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이 세상에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라고'

김문영 2020. 7. 1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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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독립출판계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던 류형정 작가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듣고 한동안 잠을 설쳤다.

영국 주간지 〈스펙테이터〉에 그림을 그리고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의 표지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던 찰리 매커시는 어느 날 친구와 함께 '용기란 도대체 무엇인가'에 관해, '그동안 했던 가장 용감한 일은 무엇이었는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그림을 그렸고, 그 내용을 개인 SNS에 올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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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찰리 매커시 지음, 이진경 옮김
상상의힘 펴냄

지난 5월, 독립출판계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던 류형정 작가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듣고 한동안 잠을 설쳤다. 올봄 나온 그녀의 신간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를 막 읽고 있던 터라, 그 충격은 배로 다가왔다. 인생이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믿는다. 언젠간 나의 꽃이 피리라는 것을. 보이지 않는 틈에서 필 수 있으니 나를 많이 들여다봐야지”라고 고백하던 그녀가 갑자기 삶과 죽음의 경계를 휘리릭 지나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는 일이 “가장 힘든 시기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라고 한, 이 책의 작가 찰리 매커시의 메시지를 그녀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좀 더 용기를 내라고….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은 우리에게 용기를 내라고, 그리고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라고 말한다. 어린아이가 읽어도, 나이 든 어른이 읽어도 좋을 다정하고 친절하며 따듯한 그림책이다.

책의 구성은 단순하다. 소년이 두더지를 만나며 아주 크게 “안녕”이라고 말한다(책의 서체가 매우 크다). 두더지는 아주 작은 존재이지만 소년은 말한다. 그렇지만 네가 이 세상에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라고.

그렇게 둘은 친구가 되고, 여우를 만난다. 하나에서 둘로, 다시 셋이 된 ‘우리’는 함께 길을 걷고 많은 대화를 이어가다 이번엔 말을 만난다. 이제 넷이 되었다. 그렇게 다시 넷은 대화를 이어가며 우정을 나눈다.

무엇보다 희망에 관한 그림책

단순한 플롯, 짧은 대화체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상상력을 부추기는 수묵화 같은 작가의 그림체와 만나 독자에게 가슴 울리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나와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은 우리의 태도, 우리의 마음가짐, 사랑, 우정, 용기, 그리고 무엇보다 희망에 관한 책이다.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단 한 글자도 놓치기 아까울 만큼 주옥같은 메시지가 가득하다.

그렇다. 우리의 ‘성공’은 ‘사랑하는 것’이고, ‘시간을 낭비하는 가장 쓸데없는 일’이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일’이며, ‘우리가 어떤 일에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자유’이고 ‘자신에게 친절한 게 최고의 친절’임을, ‘용서하기 힘든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임을, ‘어떤 이유로든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건 약한 모습이 아니라 그만큼 강하다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에 집착한다. 이 책에서 두더지는 시종일관 ‘케이크’에 집착하지만 책의 말미에서 케이크보다 더 좋은 게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건 바로 “껴안는 것”이라고 고백한다. 친절함이 모든 걸 압도하고, 때로는 그저 일어서서 계속 나아가기만 해도 용기 있고 대단한 일임을, 우리는 알게 되는 것이다. 책 속에서 날지 못했던 말이 허공을 향해 놀랍게 비상하듯, 우리는 조금 더 희망을 갖고 힘을 내어 삶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영국 주간지 〈스펙테이터〉에 그림을 그리고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의 표지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던 찰리 매커시는 어느 날 친구와 함께 ‘용기란 도대체 무엇인가’에 관해, ‘그동안 했던 가장 용감한 일은 무엇이었는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그림을 그렸고, 그 내용을 개인 SNS에 올려두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곳곳에서 메일이 쇄도했다. “이 그림을 우리가 사용해도 괜찮을까요?”라고 묻는 내용이었다. 중증장애를 치료하는 병원과 청소년학교, 군대 내 외상후 스트레스 치료센터 등에서 온 요청이었다.

생각보다 그림의 파장은 컸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 책은 발간 즉시 영국 아마존 전체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고, 미국 아마존에서 그래픽노블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영국과 미국의 오프라인 서점을 대표하는 워터스톤스와 반스앤드노블에서 ‘2019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위로가 필요한 모든 이에게 권한다.

김문영 (이숲 편집장)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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