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우, 부동산, 인국공.. 분노사회의 '분노'가 '에너지'되려면?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MHz (18:25~20:00)
■ 방송일 : 2020년 7월 10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국민대 특임교수)
■ 출연자 : 강유정(강남대 교수), 김만권(정치철학자 박사)
◇ 정관용> 매주 금요일 날카롭고 예리한 시선으로 우리 다양한 사회문화 현상들 짚어보는 시간 강유정, 김만권의 <시선> 코너입니다. 강남대학교 강유정 교수, 또 정치철학자 김만권 박사 두 분 어서 오십시오.
◆ 강유정> 안녕하세요.
◆ 김만권> 안녕하세요.
◇ 정관용> 오늘 논의할 주제가 2020 분노사회라고 하는 이름을 붙여봤습니다. 동의하세요, 지금 분노사회라는 것에?
◆ 김만권> 각각 현재 각 일어난 사건들을 보면 거기에 대해서 반응들이.
◇ 정관용> 어떤 사건, 예를 들면.
◆ 김만권> 하나 예를 들어서 손정우 그리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 사건이라든지 그리고 부동산 문제. 그리고 저희들이 이야기할 때 인천공항도 분노의 반응이라고 그러는데요. 저는 그건 좀 다른 결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앞에 3개 정도는 명백하게 우리 사회에서 계속 불의로 지적되어오던 게 있었는데 그것들이 계속 교정되지 않는다라는 것에 대한 어떤 뭐라고 해야 되나. 좌절감, 그런 것들이 분노의 형태로 드러나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강 교수, 동의하세요?
◆ 강유정> 저는 김만권 박사 의견이 반은 동의하고 반은 다른 의견인데. 뭐냐 하면 이게 분노라는 말 말고 다양한 감정언어로 사실은 표현되어야 될 상태가 분노에 다 응집이 돼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금 말씀하신 인천국제공항공사 같은 얘기도 분노라고 표현하면 안 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분노라고 이야기하고 만약 우리가 여기서 분노라고 얘기하면 안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순간 또 분노로 느끼는 분들이 계실 거라는 거죠. 그게 뭐냐 하면 이 분노라는 말이 어떤 감정 되게 다양한 계층적으로, 계급적으로 연령에 따라서 다 다른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분노로밖에 표출될 수밖에 없는 게 있다라는 게 이게 저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김만권> 사실 이게 정치학적으로는 이 분노라는 감정이 뭐냐 하면 이게 계속 불의가 계속 지속되면서 그것을 교정하지 못하는 무력감 때문에 나오는 폭발적인 감정적 반응이라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그 불의라고 여기는 대상을 그냥 파괴하려는 욕망을 분노라고 불러요. 그래서 이 분노가 사실은 알고 보면 진행되고 있는 부정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회적으로 결과적으로 이게 항상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라고 이야기하는 게 정치학에서 일반적으로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새삼스럽게 2020년이 분노사회가 된 거예요, 아니면 원래 우리 사회에 이런 분노들이 있었는데 올해 유달리 강해진 거예요, 어떻게 보세요?
◆ 강유정> 저는 이 문제가 특히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다른 특히 서구권에는 혐오문제로 뻗어나갔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거의 단일화 민족이고 그래서 지금 인천국제공항공사 문제만 보더라도 사실은 직업에 관련된 문제예요. 정규직, 어떻게 더 안정적인 직업을 갖느냐인데 이게 유럽에서 뭐로 펼쳐졌냐면 난민에 대한 문제로 얘기가 됐어요. 난민이 우리 일자리를 뺏어간다. 그런데 이 난민은 사실상 다른 인종인 확률이 높았고 그리고 그래서 인종차별 내지는 혐오로 많이 뻗어나갔고 이건 미국 역시도 마찬가지죠. 지금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기반 자체도 어떤 점에서는 혐오 위에 출발한 건데 우리는 혐오를 내세우기에는 굉장히 단일한 집단이라는 거예요. 어떤 점에서 잠깐 우리가 영화계에서도 등장했었던 이를테면 중국 동포 문제가 너무 혐오로 가는 것 같다 잠깐 문제도 나왔었고 여러 가지 얘기가 나왔습니다마는 그건 상당히 작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훨씬 더 큰 파이를 우리끼리 경쟁을 하다 보니까 혐오라는 말로 가기는 조금 어렵고 이게 남녀문제로 또 한동안 서로 혐오하는 문제가 있었죠. 그런데 그게 좀 수그러들고 오히려 분노라는 훨씬 더 중립적인 단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상호 배타적인 혐오와 문제가 깔려 있는 상황에서 이게 섞여서 더 복잡해진게 아닌가 봅니다.
◇ 정관용> 남녀 혐오는 여전한 거 아니에요?
◆ 강유정> 여전해요. 지금은 언론에 거의 안 나오고 우리가 뉴스가 안 되는 이유가 뭐냐 하면 이 문제가 나설 만큼의 공간이 없을 뿐이지 이제 잠재되어 있는 것으로 내려가 있는 거죠.
◆ 김만권> 사실 이렇게 강유정 선생님도 말씀해 주셨지만 공정성 문제 같은 것들이 우리가 분노라는 이름으로 표현되고 있는데요. 사실 저는 이게 아까도 처음에 시작할 때 인천공항은 결이 다르다라고 말씀드렸던 이유가 뭐냐 하면 저는 여기서 나오는 분노들이 분노, 이런 것들이 사실 그 안에 사실 공정성 문제 때문에 사람들이 연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는 그 연대의 본질 자체가 각자 도생을 할 기회를 달라라는 그 요구고 그게 결국은 뭐냐 하면 같이 요구하고 있는 사람들이 뭔가 같은 각자 도생의 기회를 요구하는 그것 자체가 사실은 알고 보면 같이 옆에서 요구한 그 사람 자체가 나중에는 자기가 물리쳐야 되는 사람이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그 안에 어떤 연대도 없고 그리고 그 안에는 사실은 알고 보면 뭐라고 해야 될까요. 진짜 공정성이라는 이름으로 말할 수 있는 건지에 대해서 좀 저도 동의하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 정관용> 이건 하나하나가 결이 다 달라요.
◆ 강유정> 맞습니다.
◆ 김만권> 맞습니다.
◇ 정관용> 손정우 송환 그 건은 진짜 제대로 갈 분노의 대상이 우리나라 사법체계에서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법 형량의 문제도 그렇고 법원에서 양형을 할 때도 그렇고 검찰에서 기소를 할 때도 그렇고 너무 문제가 많다. 이런 것에 대해서 우리가 분노하는 건데 인천국제공항공사 그건 좀 다른 문제고요. 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거 이것도 그렇다면 그걸로 돈 번 사람에게 분노해야 되는 거예요, 정책을 잘못한 사람에게 분노해야 되는 거예요?
◆ 강유정> 저는 이게 다 다른 결이라고 말씀드렸던 게 가령 손정우 문제는 법집행에서 발생한 정의에 대한 어떤 반응이고 고 최숙현 선수의 문제는 일종의 우리가 갑을관계로 우리가 오래된 권력관계 안에서 묻혀져 왔던 이것이 드러난 것이라면 저는 부동산은 어쨌든 우리나라 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이익관계의 어떤 집합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인천국제공항 문제는 저는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불평등의 문제인데 이게 정의의 문제로 좀 둔갑을 한 거라고 저는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다 다른 결인데 어쨌든 이 문제에 대해서 다들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있는 거예요. 그 분노가 옳다 그르다의 문제는 아니고 누군가는 분노하고 있다라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 정관용> 그리고 항상 사회는 그런 분노를 바탕으로 변화변혁을 가져오기도 하잖아요.
◆ 김만권> 당연히 그런 분노라는 감정 자체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부정에 대한 어떤 반응이라고 한다면 이제 그것들이 변화를 가져오는 경우도 많은데요. 실제 우리가 알고 있는 프랑스 근대혁명 자체가 그렇게 시작됐고 그리고 4.19도 그랬고 우리 6월혁명도 그랬고 그리고 촛불집회도 그랬기 때문에 분노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변화의 힘, 그 안에 내재돼 있는 그 힘 자체는 부정을 할 수가 없는데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분노라는 말 자체가 사실 우리 영어 표현으로 레이지인데요. 이게 원래 뜻을 들여다보면 광기라는 뜻이거든요. 매드니스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이게 사실은 알고 보면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불의에 대한 합리적 반응이면서도 때로는 이게 광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제 위험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걸 함부로 그냥 이 말을 쓰는 건 적절한가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볼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어떻게 보세요?
◆ 강유정> 그리스 비극을 얘기할 때 반전이라는 표현을 써요. 페리페테이아라고 하는데 이게 뭐냐 하면 몰랐던 것을 알게 된 이후의 반응이거든요. 이 분노가 지금 방금 말씀하신 촛불혁명도 그랬고 몰랐던 것을 알았을 때 분노하게 되는 겁니다. 말하자면 지금 손정우 문제도 잘 몰랐어요. 그런데 결국은 이게 이렇게 됐네라는 다음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겠고 다들 이런 어떤 그런 반응인데 말씀하신 것처럼 이게 어떤 좋은 방향으로 갔을 때는 사회변혁의 에너지가 될 수 있고 저는 반대로 이게 제대로 된 분노의 어떤 해소가 잘 안 됐을 때 아주 자기 파괴적 열패감이 들 수 있다는 생각도 있어요. 그게 옳든 그르든간에. 그 열패감이 어떤 부정적 에너지가 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 사회적 문제의 좀 씨앗이 될 수 있다라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김만권> 실제 이런 열패감들 자체가 되게 파괴적으로 드러났을 때 이게 어떻게 보면 정치폭력이나 이런 것들로 이어지는 현상들이 많았기 때문에 과거에는 이 분노라는 요소를 정치학에서 되게 부정적으로 생각해 왔던 게 사실이거든요. 그리고 정치철학에서도 한나 아렌트 같은 경우가 이 분노는 우리한테 지금 현재 무력감의 표현이라서 어떻게 보면 지금 정의가 실현되는 데에 있어서 도움은 줄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분노 그 자체가 미래에 대한 전망을 담고 있지 않고 그리고 이성적인.
◇ 정관용> 분노는 합리와 이성이 아닌 감정이니까요. 그렇죠?
◆ 김만권> 그러니까요. 그것 자체가 해결책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분노에 너무 몰두하다 보면 그다음 단계를 생각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거든요. 그래서 분노는 일시적으로 그쳐야 되는 문제지. 우리가 분노를 계속 지속적으로 끌고 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런 표현인데요. 나쁜, 그러니까 분노로 날아들어간 사람들은 언제나 나쁜 착륙을 하게 된다라는 말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게 어떻게 보면 분노라는 감정 자체가 사실 컨트롤하기는 되게 힘든 거지만 이게 반드시 이성적인 반성과 같이 있어야 분노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강유정> 맞습니다.
◇ 정관용> 중요한 대목인데 그런 의미에서 분노를 조장하고 이용하는 그런 걸 선동정치라고 보통 부르고 그렇죠.
◆ 김만권> 그렇습니다. 그렇죠. 기본적으로 우리가 정치가 자기의 이익을 실현하고 할 때 사람들을 동원하는 가장 좋은 방식이 분노거든요. 그래서 그 사람들이 분노를 자극해서 그 사람들을 동원하는 방식이 있는데 사실 그런데 이게 정치의 언어로는 괜찮은데 괜찮다고 표현하는 것도 웃긴데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게 최근에는 언론의 언어가 되고 있는 것도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이게 언론 자체가 사람들에게 분노를 유발하거나 그리고 그 분노와 함께 또다시 공포감 조성이라고 해야 되나요? 그러면 사실 알고 보면 사람들을 동원하는 데 있어서 가장 좋은 두 요소를 결합시키는 거죠. 분노와 공포를 결합시켜서 이제 어떻게 보면 사회 갈등을 오히려 부추기고 조장하는 경우가 더 있는데. 이건 명백히 문제라는 생각이 좀 듭니다.
◆ 강유정> 그러니까 가장 이성적인 영역이어야 될 언론에서 지금 이성적인 어떤 어젠다 세팅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못 끄니까 선정적으로 하고 있고 또 정말 많은 언론사들 내지는 개인 언론사도 많잖아요. SNS 미디어를 통한. 이분들까지 다 가세를 해서 모두가 눈에 띄는 것들에서 분노를 이용하고 있는 거죠. 왜냐하면 말씀하셨다시피 분노는 감정적인 것이니까 건드리기가 되게 쉽고 최근에는 감정독재라는 말도 있잖아요. 감정 자체가 상당히 어떤 독재적인 힘을 만들어갈 수 있고 방향성을 만들어갈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사실 저는 언론에 대해서 상당히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만 그다음에 따라온 게 뭐냐 하면 사실은 아예 신뢰하지 않음을 넘어서서 혐오, 관심을 뚝 떨어뜨리는 부분도 생길 수 있어요.
◇ 정관용> 기레기라는 용어, 이런 거.
◆ 강유정> 맞아요. 분노가 지금 너무 놓은데 이 분노에너지를 잘 컨트롤하지 못하면 그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건 아무도 관심없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관심이 없는 세계. 좀 과도하게 이야기하면 최근에 일본이 굉장히 정적인 사회가 됐다라고도 얘기하는데 일본은 사실 분노가 없는 국민들로 유명하기도 하잖아요. 정치부재, 행정부재에 대해서 아무도 거기 그 일본 사람들은 별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굉장히 분노한다라고 얘기를 하는데 그런 부분들에서 이 분노가 굉장히 응집돼 있고 다양한 감정들이 모두가 다 분노로 얘기되는 이 상황은 저는 위험한 시그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김만권> 강유정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그 부분들이 사람들한테 어떤 표현으로 나타나냐면 그럴 줄 알았다.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표현이 나타나는데. 그럴 줄 알았다라는 표현이 담고 있는 아주 위험한 지점은 뭐냐 하면 그래, 그럴 줄 알았기 때문에 그중에서 나 하나가 올바로 행동한다고 세상이 바뀌겠어라고 하는 어떻게 보면 세상이 변하지 않을 거다 그리고 나의 행동 자체가 그렇게 의미 없을 거다라는 방식으로 생각이 전환되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정말 유념해야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게 아까도 나왔던 표현이죠. 분노하다가 열패감에 빠지고 무기력해지고 이런다는 거 아니에요.
◆ 강유정> 세상에 기회가 많았을 때는 같은 현상이라도 가령 제가 1960년대 무진기행 같은 영화나 무진기행 소설이나 그 소설을 영화화한 안개 같은 작품들을 보면 세상에 대해서 바뀌는 자기 자신을 탓해요. 이 감정을 수치라고 부르죠. 나 스스로가 모멸감을 느낀다고 표현을 하는데. 지금은 이 에너지가 다 밖으로 갈 때 분노가 되는 겁니다. 나는 왜 여기에 현실과 타협했을까. 내지는 왜 나는 그 소설에 나오는 대목이죠. 돈 많은 과부와 결혼해서 출세를 선택했을까 이런 게 아니라 나는 왜 출세를 못해, 왜 나한테는 출세의 기회가 안 와, 거꾸로 이 에너지가 밖으로 향하게 되는 건데 안타까운 부분은 그러면서 점점 과거에는 자기를 돌아보는 아까 말씀하신 이성적인, 자기 반성적인 태도가 같이 따라간다면 이 모든 에너지가 바깥으로 향하게 되면 안으로 들어올 에너지가 줄어드는 게 사실 정신분석학에서도 얘기하는 기본적인 심리적인 상태입니다. 외부에 다 에너지가 쏟아지면 안으로 들어올 게 없어지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다 남 탓이 더 먼저하게 되고 제도 탓이 되고 이렇게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 정관용> 제가 자주 쓰는 표현인데요. 남 탓을 하고 지나간 과거 얘기를 하면 그건 갈등이에요, 충돌이고. 그리고 그것을 이끌어내는 힘이 분노죠. 밉고 남이 잘못했다고 판단하고 과거에 잘못한 것들만 계속 떠오르고 저 세력하고는 도저히 공존할 수 없고 그러니 하루 종일 욕만 하는 거죠. 이제 바로 그게 갈등과 적대적 공존관계 아니겠어요. 그럼 이걸 긍정적인 힘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남 탓이 아닌 자기 탓이 필요하고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 그래서 미래를 향해 무엇을 하겠다. 나는 스스로 지난 과거를 돌아보고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라고 할 때 이 사회가 달라진다 이런 표현을 많이 쓰거든요. 멀었네요, 안 되겠네요, 지금 분노사회라 하면.
◆ 김만권> 사실 이게 제가 이런 소리 하면 되는지 모르겠는데 소크라테스가 자기 반성 이야기를 사실 우리 인류한테 처음 꺼내놓은 사람 중의 한 사람인데요.
◇ 정관용> 너 자신을 알라.
◆ 김만권> 자기 반성의 기능이 왜 중요하냐고 하냐면 자기 자신과 평화롭게 지낼 수 없는 사람들은 타자와 결국은 평화롭게 지낼 수 없다라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래서 일단 자기 자신과 조화롭게 살아나가는 법을 배워야 타자와 조화롭게 살아나갈 수 있는데 자기 자신과 조화로워지는 첫 번째 길이 자기 반성이다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 강유정> 그래서 저는 이 분노라는 문제를 자꾸 예리하게 써야 된다는 거예요. 그래야 진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거죠, 이 분노를 통해서. 저는 오늘 얘기 나온 것들 중에 특히 개인적으로 손정우에 관한 얘기들. 한국에 왜 사법적인 정의는 언제나 이렇게 가해자에게 관대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심리적인 정의감을 못 따라오고 있는가라는 정의 문제거든요. 이런 것들이라든가 최숙현 선수의 문제는 왜 살아 있을 때 그녀의 비명을 아무도 못 들어줬을까라는 문제는 분명히 분노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라는 거죠. 그래서 분노라는 말을 넓게 쓰지 말고 아주 작게 예리하게 쓰면 이거 분명 힘이 있거든요. 힘도 있고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이 되는데 분노를 누가 남용하는가. 저는 이 남용한 사람들이 분노를 악용하는 세력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분노는 나쁜 게 아니에요. 하지만 분노가 남용이 될 수 있다는 거죠.
◆ 김만권> 자기 반성과 함께 오는 분노는 언제나 사회 변화에 항상 지름길이 되었고요. 우리가 역사적 사건을 봐도 실제 어떤 큰 분노가 일어났을 때 그게 명백히 이성적으로도 이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 그런 것들과 함께 있을 때 사회변화가 일어나거든요. 그래서 명백하게 분노가 이성적 반성과 같이 간다고 한다면 저는 분노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충분한 건강한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고 하지만 뭐든지 남용되면 그때부터 가치를 잃는데요. 그래서 강유정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 분노라는 이 용어를 좀 더 적합하게 쓰는 게 더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오늘 김 박사께서 몇 번 강조하시네요. 감정적 표출인 분노는 이성적 통제와 함께 가야만 된다. 그런데 그걸 개개인이 알아서 해야 돼요, 어떻게 해야 돼요?
◆ 김만권> 저는 결국은 이게 언론의 도움이 되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 정관용> 그런데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그런 국민 각각에서 나오는 이해관계 충돌이나 또 정서적 충동 등에서 나오는 분노표출 등등을 종합해서 사회의 방향으로 수렴해야 할 정치와 언론이 반대로 분노를 조장하는 정치와 언론이다라고 했잖아요.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냐고요.
◆ 강유정> 저는 우리 시선이라고 했지만 분노라고 바꿔도 될 정도로 매주 세상이 분노하는 주제를 사실 다루고 있어요, 저희가. 그런데 어떤 점에서는 국민 청원 같은 그런 안을 통해서 누가 무슨 분노를 하는지 모르고 살다가 알게 된 것도 많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잘 모르고 살기가 너무 쉬워요, 타인의 분노라는 것은. 일단은 타인의 분노를 알기는 알아야죠. 하지만 그다음부터 이제는 분노가 막 드러나는 상황인 것 같아요. 아동학대 문제도 그렇고 여러 가지 청원을 통해서 보여준 이런 어떤 여러 가지 다양한 양상들을 알았으니까 이제 이 다음이 이제 필요한 거겠죠.
◆ 김만권> 결국은 저는 정치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사회적으로 갈등이 드러났을 때 그것들을 제도적으로 해결해 주는 기능이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사회가 제도가 우리를 구해 주지 못한다고 생각을 한다면 저는 최숙현 선수 같은 선택을 하는 거예요. 기존에 있는 제도에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안 도와줬던 거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제도가 있다라는 데 만족하지 말고 우리가 제도를 돌려야 되고 제도가 없다면 세팅하고 그것을 돌려야 되고 결국은 최종적으로는 정치가 그걸 제도적으로 해결해 주고 언론이 그것을 제대로 감시하는 기능을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지금 정치와 언론이 제역할 못하면 우리 국민들은 또 정치에 대해서 분노해야 돼요.
◆ 강유정> 맞아요.
◆ 김만권> 맞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선거 때마다 표출해야 되죠. 한마디로 분노란 무엇이다. 강유정 교수.
◆ 강유정> 저는 상식의 비명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상식의 비명.
◆ 강유정> 말로 아직은 되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는 거죠. 그런데 대개 분노하는 분들이 요구하는 것은 상식이 아닐까 싶어요. 이걸 말로 표현하지 못하니까 비명을 지르는 게 분노 아닌가 싶습니다.
◇ 정관용> 강유정 교수, 오늘 아주 표현 괜찮았습니다. 분노는 상식의 비명이다.
◆ 김만권> 상식의 비명이다.
◇ 정관용> 김만권 박사.
◆ 김만권> 제가 여기 들어와서 처음부터 끝까지 했던 이야기를 다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성의 도움을 빌려야 진정 힘을 발휘하는 것.
◇ 정관용> 이성의 힘을 빌려야 진정 힘을 발휘하는 분노.
◆ 김만권> 감정.
◇ 정관용> 그런데 그렇게 차분하게 분노하는 사람 있어요?
◆ 김만권> 항상 우리가 뭔가 분노했을 때 항상 그 분노의 가장 큰 문제가 뭐냐 하면 주장이 생략되고 그리고 남의 듣는 일을 생략한다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뭔가 분노할 때 항상 자기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남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그래서 우리가 어떤 문제 해결을 가져가야 되는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해야만 이 분노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강유정> 저는 촛불혁명이 차가운 분노였다고 생각해요. 아무런 유혈사태 없이 차분하게.
◇ 정관용> 그러니까 일단 감정적 반응이 인간도 동물이기 때문에 먼저 나와요. 그걸 추후에라도 이성을 통해서 제대로 만들어내는, 합리화해내는 이게 우리가 해야 할 과제다 이런 말씀이시죠? 강유정 교수, 김만권 박사 수고하셨어요.
◆ 강유정> 감사합니다.
◆ 김만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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