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③ 실시계획 승인고시 효력 논란..좌초되나?

김가람 2020. 7. 2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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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제주 비자림로 확장 공사 논란에 이어 제주에서 또 다른 도로 개설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1965년 도시계획 도로로 지정된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인데요. 고시된 지 55년이 흘러서야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이제는 도시우회도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시가지를 가로지르게 되면서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교통 체증을 이유로 조속한 추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환경 훼손과 학생 안전권 훼손을 이유로 무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탐사K는 찬반 논란에서 벗어나 지역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의 이면을 들여다봅니다.

[탐사K-도시우회도로의 이면] ③실시계획 승인고시 효력 논란…좌초되나?


■ 실시계획 승인 고시로 본격화된 도시우회도로 사업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가 도시계획 도로로 지정된 건 1965년. 서귀포시의 옛 도심을 우회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정됐지만 아직까지 계획으로만 남아있었습니다. 55년이 지나는 시간 동안 서귀포 도심은 확장했고, 현재는 도심우회도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도심을 관통하게 됩니다. 그런데 제주도가 지난달 5일 실시계획 승인을 고시하면서 사업 추진이 본격화됐습니다.


실시계획은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계획입니다. 실시계획이 승인됐다는 건 사실상 공사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절차를 마쳤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KBS는 취재과정에 실시계획 승인 고시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바로 실시계획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반영하지 않은 겁니다.

■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반영 누락…환경영향평가법 위반!


환경영향평가는 특정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예측하고 보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환경부 등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저감 방안을 협의하고, 협의 내용을 실시계획에 반영함으로써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겁니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 제30조는 '승인 기관의 장은 사업계획 등에 대하여 승인 등을 하려면 협의내용이 사업계획 등에 반영됐는지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반영되지 않은 경우에는 반영하게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실시계획을 승인하려면 환경영향평가 협의 절차가 끝나야 합니다. 그런데 제주도가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과 관련해 영산강유역환경청과 협의를 마친 날짜는 7월 17일입니다. 제주도가 실시계획 승인을 고시한 것은 한달도 전인 6월 5일이죠. 이를 토대로 보면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은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반영하지 않은 채 실시설계를 승인 고시한 것이고, 결국 환경영향평가법을 어긴 셈입니다.

■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 피하려 무리수 뒀나?


그렇다면 제주도는 왜 법적 절차까지 어겨가면서 실시계획을 승인 고시했을까요? 그 배경에는 이번달부터 시행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지 20년이 넘도록 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지정을 취소하는 제도입니다. 사업의 진행 기준은 통상적으로 실시계획의 승인 여부로 갈립니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도 수십년 전 계획됐지만 여태껏 사업은 추진되지 않고 있죠. 따라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 적용 대상입니다. 실제로 이번에 추진하는 1.5km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들은 이번달 들어 도시계획도로에서 해제됐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번에 추진하는 1.5km 구간에 대해 지난달까지 실시계획이 승인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전체 구간이 도시계획도로에서 해제되면서 사업의 추진 근거 자체가 사라질 수 있었던 겁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도로 건설을 유지하기 위해 절차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런 과정에서 이 같은 위법한 행정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법적 다툼 가능성도…제주도 "문제 여부 검토 중"


그런데 이번 제주도의 위법 논란은 단순히 절차상의 문제게 그칠 것이 아니라 법적 다툼으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의 실시계획이 제대로 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승인됐다는 이유에서 말이죠. 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에 있는 주민들이 절차 위반을 문제삼아 소송을 제기할 경우 실시계획 승인 고시가 취소될 수 있다는 겁니다.

강주영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환경영향평가 자체가 허가의 절대적인 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적 절차를 지켜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최근 법원에서도 절차적인 측면을 매우 중요시하기 때문에 소송의 대상이 됐을 때 패소의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 실시계획 승인 고시가 환경영향평가법을 어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제주도 담당 부서는 "공사 착공 전에만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반영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면서, 행정 행위에 하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법률이 정한 절차마저 지키지 않은 채 강행되고 있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 타당성이 떨어지고 교통안전 우려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제주도가 이 사업을 밀어부치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갈 수록 커져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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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람 기자 (gara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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