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아, 잘 가"..프랑스 와인 농가, 눈물의 손세정제 처분
[경향신문]
프랑스 알자스에서 와인 농가를 운영하는 제롬 메이더(38)는 최근 남아도는 와인 재고를 손소독제(핸드젤)용으로 처분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매출 절반을 잃은 그는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재앙”이라고 말했다. 막상 와인을 실어갈 트럭이 도착하자 머뭇거리던 그는 “이제 보내야 한다”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손으로 호스를 끌고 나와 트럭 밸브에 끼우고 와인 창고 펌프를 켰다. 알자스산 와인이 트럭으로 흘러들어갔다.
뉴욕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메이더를 비롯한 프랑스 와인 생산자 수천명이 애써 키워온 와인을 손소독제로 파는 가슴 아픈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는 세계 수출량 2위인 프랑스의 와인 산업에 악영향을 미쳤다. 프랑스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전국에 술집 영업 금지령을 내리면서 와인 판매량이 급감했다. 와인 농가들은 코로나19 유행 전보다 많게는 70%까지 수입 감소를 겪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과 무역분쟁을 벌이면서 지난해 10월부터 프랑스산 와인에 25%의 관세를 매기자 수출 시장도 타격을 입은 터였다.
와인 생산자들은 올 가을 포도 수확을 앞두고 늘어나는 저장 비용을 견디지 못하고 와인 재고를 처분하고 있다. 리슈펠트의 와인 농장주인 도메인 보레스(27)는 전체 와인 생산량의 30%인 1만9000리터를 손소독제용으로 팔면서 “매우 소중한 누군가에게 작별을 고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앞서 프랑스 농수산업진흥공사는 지난달 3억리터에 달하던 재고 와인 중 2억리터를 에탄올로 정제해 손세정제나 의료용 에탄올로 팔 수 있도록 허가했다. 와인 100리터당 생산지 인증을 받은 와인은 78유로, 그렇지 않은 와인은 58유로의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도 와인을 의료용 에탄올로 바꾸는 작업이 이뤄진 바 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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