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컬링 '안경선배' 호소.."팀킴과 고 최숙현 사건 다르지 않아"

'영미, 영미'를 외치며 전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여자컬링 '팀킴' 선수들이 체육계 근본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안경 선배'로 잘 알려진 팀킴 김은정 선수는 팀원들과 오늘(2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인 3종 경기 고(故) 최숙현 선수와 피해 선수들이 신고해도 개선되지 않는 현실이 '팀킴 사태'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김은정 선수는 호소문을 낭독하며, 팀원들과 함께 고 최숙현 선수에 대해 애도를 표했습니다. 

팀킴 선수들은 지난 2018년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김민정·장반석 경북체육회 감독 등 지도부의 비인격적 대우와 폭언, 상금 유용 의혹을 폭로했습니다.

김 선수는 "의혹 제기 이후 1년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변한 것이 없다"며 "관리 감독의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2의 팀킴 사태, 철인3종 폭행·폭언 사건이 또 일어나고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팀킴 선수 일동은 "문재인 대통령,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김하영 경북체육회장은 제발 다시 한 번 저희의 호소문으로 밝혀진 관련자들 징계하고 처벌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뉴스 픽'입니다. 

<기자회견 호소문 전문>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경북체육회 소속 여자 컬링팀 선수입니다.
 
먼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게 된 ‘故 최숙현 선수’의 명복과 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전합니다.
 
2018년 11월 일명 ‘팀킴 호소문 사태’를 통해 저희가 겪고 있던 부조리함을 언론으로 발표하게 되었고, 많은 국민들께서 염려해 주신 덕분에 문체부의 대대적인 합동 감사가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감사를 통해 저희의 호소문 내용의 대부분이 사실로 드러났고 그 결과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및 조치가 내려졌음을 알게 되어 저희는 관련자에 대한 조치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경북체육회 소속 선수이기에 저희의 호소문을 통해 경북체육회 직원분들이 뜻하지 않게 피해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이후 최대한 언론 보도 및 외부 노출을 자제하며 내부적으로 해결하려고 부단히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시간만 흐를 뿐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작년 2월 21일 기다렸던 문체부 합동 감사 결과가 나왔고, 이를 통해 ‘김경두 일가’ 외에 경북체육회 내부에도 연관된 직원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으며, 저희들의 노력과 힘만으로는 바꿀 수 없다는 현실에 부딪혀 점점 지쳐가고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 ‘故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일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저희는 언론을 통해 ‘팀킴 사태’를 알렸기에 많은 관심과 집중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1년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변화된 것은 없습니다.
또한 ‘故최숙현 선수’는 국가와 체육회가 운영하는 제도와 적합한 절차를 통해 피해사실을 알렸음에도 사건은 묵살되고 진전되지 않았고, 결국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저희는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무런 변화가 없어 힘들어했던 저희의 상황처럼 분명 생전에 최 선수와 피해 선수들 역시 신고 후 개선되지 않고 묵인돼가는 현실에 많이 불안해하고 상처를 받았을 것입니다.
 
저희는 ‘철인3종 폭행·폭언 사건’의 관련 기사를 보며, 저희의 사건과 유사한 점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 향후 저희와 같은 결과로 흘러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특히 이번 ‘철인3종 폭행·폭언 사건’이 일어나고 많은 언론 기사와 보도를 통해 경주시청팀의 해산, 관련자의 사건무마 정황, 그리고 관리·감독을 해야하는 경상북도체육회는 이에 대해 책임을 지지않고 ‘철인3종 폭행·폭언 사건’에 대한 단 한번의 입장발표나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으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상황 등은 저희 팀이 겪었던 상황과 매우 유사합니다.
더군다나 팀 내부적으로도, 지도자와 팀 닥터 등의 폭언, 훈련비착취, 지도자갑질, 자격 및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팀 닥터를 채용하고 선수단을 운영하는 것 또한 저희의 사례와 매우 비슷합니다.
 
특히 저희는 ‘팀킴호소문 사태’이후 1년 8개월이 지났음에도 관련자들의 사법조치가 진행되고 있는 것 외에는 문체부 감사결과에 대한 어떠한 행정적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들어 저희 경북체육회 컬링팀을 음해하려는 시도들이 느껴져 하루하루를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운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상북도컬링협회는 조세법 위반으로 수사의뢰, 조직 사유화로 인해 시도체육회에 등급심사를 철저히 이행하라는 권고를 받았지만 경북체육회는 이번 대의원총회에서도 종합무술, 택견, 프리테니스 종목만 제명하였을 뿐 컬링협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감사 이후에도 경북컬링협회는 여전히 ‘김경두 일가’의 지인들로 임원들이 구성되어 있고, 협회 운영을 정상적으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저희 뿐 아니라 경상북도 소속 선수나 지도자들과의 만남이나 훈련장 및 대회장 방문 등 단 한 차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김민정은 2019년 1월 면직을 당했으나 경북체육회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면서 금년도 초까지 경북체육회 이사로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관련자인 김경두, 장반석에 대한 징계 역시 전혀 이루어진 바 없었고, 저희는 불안해하며 답답한 심정으로 훈련에 임했습니다.
하지만 저희에게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체육회가 민선 체재로 변경되어 회장님을 새롭게 선출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무언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생겼습니다.

2020년 2월 김하영 회장님은 두 차례 의성컬링장으로 방문하셨고, 회장님과의 면담을 통해 경북컬링협회와 관련자들의 징계조치에 대해 “집행부가 아직 구성되지 못했다, 집행부가 구성되고 스포츠 공정위원회가 구성되면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답변과 함께 컬링관련 일을 최우선으로 처리해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렸던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지난 7월 17일에 열렸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회장님이 약속하셨던 컬링에 관한 안건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는 다시한번 실망했습니다. 결국 1년 8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관련자에 대한 징계나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김경두 일가’ 외에도 문체부 감사 결과 경북체육회 내부 직원에 대한 문제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문체부 감사 결과를 통해 62건 중 6건 이상의 징계와 사법조치 권고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 A부장은 ‘팀킴 호소문 사태’ 이후에도 저희 팀을 관리하였습니다.
 
그 A부장은 10월말부터 12월말까지 2개월 정직 징계를 받았으며, 징계종료 후 다시 컬링팀을 관리하는 체육진흥부장으로 복직하였고,
저희들은 걱정이 되었지만 민선회장 취임 이후 새로운 인사개편 시 분리 될 것이라 기대하며 또 한번 참고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2020년 3월 인사개편 결과 A부장은 인사이동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저희들은 회장님께 면담을 요청하였고, 3월 12일 면담하였습니다. A부장과의 분리를 요구하자 회장님께서는 A부장과 컬링팀을 분리시켜 주겠다고 기다리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현재도 저희는 여전히 모든 훈련과 일정에 대해 A부장의 관리 아래에서 훈련 중입니다.
 
경북체육회는 과거 언론에 보도된 사례만 보더라도 저희 ‘팀킴 호소문 사태’뿐 아니라 정구, 펜싱 그리고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관련 문제 등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실업팀은 체육진흥부에서 관리와 책임을 맡고 있으며 A부장은 실업팀 관련 부서에만 20년 가까이 근무하며 책임자로 있습니다.
 
저희는 지난 1년 8개월간 “처리해 줄테니 기다려보라.”는 말만 믿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언제 어떠한 방법으로 부당함을 겪을지 모르는데,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없어 걱정과 불안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시간이 흘러간다면 다른 사건이 발생을 하고, 수습을 해도 분명 똑같은 문제가 반복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선수들의 희생과 성과는 잔인할 만큼 중요시되지만 관리자의 책임은 너무나도 관대한 것이 현실입니다. 관리·감독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2의 팀킴사태’, ‘철인3종 폭행·폭언 사건’는 또 일어나고 반복 될 것입니다.관리 책임을 맡는 부서인 직원에 대한 조치가 분명히 이루어지고 선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경상북도체육회 컬링팀 외 모든 체육인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운동하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저희 팀으로서는 두 번씩이나 이렇게 공개적으로 호소를 하는 것은 매우 힘든 결정이었고, 저희의 모든 것을 걸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대통령님, 문체부 박양우 장관님,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님, 경북체육회 김하영 회장님 제발 다시 한번 저희 호소문으로 밝혀진 관련자들의 처벌과 징계를 조속히 해결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상으로 호소문을 마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한번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게 된 ‘故 최숙현 선수’의 명복과 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정혜진 기자hjin@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