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스타항공 합병무산]"비행기 걱정에 무급 출근했는데"..1600명 실직 어쩌나
업황 악화에 재취업도 어려워..책임론 불거질듯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인수합병(M&A)이 좌초되며 항공업계의 대량 실직이 불가피해졌다.
각 부서 필수 인력들이 약 6개월간 '무급 출근'하며 간신히 회사를 지켜왔지만 인수가 무산되며 1600명가량 직원이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제주항공이 23일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발표하며 이스타항공 직원 사이에서는 이미 예상된 일이지만 망연자실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부터 경영난으로 직원 임금을 체불해왔고, 3월24일부터는 아예 모든 노선의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부서 필수 인력들은 회사가 완전히 문을 닫은 것은 아니므로 묵묵히 출근을 이어왔다.
특히 항공기는 장기간 주기돼 있더라도 정비매뉴얼에 따라 지속적인 정기 점검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인수가 무산된 상황에서도 리스 항공기를 반납하기 전까지는 성실한 안전 점검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 이스타항공 직원은 "정비사를 비롯해 인사·재무팀 등 부서별로 필수 인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은 월급을 받지 않고 계속 근무해왔다"라며 "지금은 그저 절망하며 다들 무너졌다. 다시 어떻게 일으켜 세워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스타항공 내부적으로는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회생과 청산의 갈림길에서 회생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자본총계가 -1042억원으로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며 새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희박해서다.
청산 절차를 밟게 되면 이스타항공 직원 약 1600명에 자회사, 협력사 직원까지 2000여명이 한꺼번에 실직하게 된다.
이스타항공이 파산하면 직원들은 사업주에 책임을 물어도 미지급 임금을 받아낼 가능성은 적고, 사실상 국가의 체당금 제도를 활용한 지원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여파에 항공업계 내 재취업도 쉽지 않다. 대부분 항공사들이 코로나19 쇼크로 인해 직원 대상유·무급 휴직, 근무일수 축소 등 비상체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적사들은 무급휴직, 순환제 근무 등을 통해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줄이는 것은 물론 매년 진행하던 신규 채용도 기약 없이 미뤘다.
항공사의 위기는 항공기 급유·하역, 기내식 업체 등 지상조업사까지 번져 협력사 직원들의 실직도 이미 현실화된 상황이다.
대량 실직을 눈앞에 두고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경영진 등을 향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박이삼 노조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단초는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공했다고 본다"라면서도 "M&A 과정에서 고용 체불을 발생시킨 제주항공도 인수계약 파기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단은 1600명 직원의 생존을 무엇보다도 먼저 서둘러야 한다"라며 "노조의 향후 대응책은 회사의 입장을 검토하고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어느 한쪽만의 실책이 아니라 이미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가 좋지 않았고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M&A 과정 중 잡음 등이 겹치며 인수전이 좌초됐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이스타항공은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경영 전문성이 부족했고 오너에 대한 각종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다른 LCC와는 다른 상황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또한 "정부 입장에서도 '일자리 정부'를 표방해 왔는데 이번 사태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대량 실직을 막으려 M&A 막판에 중재에 나섰지만, 제주항공 입장에서 워낙 인수 리스크가 커 상황의 반전은 없었다.
한편,이스타항공은 '전북 거점 항공사'로 출범한 만큼 전라북도의 지원을 받아 국내선 운항을 재개하며 파산만은 막으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해당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e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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