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끼고 가르쳐도 52점..'혼공 프로젝트' 4주 시작
[SBS스페셜] 지금은 혼공시대 - 당신의 아이는 혼자 공부할 수 있습니까? ③
혼공이 안 되는 우리 아이, 그 이유는 무엇일까?
19일에 방송된 SBS스페셜에서는 '지금은 혼공시대 - 당신의 아이는 혼자 공부할 수 있습니까?'라는 부제로 아이들의 자기주도학습, 이른바 '혼공'에 대해 조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이에 많은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아이들의 학습법에서 문제점들이 여실히 드러난 것.
수학과 영어를 좋아하는 중2 이정민 군의 어머니는 "정민이 좀 살려주세요. 하고 싶어 하는 아이인데 이렇게 둘 수는 없다"라고 도움을 호소했다. 그렇다면 정민 군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주일은 학교에서 2주일은 집에서 수업을 하는 정민 군, 그가 온라인 수업 중 집중하고 있는 것은 수업이 아닌 유튜브였다.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맛보게 된 신세계, 정민 군은 매일 아침 유튜브의 유혹을 이기려 애썼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이를 가만히 볼 수 없는 어머니는 직장에 출근한 후에도 수시로 정민 군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 전화를 하고 감시를 했다. 그리고 이는 정민 군과 어머니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이에 어머니는 "저는 이제 한계에 다다른 거 같다. 말을 하면 마찰만 생기고. 저런 애가 우리 정민이뿐만이 아닐 것이다"라고 했다.
엄친아라고 불리는 중3 앤디의 어머니는 "나도 마음이 흔들릴 정도로 감당이 안된다. 답이 없다. 이게 장기화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숨만 나온다"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부터 엄친아 소리를 들으며 모범생으로 유명했던 앤디, 하지만 앤디는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며 모든 것이 무너져버렸다.
온라인 수업 중 몇 시간도 견디지 못하고 잠이 들어버리는 앤디. 이에 어머니는 "불과 몇 달 전까지 흠잡을 데 없는 아들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개학 이후 아들은 달라졌다"라며 "처음에는 다독여주고 이끌어주고 했지만 저도 사람이니까 장기화되니까 윽박도 지르고 회유도 해보고 별 거 다 했는데 안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수업으로 아이들이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전문가는 "실상을 알게 된 거다.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외부 사람들의 시선, 기대, 사회적 환경 때문에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던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입시 전문가 조남호 코치는 "집에서 제대로 안 하는 아이가 학원에 간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온라인 수업 이전에는 안 보였던 거다. 명문대 가는 친구들이 자기주도학습이 안 되는 친구들은 없었다. 그걸 온라인 수업이 일깨워 준 거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공부 좀 해봤다는 7명의 명문대생들은 혼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은 "부모님이 시켜서 하는 공부는 초등학교 때가 마지막, 내가 필요한 걸 공부해야 하고 그걸 깨닫는 게 중요하다. 어차피 공부는 혼자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자기주도학습 능력에 대해 "전두엽의 실행 기능이라는 뇌기능과 관련, 시간 관리 능력, 계획 관리, 감정 관리 등 다섯 요소가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방송은 앤디와 정민이에게 자기주도학습 관리 검사를 실시했다. 먼저 정민 군은 다섯 가지 항목 중 시간 관리와 자발성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는 "감독과 간섭이 많아지면 계획을 세우거나 스스로를 관리하는 능력을 배울 기회가 적어진다. 내가 해야 되는 걸 느끼기 전에 해야 할 것들이 생겨서 자발성이 발달하기 힘들다"라고 조언했다.
앤디의 검사 결과는 어떨까. 앤디는 자신에 대해 "학교에서는 모범생이었을지 몰라도 집에서는 반대. 숙제도 혼자 해본 적이 없고, 하라고 하면 하는 식이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에 앤디의 검사 결과는 계획 관리와 시간 관리 능력은 100점 만점에 10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나왔다.
3남매 중 첫째인 앤디. 앤디의 동생 크리스는 앤디와 정반대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좋아하는 것을 했던 크리스. 이에 성적이 우수했던 형과 달리 실패의 경험도 많고 성적도 들쑥날쑥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황 역전, 온라인 수업 내내 잠시도 한눈을 안 팔 뿐더러 숙제도 척척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크리스는 "안 하면 저만 손해니까, 미뤄서 하면 지장이 있을 거 같아서 바로바로 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자기주도학습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크리스와 전혀 그것이 안되었던 앤디, 상담 후 두 아이를 제대로 바라보게 된 어머니는 "사실 모든 잘못은 나, 내가 그렇게 키웠다. 난 아이를 정말 잘 보호할 수 있다. 그리고 아이가 임원이 되게 하는 건 책도 낼 수 있다. 자기가 주도하게 하는 건 어떻게 못하겠다"라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조남호 코치는 "아이들은 혼자 공부하는 걸 배워본 적이 없다. 하버드에 가면 1학년에 꼭 들어야 하는 수업 중 하나가 공부를 하는 방법을 배우는 거다. 전 세계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모인 곳인데도 그렇다"라며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방송은 공부법 전문가 조남호 코치와 함께하는 4주간의 혼공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조남호 코치는 먼저 앤디의 집을 찾아 그의 스타일을 꼼꼼하게 살폈고 문제점을 발견했다.
앤디 공부법의 기본은 암기였던 것. 이에 조남호 코치는 "너의 공부 정의는 암기, 껍데기를 외우려고 한 거다.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암기를 했다"라며 "공부를 암기의 대상으로 보면 재미가 없다. 그게 실제로 온라인 수업에서는 독이 된 거다. 떠 먹여주는 공부를 하다 보면 생각하는 방법을 잊고 집중할 수 없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암기의 반대는 이해다. 넌 암기가 아니라 이해를 해야 한다. 넌 지금부터 WHY 공부법을 하라"라고 덧붙였다. 그가 알려준 WHY 공부법은 모든 것에 와이를 붙여 의문을 품고, 그리고 다음 과정으로 답을 찾는다. 이어 마지막은 답을 스스로 설명하는 것. 이것이 암기에서 이해로 공부 습관을 바꾸는 방법이었다.
또한 유튜브에 빠진 정민을 만난 조남호 코치. 그는 "자신이 필요한 것만 공부하는 것이 자기주도학습이다. 보통 명문대 출신들은 쥐 뜯어먹기 방법으로 수학을 공부하는데 정민이는 그것이 완벽하게 되어있다"라고 칭찬했다.
이어 그는 "공부법은 아주 훌륭하다. 그런데 유튜브에 공부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 문제다"라며 "명문대 간 친구들도 논다. 단, 공부할 때 확실하게 하고 놀 때 확실하게 노는 거다. 정민이도 놀 때는 놀고 공부할 때는 공부하라"라며 "기준은 분량이다. 스스로 정한 분량을 해내면 그때부터는 죄책감은 갖지 말고 휴식을 취하며 원하는 것을 하면서 놀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매일매일 동기 부여가 필요한데, 마음 놓고 쉬기 위해 자신이 세운 계획을 이행하면 동기 부여도 되고 성취감도 높아질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노는 공간과 공부하는 공간을 분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시작된 4주간의 혼공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어머니들 또한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아이들을 믿고 아이들이 필요할 때만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주는 것, 그렇게 아이들에게 중요한 조력자가 되어갔다.
혼공 프로젝트에 합류한 또 다른 아이는 중3의 세윤이. 세윤이는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있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자기주도학습 능력 검사 결과 감정 조절과 계획 관리가 약한 세윤. 세윤은 엄마에게 들었던 부정적인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엄마에게 의존하는 공부를 해왔던 것.
이에 전문가는 "세윤이는 조금 느린 아이다. 그런데 어머님들은 그 속도가 잘못됐다고 생각해서 빠른 학원에 보내서 망하게 되는 거다. 세윤이는 조금 더 느려도 된다"라며 선행보다는 지금 해야 하는 과정만 충분히 이해해도 선행의 효과가 있으니 서두르지 말라고 강조했다. 또한 적은 양이라도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스스로 첫 학습계획서를 작성한 세윤이. 이에 세윤이는 "예전과 다른 공부법이라 새롭기도 하고 이러면서 양을 조절하면서 공부를 하면 더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혼공 프로젝트를 진행한 정민이는 "유튜브에 대한 유혹을 조절할 수도 있게 됐고, 시간 말고 분량으로 계획을 세워서 공부를 하다 보니까 성취감이 느껴지고 시간이 알차게 쓰는 느낌이 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공부할 분량을 늘려야겠다는 기특한 생각까지 하게 되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암기가 아닌 이해를 하는 공부를 시작한 앤디. 앤디는 "영어와 국어만 열심히 했는데, 이젠 다 집중한다. 이게 왜 답일까 생각하면 집중을 하게 된다"라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혼공 프로젝트 진행 중 조남호 코치에게 아이들의 학습계획표가 도착했다. 이를 확인한 조남호 코치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앤디의 계획표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부를 하는 태도는 훌륭한데 방법이 미진하다. 시간 계획을 촘촘하게 세웠는데 계획은 시간이 아닌 분량으로 세워야 한다. 그것만 수정하면 충분히 휴식도 취하면서 성공적인 공부법을 이행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앤디의 어머니는 "앤디는 스펙 면에서는 남부럽지 않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니 그게 진짜가 아니더라. 그건 모두 엄마의 욕심이었다. 내가 조력자가 되어야지 아이를 끌고 가는 건 아이를 망치는 것이다"라며 "저 같은 엄마들이 이 방송을 본다면 그러지 말라고 꼭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SBS funE 김효정 에디터)
[지금은 혼공시대 - 당신의 아이는 혼자 공부할 수 있습니까?]
▶① 소문난 엄친아, 온라인 개학에 '와르르'…부모의 SOS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890577 ]
▶② 인터넷 차단도 '무용지물'…내 아이 혼공, 왜 안 될까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890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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