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언급에 세종 집값 폭등..정치권 한마디로 부동산 '들썩'

정은나리 2020. 7. 25. 13: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태년 "국회·청와대, 세종시 옮겨야".. 여야 논의 전인데도 집값 껑충
김상조 "그린벨트 해제, 당정 정리" 발언 후 강남 그린벨트 투기 부작용
故 박원순, 2년 전 '용산·여의도 개발 청사진' 밝히자 일대 폭등 전례도
24일 오후 세종시청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토 균형발전과 서울 부동산값 안정을 위한 대책이라며 쏘아 올린 ’행정수도 이전’ 의제에 민주당이 화력을 집중한 가운데 이전지로 언급된 세종시는 벌써 집값이 들썩이는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미래통합당은 수도권 부동산값 폭등으로 정부·여당의 지지율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면전환용 또는 선거용 카드로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여당이 꺼냈다며 시점과 의도를 문제 삼고 있다. 이 가운데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세종시 집값만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전날(23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수도권의 집값 상승을 모면해보려는 얄팍한 카드 같은데, 아마 수도권과 다른 지역 유권자들의 분노를 불러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김 원내대표 연설 당시 맥락은 서울에 집값이 너무 오르기 때문에 집값을 잡기 위해서라도 행정수도를 옮겨 완성하자는 논리”라며 “그런데 이 결과 지금 세종시 집값만 오르고 있다. 벌써 2억씩 올랐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 모두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며 “그러면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행정수도 이전 의제를 띄웠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매매 가격은 올해 들어 이달 중순까지 7개월간 20.19% 넘게 올라 전국에서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세종시 아파트 매매 값 변동률은 지난 5월 0.33%에서 지난달 2.55%까지 치솟았다. 아직 행정수도 이전 관련해 여야 간 논의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김 원내대표의 해당 발언 이후 세종시 주민들은 매물을 거둬들였고, 아파트 호가는 2~3억 올라 벌써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조율을 거치지 않고 특정 지역을 언급한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면서 집값 불안을 부추긴다고 비판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새로 부상한 저변에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며 국회와 청와대를 옮긴다고 교육, 기업 기반이 집중된 서울의 부동산값을 단기간 안정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정보서비스업체 직방의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부동산 시장의 가격안정 논리로 행정수도 이전에 접근하는 것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세종시의 아파트값 상승률을 짚으며 “행정수도 이전 논의로 서울의 집값 불안이 세종으로 전이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정치권의 말 한마디에 집값이 들썩인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 17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KBS 라디오에 출연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와 관련해 “정부가 이미 당정 협의를 통해 의견을 정리했다”면서 “(그린벨트 문제 관련) 논란을 풀어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해 유력 후보지 땅값이 들썩였다. 김 실장이 반대 입장을 밝힌 서울시를 설득하겠다는 뜻을 시사하자 그린벨트 해제 유력 후보지였던 서울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일대는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가 몰리는 부작용을 낳은 바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연합뉴스
이에 앞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 2018년 싱가포르를 방문해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상한 뒤 한강을 낀 여의도와 용산을 싱가포르와 같이 국제업무 중심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언급된 일대 부동산값이 들썩였다. 당시 발언이 나온 직후 한 주간 여의도·용산 아파트값 상승률은 강남, 마포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중앙정부와 협의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고, 박 전 시장은 한 달 만에 개발 계획을 전면 보류한 바 있다.

이미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세부 논의를 거치지 않고 특정 지역을 언급한 정치권의 한마디는 풍선효과나 투기 과열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