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비밀 뺏고, 15년 계약 끊고..현대중에 '최고 과징금' 철퇴

홍석재 2020. 7. 2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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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의 핵심 기술을 강제로 빼낸 뒤, 15여년간 이어져온 거래마저 일방적으로 끊는 갑질을 했다가 기술자료 탈취 관련 역대 최고액 과징금을 내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현대중공업이 핵심부품을 공급했던 글로벌 강소 ㅅ업체로부터 강압적으로 기술자료를 빼앗아 다른 경쟁업체에 넘긴 뒤, 거래까지 끊은 사실을 확인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억7천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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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9억7천만원 과징금..하도급 기술탈취 관련 역대최고액
A사는 현대중공업이 기술을 뺏었던 피스톤 개발업체. B사는 현대중공업이 탈취한 정보를 전달한 경쟁업체.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의 핵심 기술을 강제로 빼낸 뒤, 15여년간 이어져온 거래마저 일방적으로 끊는 갑질을 했다가 기술자료 탈취 관련 역대 최고액 과징금을 내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현대중공업이 핵심부품을 공급했던 글로벌 강소 ㅅ업체로부터 강압적으로 기술자료를 빼앗아 다른 경쟁업체에 넘긴 뒤, 거래까지 끊은 사실을 확인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억7천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기술자료탈취와 유용행위에 대해 매긴 과징금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0년 선박용 디젤엔진을 개발했지만 핵심 부속품인 피스톤은 국외업체에서 수입해서 쓰는 실정이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은 2003년 당시 국내 최고 기술을 가진 ㅅ업체에 피스톤 국산화를 요청했고, 연구개발 끝에 국외제품을 대체할 피스톤 개발에 성공했다. 둘의 관계는 2012년 여름께 현대중공업이 ㅅ업체의 기술비밀인 피스톤 제조기술 관련 정보를 강제로 빼앗으면서 사달이 났다. 현대중공업은 ㅅ업체로부터 피스톤을 독점 공급받았지만, 수년이 지나자 비용절감을 위해 공급이원화를 원했다. 결국 ‘갑’으로 지위를 이용해 ㅅ업체로부터 피스톤 제작에 필요한 재료·부품, 제조 공정별 설비, 관리항목 등이 포함된 핵심 기술자료를 사실상 강제로 빼앗았다. 이어 ㅅ업체의 기술을 다른 피스톤 개발사인 ㄱ업체에 몰래 넘겨 이들이 제품을 생산하도록 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기술정보를 주지 않으면, 양산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고 ㅅ업체를 압박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기술비밀 공개를 요구하면서, 어떤 서면자료도 ㅅ업체에 주지 않았다. 결국 현대중공업은 은밀하게 추진되던 ㄱ업체의 제품 개발이 끝나자, 두 업체에 경쟁을 붙였다. 이후 3개월 만에 ㅅ업체의 단가가 11%나 깎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현대중공업은 1년여 뒤 ㅅ업체와 거래를 완전히 끊었다. 결국 ㅅ업체는 2017년 1월 현대중공업을 경찰에 고발했고, 이어 공정위도 지난해 10월 검찰총장의 요청을 받아 현대중공업과 주요 임직원을 고발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대기업이 비용절감을 위해 하도급 업체로부터 기술자료 뺐고, 이를 다른 업체에 제공한 뒤 결국 거래까지 중단한 사실을 확인했다. 현대중공업은 “하자 발생 대책 마련을 위해 자료를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하자 발생 관련 요구가 최소한의 범위를 넘었고, 하자가 발생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정보도 요구사항에 포함됐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불거지자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ㅅ업체는 현대중공업의 기술탈취로 발주가 급감하다가 2018년부터 아예 일거리가 끊겼다”며 “협력업체의 핵심기술을 탈취하고 이들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행동이 세계 조선 1위 기업다운 행동인지 생각해야한다”고 질타한바 있다. 다만, 공정위가 지난해 이미 검찰 고발을 한 만큼, 이번에 추가 고발은 하지 않기로 했다.

1975년 설립된 ㅅ업체는 철도기관차나 발전소 엔진 기술에서 콜벤슈미트 등 독일 기업 두곳과 함께 피스톤 분야 세계 3대 기업으로 인정받아왔다. 지난해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보복성 수출규제를 시작했을 때도, 중소기업벤처부가 선정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강소기업 100곳’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등 선진기술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공정위는 “하도급 업체를 상대로 기술자료 요구와 유용 행위를 해서는 안되고, 정당한 사유가 있더라도 반드시 서면방식을 취해야 한다”며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이 정당한 대가를 받아 새 성장기반을 마련하도록 기술유용 행위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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