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법 배우자" 'YOLO' 외치던 밀레니얼이 변했다

김태영 기자 2020. 7. 2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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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시대에 코로나19로 불확실성 확대
"오늘만 살자"던 계획없는 소비문화 탈피
미래위한 저축 늘고 재테크 스터디 확산
"자산축적 고민 속 다양한 정보유통 기여"
사진=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인생은 한 번뿐(You only live once)”이라며 현재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욜로(YOLO)’의 삶을 외치던 청년들이 달라지고 있다. 마치 오늘만 살 것처럼 계획 없는 소비를 즐기던 모습에서 벗어나 열심히 돈을 벌고 모으면서 재테크 공부까지 하는 2030 세대가 늘고 있는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안정적인 미래를 꿈꿀 수 없게 된 저성장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초상이다.
서울 소재 대학원을 다니는 박모(33)씨는 최근 지인들과 함께 투자 스터디를 시작했다. 박 씨는 “어머니가 나이가 많은 편이라 노후준비에 관심이 많은데 근로소득만으로는 안 되겠더라”며 “명품을 즐기던 친구들도 부쩍 공허하다는 얘기를 해서 이참에 어떻게 주식투자를 하면 좋을지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윤모(31)씨는 ‘온라인 제휴마케팅’으로 부수입을 올리는 데 푹 빠졌다. 제휴마케팅은 자신의 블로그나 SNS에 특정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 주소를 공유하고, 누군가 그 주소를 이용해 상품을 구매하면 판매자에게 일정 수익을 배분받는 서비스다. 쿠팡을 비롯한 여러 이커머스 업체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윤씨는 “다른 일을 또 하는 게 번거롭긴 하지만 적은 시간을 투자해서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여력이 된다면 간단한 강의를 제작해 재능공유 사이트에 팔아보고도 싶다”고 밝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청년들이 재테크에 뛰어드는 현상은 비단 박씨와 윤씨만의 얘기는 아니다.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을 주름잡은 키워드가 20~30대를 중심으로 한 개인투자자, 일명 ‘동학개미’였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비대면으로 개설된 신규 주식계좌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57%에 이른다. 뿐만 아니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재테크 콘텐츠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재테크 분야의 인기 유튜버 ‘신사임당’의 구독자수는 28일 기준 88만명을 넘겼다. 이들이 다루는 재테크 내용은 부동산과 주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부업으로 돈 버는 법’부터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청년우대 금융정책’ 등 소재도 다양하다.
신한은행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19’ 중 연령대별 총 소득 운용 현황. /사진제공=신한은행
묵묵히 돈을 열심히 모으는 청년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8년 11월 19~29세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1년 전에 비해 저축금액이 줄어들었다’고 응답한 20대는 24.1%에 불과했다. 청년들이 덜 쓰고 더 모으는 경향은 윗세대와 비교해도 뚜렷하다. 지난해 4월 신한은행의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보고서’를 보면 한 달 소득 중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대와 30대 모두 45.8%로 전 세대 가운데 가장 낮았다. 동시에 2030 세대는 저축률도 가장 높았다. 20대는 한달 소득의 33.5%를, 30대는 26.4%를 저축하는 반면 40대와 50대 이상은 각각 23.2%, 22.3%를 저축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현재를 즐기자”며 먹고 쓰는데 집중한 ‘욜로 문화’가 유행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청년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산 증식에 나서는 데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성장 시대에 코로나19까지 닥쳐서 안정적인 삶을 기대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며 “최근 부동산 값이 급등하는 것을 보며 청년들이 월급만으로 자산형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껴 행동에 나선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또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다 보니 청년들 사이에서 자산축적에 대한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며 “여기에 더해 정보유통이 원활해져서 다양한 재테크 방식을 공부하는 청년들이 나타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동시에 일부 청년들의 공격적인 재테크를 전체 청년세대의 모습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상존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청년들의 모습이 부쩍 조명되는데 이런 투자는 대부분 중산층 이상 계층에 속한 사람이 한다”며 “소득이 불안정한 저소득 청년은 재테크는커녕 저축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임 교수는 “소득격차가 커질수록 사회에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높아지기 마련”이라며 “언론과 정부가 주식 투자에 열 올리는 청년들 외의 다양한 청년들 현실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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