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관리품목 100→338개.. 바이오·로봇분야로 확대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 최태원(오른쪽) SK그룹 회장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화수소 협력 공정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소부장 2.0 전략’ 발표

文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할 것”

R&D에 2022년까지 5조 투자

전문가 “인센티브 확대를” 주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GVC·전 세계 분업구조) 재편에 대응해, 정부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강국으로 도약하고 첨단산업 유치·유턴(국내복귀)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GVC 균열이 심화하는 무역 환경 변화를 고려하면 바람직하지만, 무분별한 지원 남발보다는 기술력 갖춘 기업을 선별하는 선택과 집중이 전제돼야 하고, 특히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각종 환경·노동 규제부터 풀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첨단산업 유치·복귀도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9일 오전 ‘소재·부품·장비 2.0 전략’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일본 수출규제에 맞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소부장 경쟁력 강화대책’을 내놓은 지 1년 만이다. 우선, 소부장 공급망 관리 품목을 늘렸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6대 분야를 중심으로 하는 대 일본 품목 100개가 대상이었지만, 환경·에너지, 바이오·로봇 등 신산업 분야로 범위를 넓히고 대상 국가도 미국, 중국 등 전 세계로 확대해 338개를 관리한다. 차세대 전략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에 기존 대책에서처럼 2022년까지 5조 원 이상을 투입한다. 특히 반도체·바이오·미래차 등 미래 먹거리 ‘빅3’ 산업에는 내년에만 2조 원을 투자한다. 한국을 ‘첨단산업 세계공장’으로 만들기 위한 유치·유턴 전략도 마련했다. 산업단지나 경제특구 등 기존 계획입지 일부에 첨단투자지구를 지정해 토지용도 규제 특례, 부담금 감면 등의 혜택을 줄 방침이다.

첨단산업 유치와 유턴에 드는 보조금, 인프라 등에 내년부터 5년간 약 1조5000억 원을 지원한다. 기업과 연구소, 유관기관 간 기술개발, 투자 유치 등 협약도 체결된다. 이날 경기 이천에서 SK하이닉스와 4개 협력사, 융합혁신지원단, 반도체산업협회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산업집적단지)연대와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SK하이닉스가 조성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내에 세계 최초의 ‘양산팹 연계형 반도체 테스트베드(시험장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자리에 참석해 “우리는 일본과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첨단 소재·부품·장비 강국’으로 도약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부장 으뜸기업 100개를 선정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유턴 기업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재근(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GVC 균열이 심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라면서도 “미국·일본 등에 버금가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선별해 장기적 관점에서 지원을 집중해야 하고, 해외 각국이 유턴·유치를 위해 각종 혜택을 주고 있는 점을 고려해 우리나라도 인센티브를 늘리고 규제 완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민병기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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