 진실 파악 역시 포함되어 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만 보아도 진범 이춘재에 대한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으로 알려진 상태에서 경찰이 수사를 계속해온 전례도 있다. 강제조사권을 가진 수사기관의 조력 없이 개인의 힘만으로 진상을 규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이상, 피의자 사망 즉시 수사가 중단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가혹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 같은 주장의 영향인지 국회는 지난 7월 14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성폭력범죄에 대한 고소가 있고 난 뒤 피고소인 또는 피의자가 자살 등을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 검사는 고소사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뒤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수사기관은 앞으로 성폭력범죄 피고소(고발)인이 수사를 받는 도중 사망하더라도 계속해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검사는 고소·고발 3개월 이내에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고, 기소하지 않기로 한 경우에도 사건관계인에게 그 이유를 서면으로 설명해줄 의무를 지게 된다.

결국 이는 ‘한정된 수사자원을 어디까지 배분할 것인지’라는 입법정책의 문제로 귀결된다. 경찰지배국가가 아닌 이상 성폭력범죄를 비롯해 피해자가 존재하는 모든 형사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이 진상 규명에 나설 순 없기 때문이다. 피의자의 사망에도 수사기관이 ‘계속수사의무’를 지는 것이 맞는지, 맞다면 의무가 발생하는 범죄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형사정책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만약 피의자 사망에도 수사의무를 지게 된다면 가장 큰 법익인 생명을 고의로 침해하는 살인범죄 등에 국한해 시범적으로 계속수사의무를 도입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특정 범죄에 대한 계속수사의무 개념이 실제 도입된다면,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사망한 경우에도 법원이 ‘공소기각’이 아닌 실체 판결까지 내리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균형을 맞추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백인성 변호사(KBS 법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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