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로 갈린 이재명 판결.. "정치적 표현의 자유 더 넓게 보장"

이도형 2020. 7. 1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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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후보자 토론회에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더욱 넓게 보장할 수 있게 되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6일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무죄취지로 판결을 내린 직후, 대법원은 보도자료에서 판결 의의를 이같이 설명했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총 13명의 대법관과 김명수 대법원장 중 이 지사의 변호를 맡은 적이 있는 김선수 대법관과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명이 참여, 7명의 다수의견과 5명의 소수의견으로 갈렸다.

대법원이 무죄취지의 판결을 끝내자 방청인들 중 이 지사의 지지자로 보이는 이들이 일어나 박수를 쳐 방호원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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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무죄 취지 판결 근거는
"상대후보와 질의·응답 과정서 나온 부정확한 답변 허위사실 공표 아냐"
선거운동에서 발언의 허용 기준 확대.. '김명수 대법' 진보성향 뚜렷이 드러나
"사실 숨겨 유권자 판단 그르칠 정도" 소수의견도 5명 달해.. 향후 논란 클 듯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주재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고공판이 열리고 있다. 뉴스1
“이로써 후보자 토론회에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더욱 넓게 보장할 수 있게 되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6일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무죄취지로 판결을 내린 직후, 대법원은 보도자료에서 판결 의의를 이같이 설명했다. ‘표현의 자유’를 확대해석했다는 점에서 ‘김명수 코트’의 뚜렷해진 진보적 성향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이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았다.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이 5명이나 됐다. 그만큼 상당한 논란이 뒤따를 수 있는 판결이다.

◆“전향적으로 선거운동 자유 확충”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총 13명의 대법관과 김명수 대법원장 중 이 지사의 변호를 맡은 적이 있는 김선수 대법관과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명이 참여, 7명의 다수의견과 5명의 소수의견으로 갈렸다.
이 지사 판결의 핵심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TV토론회에서 이 지사가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려고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허위사실에 해당하느냐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이 지사의 발언을 궁극적으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상대당 후보와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답변인데, 이 과정에서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수 여지가 있는 답변을 한 것을 두고 허위사실 공표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지사의 발언을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형벌법규에 따른 책임의 명확성, 예측가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판결은 후보자 토론회와 같은 선거운동에서 발언의 허용 기준을 넓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법원도 판결 후 보도자료에서 “공직선거 후보자 등이 후보자 토론회의 토론과정 중에 한 발언을 이유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했다.

이석배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허위사실 유포 범위해석을 (유죄로 판단한) 2심에서 너무 넓게 해석했고, 그것에 대해 바람직한 기준을 대법원에서 세워준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전문 변호사인 황정근 변호사는 “허위사실 공표죄에 대해 기존 판례보다 전향적으로 선거운동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확충한 쪽으로 (판례가) 옮겨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권자 판단 그르칠 정도”… 5명 달한 소수의견

이날 판결의 소수의견은 5명이었다.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이 지사의 발언을 ‘공표’로 해석하지 않은 다수의견과 대립각을 세웠다. “‘공표’의 범위를 제한하는 해석은 자칫 선거의 공정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지사가 친형의 정신병원 입원을 지시했음에도, TV토론회에서의 상대당 후보 질문에 이를 부인하는 답변을 했고,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숨기면서 유리한 사실만을 덧붙인 것은 유권자의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전체적으로 보아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 경우라고 판단했다.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이 상당했다는 것은 이번 판결이 논쟁적 측면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어떤 사람이 거짓말을 했다면 한 것이지 이를 질문했을 때 한 거랑 적극적으로 했다는 걸 구분해서 다르게 보는 건 궁색해 보일 수 있다”며 “사회 분위기와 정치적 흐름, 이런 걸 많이 의식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법조계 보수인사들은 이번 판결은 진보성향의 ‘김명수 코트’ 색깔이 드러난 것으로 평가한다. 김 대법관은 진보 성향으로 꼽히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고, 주심인 노 대법관도 진보성향의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었다.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보수·중도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의도도 의심한다. 한 변호사는 “이건 법리적 판결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판결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지자들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 지하철 서초역 8번 출구 앞에 상고심 파기환송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마 치며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떨어져 앉아 재판 방청

이날 대법원 주위는 재판 시작 전부터 시끄러웠다. 대법원은 통행을 제한했다. 판결이 열린 2층 대법정에는 방청권이 배부된 60명의 일반인들과 기자들이 앉아 판결을 지켜보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의식해 좌석을 띄운 채 앉았다.

참석자들과 대법관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고 판결문을 낭독한 김명수 대법원장과 박상옥 대법관(소수의견)만이 낭독 때 마스크를 벗었다. 이날 판결은 TV생중계와 유튜브를 통해 이뤄졌는데 2019년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재판 때 이후 두 번째다.

대법원이 무죄취지의 판결을 끝내자 방청인들 중 이 지사의 지지자로 보이는 이들이 일어나 박수를 쳐 방호원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대법관들을 향해 “감사합니다”를 외쳤고, 대법원을 나서면서는 “사필귀정”, “잘됐다”를 연호하기도 했다.

◆與 “사필귀정” 野 “위인설법”

16일 대법원의 이재명 경기지사 무죄 취지 판결에 더불어민주당은 환영했지만 미래통합당 등 야당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4차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민주당 허윤정 대변인은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 이 지사는 지역경제, 서민주거안정, 청년 기본소득 강화 등 경기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면서 “앞으로도 경기도민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으로 도정을 이끌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와 가까운 의원들은 ‘사필귀정’이라고 평가하면서 이 지사를 응원했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통화에서 “확실하게 파기환송돼서 다행이다. 그동안 이 지사가 도지사로 보여준 역량과 법과 원칙에 의해서 과감하게 행정을 펼치고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단호한 대응을 보여주지 않았는가”라며 “이제는 재판의 굴레에서 벗어났으니 좀 더 적극적인 행정으로 코로나19 위기극복 성과를 내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 지사와 차기 대권 주자 경쟁 중인 이낙연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지사님과 경기도민들께 축하드린다. 그동안 이 지사님은 여러 부담과 고통을 감당하시며 경기도민을 위해 묵묵히 일해 오셨다”며 “이 지사께서 이끌어 오신 경기도정에 앞으로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나, 오늘 판결이 법과 법관의 양심에 근거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인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배 대변인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산, 서울에 이어 경기도까지는 ‘수장 공백’ 사태가 오지 않았다는 점”이라면서도 “그동안 이 지사는 숱한 말들로 갈등을 조장하고, 행정보다는 정치, 도정보다는 대권에 매진했다. 비록 사법부는 이 지사에게 법리적으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유죄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판결을 보며 고사성어 ‘위인설관’(爲人設官·사람을 위해 자리를 만든다)을 비튼 ‘위인설법’(爲人設法)이라는 표현이 떠올랐다”며 “정치인들이 선거 토론에서 이 판결을 믿고 아무 이야기나 하다간 큰코다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이 지사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이 된 만큼 이제 경기도민을 위한 도정에 더 매진해주길 바란다”고 짧게 논평했다.

이도형·안병수·최형창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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