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란 이름의 무게..최고위원 "당론이냐 소신이냐"
”당 윤리심판원은 금태섭 전 의원의 재심 청구 결정 때 헌법적 차원의 숙의(熟議)를 해주기 바랍니다. 헌법과 국회법의 규정 등이 충돌할 여지가 있습니다."
지난달 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온 김해영 최고위원의 발언이다. 지난해 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본회의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진 금 전 의원에게 당이 징계 결정을 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김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독립적 의사기구인 윤리심판원의 결정에 대해 언급하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면서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 밝힌다"고 했다. 이날 모든 언론은 그의 발언을 비중있게 다뤘고, 결국 윤리심판원은 당론 위배 행위 징계를 받은 금 전 의원 재심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처럼 각 당 최고위원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엔 무게감이 실린다. 최고위원은 정당의 최고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당직자다. 당의 주요 결정 사항에 최고위원들의 생각이 반영된다. 당 지도부는 일주일에 2번씩 최고위원회를 연다. 당대표와 최고위원, 그리고 당연직인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등이 배석한다. 이 자리에서 의원총회 소집을 비롯해 주요 당직자 임명 추천, 각종 회의 소집, 공직선거후보자 추천, 당무 심의·의결 등을 논의하고 결정한다.
더불어민주당의 '8.29 전당대회'는 당대표 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로 불리는 최고위원 6명도 선출한다. 최고위원 성향에 따라 당 지도부의 '팀 컬러'가 결정된다. 전당대회 선거유세 기간 동안 당대표 후보자와 최고위원 후보자간 지역별, 성향별 묵시적 '교감'이 이뤄지는 이유다.
최고위에선 현안에 대한 당의 대응책과 메시지도 나온다. 최근 논란이 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이해찬 대표가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강력한 세금규제 방안의 필요성을 말한 뒤 당정협의에서 관련 대책이 나왔다.
최고위원직은 주로 재선과 3선 이상급 의원들의 '전국구' 정치 무대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 20대 국회 전반기, 김병관 전 의원이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청년최고위원 몫으로 선출됐다. 20대 후반기엔 박주민·김해영 의원이 초선임에도 당원과 대중의 지지로 최고위원이 됐다.
현재 민주당 최고위원 체제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5명의 최고위원과 당대표가 직접 지명하는 2명의 최고위원으로 구성된다. 당규에 따라 선출직 5명 중 1명은 여성 몫을 보장하도록 돼 있다. 각 최고위원마다 특정 주제와 역할이 주어진다. 이를테면 △박주민(당 플랫폼·연수 및 교육) △박광온(지방자치·자치분권) △설훈(남북관계·동북아 평화) △김해영(청소년·청년) △남인순(민생) △이형석(자치분권) 등이다.
최고위원은 당원들의 '선택'을 받은 지도부란 측면에서 원내대표단과 성격이 다르다. 원내대표가 직접 임명하는 원내대표단이 '통일된 목소리'를 강조한다면 최고위원은 상황에 따라 당대표와 '각'을 세우기도 한다.
20대 국회에서 '미스터 쓴소리'로 소신 발언을 이어간 김해영 최고위원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초선 의원들이 '무서워' 했던 이해찬 당대표 앞에서 김 최고위원은 꿋꿋하게 공개 소신 발언을 했다. 지난해 '조국 사태' 때도, 문희상 국회의장의 지역구 아들 세습이 논란이 시작했을 때도, 김남국 공천 논란과 최근 윤미향씨 의혹에도. 그는 "당이 선제적으로 확인하고 국민 앞에 답을 내놓자"는 취지로 한 발 앞서 나가면서 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최고위원이 당대표의 의사결정을 저지한 사례도 있다. 2015년 후반기 당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당대표였던 김무성 전 의원은 홀로 '비박(비 박근혜)'계였고,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롯해 서청원, 이인제, 김태호 최고위원은 '친박(친 박근혜)'로 꼽혔다. 비박 당대표의 의사 결정과정을 친박 최고위원들이 번번이 '퇴짜'를 놨다. 이 과정에서 폭발한 김 전 대표가 2016년 총선 공천 시즌에 부산으로 훌쩍 떠나버린 게 일명 '옥새 나르샤'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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