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집 짓기, '내 사람 공부'가 먼저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3년 전쯤 연세가 지긋하신 한 부부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자식들은 모두 출가하고 단둘이 살고 있는 이 부부는 공기가 좋은 곳에서 텃밭을 가꾸며 노년을 보내는 것을 목표로 집을 짓고 싶어 하셨다.
여러 요청사항으로 설계하기가 녹록지 않았지만, 그 부부가 평생 꿈꿔왔을 집과 가족에 대한 희망을 오롯이 녹여내기 위해 설계를 고치고 또 다듬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이 부부의 이야기에서 본 것처럼 집을 짓는 것은 단순히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에 대한 마음을 새롭게 짓는 일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집을 짓는 일은 마음을 짓는 일
3년 전쯤 연세가 지긋하신 한 부부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자식들은 모두 출가하고 단둘이 살고 있는 이 부부는 공기가 좋은 곳에서 텃밭을 가꾸며 노년을 보내는 것을 목표로 집을 짓고 싶어 하셨다.
"내 아내의 소망은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 것이에요. 독서가 취미이니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서재를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남편이 내게 말했다. 아내가 민트색을 좋아한다는 걸 알려준 것도 남편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무뚝뚝해 보였지만, 평소에 아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억하고 있다가 묵묵히 전해주는 모습이 정말이지 아름다워 보였다. 아내는 농사에 관심이 많은 남편을 위해 텃밭 공간에 신경을 많이 써달라고 했다. 퇴직 후 취미 겸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시작한 '텃밭 가꾸기'가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부부는 텃밭에서 가꾼 과일로 청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고 있었다.
☞ 아래 주소로 접속하시면 음성으로 기사를 들을 수 있습니다.
[ https://news.sbs.co.kr/d/?id=N1005898430 ]

이 과정에서 자신과 함께 사는 사람에 대한 생각, 더 나아가 이웃과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고 새로 마음을 짓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자녀의 취향을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던 아빠도, 아이들의 방을 설계하면서 자녀의 취향을 새롭게 알게 되기도 한다. 딸아이가 좋아할 줄 알았던 하늘이 보이는 천장이 사실은 아빠의 로망인 경우도 있었다. 감정 표현이 적은 남편이 알고 보니 매우 감성적인 사람이라는 것이 드러나기도 한다. 안방에 침대를 어디에 둘 것이냐를 두고도 부부의 다름이 드러나 다툼과 화해를 반복하기도 한다.
집을 지으면서 꼭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한때 유행한 땅콩 집을 짓는 과정에서 두 가정의 관점이 서로 달라 결국 집짓기를 포기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한 가정 안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데 둘 이상의 가족이 만났을 때의 어려움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족과 공동의 활동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족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찾는 일은 어려웠고 공사비 분담에 대한 문제는 공간에 대한 상상력을 제한하는 결과가 되기도 한다. 집을 한번 지어본 사람들이 다시는 집 못 짓겠다고 하는 말이 나오는 이유에는 구성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마음의 상처가 한 몫한다.

가족을 포함해 가깝게 지내는 사람인 경우, 우리는 상대방을 잘 안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래서 상대를 자기 위주로 판단하고 규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집을 짓기 위해 사무실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건네는 말 있다.
"집을 짓기 전에 마음을 먼저 지어보세요"라고...
마음을 짓는 일은 내가 살아온 삶의 방식과 가족, 그리고 이웃에 관한 관심이며 배려이다. 관심과 배려가 공간을 만들고 창을 내는 집 짓기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인-잇 #인잇 #김종대 #건축뒤담화
# 본 글과 함께 읽으면 좋은 '인-잇', 지금 만나보세요.
[인-잇] 우리 동네 자랑거리 있나요?
[ http://bitly.kr/IlZsJiITRMS ]
[인-잇] 느리게 걸을 수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인다
[ http://bitly.kr/uMTl2A91xYrV ]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절대 심지 마" 미국 곳곳 뿌려진 '정체불명 중국 씨앗'
- "탈북민 신변 담당 경찰이 탈북 여성 10여 차례 성폭행"
- [영상] 이재명 "거주용 1주택 외 처분 않으면 인사 불이익"
- "노홍철, 18세 연하와 예식장 상담" 결혼설 파장
- "77년째 일하는 중" 100살 공무원 할머니의 롱런 비결
- "동네 어린 고양이들 다 잡아먹는다" 평택 맹수의 정체
- '신림동' 판박이 사건 발생..이번에도 '주거침입죄'만?
- '1만 원' 때문에 거리에 나앉은 노인..집 빼앗긴 사연
- 소녀상에 무릎 꿇고 고개 숙인 아베?..일본도 '촉각'
- '돌연 사망' 중학생 아들, 동료 남학생들에 성추행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