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정상적 펀드도 환매 못해준다는 '젠투'.. 투자업계 패닉

이경은 기자 2020. 7. 8.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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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3000억 환매 연기 사태

홍콩 현지의 우량 채권 운용사로 알려졌던 한국계 젠투파트너스(이하 젠투)의 대규모 펀드 환매(투자금 반환) 연기로 여의도 투자업계가 패닉에 빠졌다.

젠투는 최근 국내 투자자들이 가입한 1조3000억원 규모의 채권형 사모펀드의 환매를 모두 연기했다. 이달 만기가 돌아온 펀드뿐만 아니라,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도 않은 펀드까지 몽땅 원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운용사가 펀드 수익률을 높이려고 레버리지(대출)를 크게 일으켰는데, 코로나 쇼크로 채권 값이 급락해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투자한 채권이 수익을 낸 다른 펀드들까지 운용사가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법인 고객 비중 70%로 개인보다 높아

젠투는 한국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으로 일했던 신기영씨가 지난 2008년 홍콩 현지에서 설립한 채권 전문 운용사다. 해외에서 유통되는 한국 우량회사들의 채권 매매라는 틈새 투자처를 집중 공략했다.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 상황에 어두워 현지에서 제값을 받지 못한 한국의 우량 채권들을 사고팔아 높은 수익을 낸 것이다.

투자 대상이 해외에서 유통되는 달러표시채권(KP물)같이 어렵고 전문적이다 보니, 전체 고객의 70% 이상은 법인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젠투가 내걸었던 연 2~3% 정도의 목표 수익은 개인 큰손들에겐 딱히 성에 차지 않는 숫자다. 하지만 법인들은 은행 예금 이자보다 약간의 수익만 더 내주면 만족하다 보니 젠투 상품에 앞다퉈 돈을 맡겼다.

◇1조3000억 묶였지만 속수무책

순항하던 젠투는 지난 3월 전 세계 채권 시장이 폭락하면서 위기를 맞게 됐다. 회사의 대표 펀드인 'KS아시아앱솔루트펀드'가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최대 5배까지 레버리지(대출)를 일으키며 공격적으로 투자한 게 화근이 됐다. 이 펀드는 공격적인 레버리지 투자법으로 지난해에만 17%가 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레버리지는 상승장에선 수익률을 몇배로 높일 수 있지만 하락장에선 타격이 매우 크다.

업계 관계자는 "젠투가 해외 증권사에서 대출을 받을 때 회사 자산이 일정 규모 이하로 떨어지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이른바 '운용자산 회수조건(AUM 트리거)' 계약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회사 운용 자산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다른 정상 펀드들을 볼모로 잡고 환매를 안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레버리지를 안 쓴 펀드들은 정상 운용되었지만, 레버리지 펀드가 이미 손실 난 상태에서 환매 자금이 빠져나가면 회사의 전체 운용 자산이 줄어들어 계약에 따라 차입금 상환 요청이 들어오게 된다는 것이다.

신 대표를 상대했던 금융인들은 "국내에서 발생한 옵티머스 같은 사기는 아니고 레버리지를 써서 편입했던 채권들이 급속히 부실화되면서 일시적으로 환매가 막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한 펀드에 신모 대표의 개인 자산도 상당히 들어가 있다고 한다"면서 "해당 펀드 성과를 지키기 위해서 레버리지를 쓰지 않은 정상 펀드들의 환매를 막고 시간을 끌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1조30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하루라도 빨리 돌려받으려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지만, 홍콩 금융 당국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 외엔 마땅한 수단이 없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국내 운용사가 아닌 홍콩 현지에서 설립된 운용사인 데다, 펀드도 조세 회피처인 영국령 저지(Jersey)섬에 등록되어 있어 자산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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