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유행에 해외유입 '급증'..정부 "치료비 국고지원 손본다"
러시아 선원·이라크 건설노동자 '예견된 급증'
3월 세계 유행 때도 해외유입 31일간 두자리
의료 체계 부담 우려에 정부 "국고 지원 변경"
[서울=뉴시스] 임재희 김진아 기자 = 해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후 국내로 유입된 확진자 수가 86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원양어선 선원들이 30명 넘게 감염된 데 이어 하루 2000명 넘게 확진자가 발생 중인 이라크 긴급 귀국한 건설 노동자 가운데 다수 환자가 발생한 데 따른 영향이다.
입국 이후 3일 내 진단검사, 2주간 격리 등을 통해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은 작지만 세계적인 코로나19 재유행 상황에서 국내 방역과 의료체계 유지를 위해선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외국인 코로나19 환자에 대해서도 전액 부담하고 있는 치료비를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한국인 무상 치료 국가 외국인만 무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법을 바꾸기로 했다.
◇국내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대 규모…30일째 두자릿수
25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해외 입국 확진자는 86명으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1월20일) 이후 187일 만에 최대치로 집계됐다. 종전 최대 규모는 3월29일 67명이었다.
지금까지 누적 해외 입국 확진자는 2244명으로 전체 확진자 1만4092명 중 15.9%다. 누적 비중을 보면 내국인은 1492명(66.5%), 외국인은 752명(33.5%)이다.
해외유입 사례를 보면 86명 중 81명이 공항과 항만 검역 단계에서 확진됐다. 나머지 5명은 입국 후 국내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검역에서 81명이 하루 동안 확진된 것도 가장 많은 숫자로 이는 종전까지 가장 많은 숫자였던 3월25일 34명의 2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최근 해외 유입 상황을 보면 6월26일 13명 이후 30일째 해외 유입 확진자 수는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앞서 대구·경북과 수도권에서 대규모 유행이 발생했던 3월18일부터 4월17일까지 31일간 두자릿수로 집계된 이후 최장기간이다.
◇예견된 해외유입 환자 급증
유입 국가별로 보면 이라크와 러시아발(發) 확진자 수가 다수였다.
이라크 36명, 러시아 34명, 필리핀 5명, 일본 2명, 인도 1명 등 중국 외 아시아 지역에서만 78명이 확인됐다. 미국·아프리카는 각각 3명이었다. 아프리카는 탄자니아 1명과 알제리 2명이 포함됐다. 프랑스에서 유입된 신규 환자는 2명이었다.
해외유입 확진자 증가는 부산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국적 원양어선 관련 확진자와 이라크에서 귀국한 건설 노동자 중 확진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국적 원양어선(PERT 1호)과 관련해 수리를 맡았던 선박수리공 확진을 계기로 실시한 전수 검사에서 이 선박 선원 94명 중 3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부가 이라크에 공중급유기(KC-330) 2대를 급파해 24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한국인 건설 노동자 중에서도 다수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방역당국이 밝힌 탑승자 293명 중 유증상자만 89명에 달했다.
이 같은 확진자 급증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러시아 선원들의 경우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이라크의 경우 중앙유럽 표준시 기준 24일 오후 6시34분 누적 확진 환자가 10만2226명으로 10만명이 넘었고 신규 환자도 2361명으로 최근 하루에 2000명 넘게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사망자도 4122명 발생한 곳이다. 특히 앞서 귀국한 노동자 105명 중 45명이 확진된 바도 있다.
◇의료체계 부담 무시 못해…정부 "우리 국민 치료한 국가 외국인만 지원 검토"
방역당국은 해외 유입을 통한 2차 전파 우려는 낮거나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특별입국절차 시행은 물론 모든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입국 후 2주간 자가 또는 시설격리, 3일 내 진단검사를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러시아 선박의 경우 선원 모두 하선하지 않고 배에 머물렀다. 이라크 건설 노동자들은 음성으로 판명되더라도 8월7일까지 2주간 임시생활시설(건설경영연수원·사회복무연수원)에서 생활한다.
다만 방역적인 관점과 달리 의료적 측면에서 해외 입국 확진자 증가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확진 환자도 무증상·경증 등 병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고 있지만 치료가 필요한 경우 의료기관에 입원하게 된다. 생활치료센터라고 해서 의료진이나 환자 관리 등에 부담이 있다.
정부는 해외 확진자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방역 강화 대상 국가를 지정, 출발일 기준 48시간 이내 PCR(중합효소 연쇄 반응) 음성 확인서를 의무 제출토록 하고 정기 항공편도 좌석 점유율을 60% 이하로 낮췄다. 직접적으로 국경을 닫는 대신 국내 입국 절차를 까다롭게 적용해 간접적으로 환자 유입을 막겠다는 취지다.
현재는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방글라데시,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등 6개 국가가 지정돼 있으며 선원들이 잇따라 확진된 러시아에 대해 지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외국 국적이라 하더라도 국제 규약과 국내 법령에 따라 전액 국고와 건강보험으로 지원해 온 치료비도 재외 한국인에 대해 치료를 지원 중인 국가 외국인 대상으로 축소하는 방안도 정부는 검토 중이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보건규칙(IHR)에 따르면 외국인에 대해서도 검사비 등은 현재 머무는 국가에서 부담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외국인을 포함해 모든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치료비의 80%는 건강보험에서, 20%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악용하는 사례도 있을 수 있고 (확진자) 숫자가 늘어나면서 비용이 증가하는 점 등을 고려해서 최근에 그 법을 고치는 쪽으로 방침을 세웠다"며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서 우리 국민을 무상으로 치료해 주는 나라에 대해서는 같은 조건으로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검사비나 치료비 등을 부담시킨다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mj@newsis.com, hummingbir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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