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의혹' 박원순뿐인가..'숨어 있던' 피해호소 줄이어

양새롬 기자 2020. 7. 1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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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청원·대자보 잇달아.."대통령이 입장 밝혀야" 주장도
전직 비서 A씨에게 성추행 혐의로 고소됐으나 극단 선택으로 사망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관련한 의혹을 경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당신은 잘못이 없습니다. 우리는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는 지지와 연대의 내용이 담긴 대자보와 메모들이 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도서관 입구에 부착돼 있다. © News1 황덕현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움직임이 다소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서울시가 사실관계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원 외부전문가로 합동조사단을 구성한다고 밝혔지만, 합동조사단 구성의 핵심이 될 여성단체 측에서 19일 현재까지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성폭력 피해호소가 줄이어 눈길을 끈다. 그동안 '숨어있던' 피해자들이 용기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여성단체의 지적도 나온다.

전북 임실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임실군청 공무원 A씨가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사망 전 동료에게 "군청 간부 공무원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문자를 받은 지인과 유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마친 상태다. 다만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간부 공무원은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간부 공무원의 범죄 혐의 윤곽이 드러나면 정식 수사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또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계약직으로 일했던 연구원 2명이 정규직 연구원에게 성추행당했다며 이달 초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것과 별개로 문체부에서도 조사반을 구성해 진상조사에 나섰다.

이들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를 호소했으나 가해자와의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 B씨의 경우 2016년 1월부터 반기 때마다 인사이동을 요청했으나 인사가 번번이 좌절됐다. 그러다 2019년 7월 근무지를 이동했다가 올 2월 다시 비서 업무 요청을 받았다.

A씨도 인사이동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간부와 함께 일하게 된 점을 힘들어했다고 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계약진 연구원 C씨와 D씨 또한 성추행 사건을 알렸지만 분리 조치 없이 가해자와 계속 같은 공간에서 근무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성폭력 사건 발생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것이 가장 먼저임에도 이같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이들 성폭력 의혹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쏟아지고 있다.

'박원순씨의 성추행혐의에 대해 적극적인 진상규명을 요청합니다', '고 박원순 시장의 여비서 성추행 사건의 진실 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고 박원순 시장의 지속적 성폭력과 서울시의 조직적 은폐 및 고소 사실 기밀누설 의혹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합니다' 등이 그렇다.

아예 대학가에선 대자보로 성폭력 피해자 연대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자유게시판에 붙은 '당신은 잘못이 없습니다'라는 대자보에는 "그 사람이 3선의 현역 서울시장이었건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였건, 시민운동의 대부였건 당신은 (박 전 시장 사망에) 잘못이 없다"며 "당신에게 행했던 일은 결코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남아있는 증거와 관련인 조사를 통해 최대한 진실이 밝혀지고, 이를 통해 세상 모든 이가 당신 결심과 선택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적혔다.

피해자에 대한 연대는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박 전 시장의 죽음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대통령께서 분명히 이 이슈에 대해 정확한 의견을 표명해주셔야 된다고 보고 있는 입장"이라면서 "정부 차원에서 진실규명과 이러한 폭력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도록 단호한 의지를 천명해 주시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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