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부동산 문제 가장 시급한 민생현안"..종합대책 무얼 담을까? [김현주의 일상 톡톡]

김현주 2020. 7. 7. 23: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 다주택자·고가주택 세(稅) 부담 강화 등 투기 차단책 내놓을 듯 / 공급 확대책 1∼2주 시차 두고 별도 제시 가능성 높아 / 종부세 등 전방위적 과세 강화책 동원할 듯 / 보유세 강화, 강력한 수요 억제책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 / 양도세 강화로 퇴로 막을 시 '매물 잠김' 지속할 우려 / 매수자·임차인에게 세금 부담 전가될 수 있어 / 전문가들 "정교한 세제 설계 필요"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조만간 발표될 추가 집값 안정 대책을 놓고 정부와 정치권, 학계,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요구와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실수요자·생애 최초 구매자·전월세 거주 서민에 대한 지원 방안 마련, 주택 공급 물량 확대,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 부담 강화를 지시했는데 이 틀 안에서 종합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 문제가 가장 화급한 민생현안이라는 인식하에 우선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의 세 부담 강화 등 투기 차단책을 내놓은 뒤 공급 확대 대책은 1∼2주 시차를 두고 별도로 제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세제와 관련해선 다주택자들의 투기성 주택 매집을 막고 매물을 시장에 토해내도록 하기 위해 종부세 등 전방위적 과세 강화책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1년 미만 주택 보유자나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에 대해서도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기성 주택에 대한 징벌적 세 부담으로 발등에 떨어진 집값 상승에 브레이크를 걸겠다는 것이다. 보유세의 강화는 강력한 수요 억제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른 방향이다.
 
하지만 양도세 강화로 퇴로를 막을 경우 매물 잠김이 지속하거나 매수자나 임차인에게 세금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교한 세제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이번에 나올 부동산 대책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공급 부분이다. 그간 휘둘렀던 수요 억제책만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서 나온 부동산 정책의 방향 전환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안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과잉 유동성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이를 방치할 경우 정부가 어떤 부동산 대책을 내놔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다주택자와 투기성 매매자에게 징벌적인 수준의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5일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의 열기는 되레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서울 곳곳에서 아파트값이 연일 신고가 경신을 지속하면서 규제 효과는 기약이 없는 상태다.

특히 조급증에서 오는 30대의 내 집 장만을 위한 과감한 매수세가 수도권 집값 상승의 기폭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발판 삼아 상급지로 이주하려는 수요도 꾸준한 상황이다.

반면 이 같은 상황에서 30~40대 무주택자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예정에 없던 매수세를 유발하면서 매매시장의 수급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3040대 무주택자 상대적 박탈감 커져…예정에 없던 매수세 유발, 매매시장 수급불안 부추겨

60대 이상은 집값에 노후는 물론 생계를 저당 잡힌 상황에서, 30대 자녀의 내 집 장만에도 힘을 보태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도 서울 전역에서 신고가 경신 행진이 그치지 않고 있다. 특히 대출 규제가 막힌 15억원 초과 시장의 경우 거래 두절이 심각하지만 중저가 시장은 아직도 열기가 뜨겁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 길음역금호어울림센터힐은 지난 4일 전용 84.8㎡가 9억2500만원(5층)에 거래돼, 9억원을 돌파했다.

종전 최고가 8억5000만원보다 7500만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현 시세가 9억원을 넘어설 경우 대출 규제가 커지는 불이익이 있음에도 매수세는 계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양천구 목동 현대 전용 57.84㎡도 이달 1일 9억1500만원에 손 바뀜이 일어나면서, 종전 최고가(8억5000만원)를 넘어 9억원을 돌파했다.

이밖에도 기존 최고가가 4억~5억원대였던 서울 중구 충무로4가 진양상가 전용 107.9㎡(6억1000만원), 광진구 자양동 와이엠 프라젠스파 56.13㎡(6억1000만원), 금천구 시흥동 관악산벽산타운5 전용 114.84㎡(6억원) 등이 6억원 고지를 돌파하며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 불어 닥친 열기를 방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각종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열기를 더하는 이유로 역설적이게도 '규제 영향' 꼽고 있다.

수도권 전체에 대한 전방위적인 규제가 '기왕이면 서울'이라는 그릇된 신호를 유발해 투기심리가 다시 서울로 회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각종 규제에도 서울 집값 '후끈'…투자수요 '수도권→서울'

특히 업계에서는 30대의 과감한 매수세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의 경우 사회 초년생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모아둔 자산이 많지 않아 주택 매입에 소극적인 계층이었으나 최근 몇 년간 적극적인 매수층으로 돌아섰다. 실제로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를 가장 많이 매입한 연령대는 30대로 전체의 30.7%를 차지한다.

6·17 대책 이후에도 30대의 매수세는 그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에서 6·17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6일까지 약 20일간 집합건물(아파트, 오피스텔 등)의 '매매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을 매수인 연령대별로 보면 40대(40~49세)가 4537건으로 가장 많지만, 30대(30~39세)도 4505건으로 불과 32건 차이에 불과했다. 이어 ▲50대 3834건 ▲60대 2510건 ▲20대 1083건 ▲70대 이상 903건 등이다.

최근 몇 년간 집값이 치솟으면서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이라도 해서 집을 사야 한다는 강박으로 30대의 매수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지금 아니면 주택 매입 기회는 없다'는 공포감이 매수세를 부추기는 이른바 '패닉-바잉'(Panic-buying) 현상이다.

코로나19 대응 정책으로 시중 유동성이 사상 최대치로 풀린 가운데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주요 지역 집값이 치솟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반면 30대의 매수 행렬의 결과는 집값 상승으로 나타나 집주인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같은 기간 집합건물의 매도인을 연령대별로 보면 50대가 3557건, 60대가 3547건으로 가장 많고, 40대가 3316건, 70세 이상이 2028건 등 순으로 집계됐다. 30대는 1716건, 20대는 197건에 그쳤다.

40~50대의 경우 매수가 매도보다 많아 기존의 주택을 팔고 새로운 주택을 매수하는 상급지로 이주하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사실상 30대 '큰 손'의 등장으로 서울 주택시장에서 40~50대가 기존 집을 팔고 다시 사는 연쇄적인 과정에서 집값 상승세가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60대 이상의 경우 매매보다 매수가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유예를 결정한 데 따른 영향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30대의 과감한 매수세가 어디서 기인한 것이 보여주는 지표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6·25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인 에코 부머(1979년~1985년생)인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이 주택 시장에 주축이 된 배경이 부모 세대의 현금 지원이 있어서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막히고, 청년 실업이 장기화하고 있는 시대에 30대의 과감한 주택 매수세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려울 정도"라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모 찬스'가 있음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부모 찬스'…30대 과감한 주택 매수 행렬

반면 수도권 주택시장이 혼란의 양상을 거듭하자 무주택자의 박탈감이 커지면서 매수세를 부추기는 악순환이 연출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주택 매수에 대해 문의하는 30~40대 무주택자들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은 수도권 조정대상지역 내 집 장만 계획을 털어놓으며 조언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박탈감, 대출 규제 상황에 대한 한탄 등을 늘어놓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이에 그동안 자금력과 가점 부족으로 청약 시장에서 소외당했던 30대 후반~40대 초반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히기 위한 추가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사실상 최근 집값은 30~40대 젊은 층이 다 올려놓고 있는데, 정부는 이들의 주택 장만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진 상태"라며 "부동산 시장이 투기 시장처럼 변질하면서 유주택자와 무주택자간의 계급투쟁의 장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젊은 층의 불안감을 잠재울 만한 마땅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요자 불안감 잠재울만한 해법 찾기 쉽지 않을 듯

한편 청와대와 집권 여당 등 여권 전반에 '부동산발(發)' 악몽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최근 집값 급등 기세에 따른 민심 이반에는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단순히 정책의 실패를 넘어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의 다주택 보유 등 부동산 관련 처신이 국민 눈 밖에 나면서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초선 의원들을 대상으로 주택 소유조사를 벌이며 다주택 해소를 유도하고 나선 것도 이런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재선 이상 의원의 경우 올해 초 재산신고를 바탕으로 다주택 문제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민주당이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시장이 정부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면서 국민 불만도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12·16 부동산 정책도 약발이 다한 듯 집값은 특정 지역에서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특단의 대책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여당도 서둘러 소속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주택 현황 파악에 착수했다.

해당 주택지가 투기지역 또는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에 해당하는지를 선별하고, 이 지역에 2채 이상의 집을 보유한 사람을 거를 계획이다. 당에서는 해당 의원에게 매각 처분 의사를 다시 확약받고 약속된 기한 내 처분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지난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장의 서약서를 제출받았다. 서약서에는 '당선될 경우 부동산 규제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 시 2년 안에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1주택 외에 다른 주택을 매각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각자의 서명을 날인했다. 이 서약서는 현재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76명 모두에게 해당한다.

◆'부동산 문제' 민주당 아킬레스건…"과거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에 정권 뺏겼다"

부동산 문제는 현 집권 여당엔 아킬레스건과도 같다. 노무현 정부 때에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자 안정화를 위해 여러 차례 정책을 내놓았지만 결국 실패했다. 당시 민주당 일각에서는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에 정권을 빼앗겼다"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동산은 골칫거리임이 틀림없다. 매번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정부의 방향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지난해 12·16 대책에 이어 6·17 대책까지 나온 것도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취임 초부터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6·17 대책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시장을 겨냥해 "지금 최고의 민생 과제는 부동산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올해 초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지금의 대책이 뭔가 조금 실효를 다 했다고 판단되면 또 보다 강력한 대책,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당시 청와대는 정부의 대책 제시를 "부동산 문제가 잡힐 때까지"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충북 청주 아파트 매매 발표 소식도 또 다른 악재가 됐다.

노 실장은 지난해 12월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청와대 다주택자들에게 주택 매각을 권유했다. 기한은 6개월로 한정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노 실장을 비롯한 다수의 청와대 참모들은 집을 매각하지 않았다.

◆경실련 "민주당 원내대표 총선용 보여주기식 서약 국민에게 사과하라"

노 실장은 6·17 대책 이후 청와대 참모들의 주택 매각을 거듭 압박하면서 서울 반포에 있는 아파트와 청주 아파트 중 청주 아파트를 팔겠다고 하면서 구설에 올랐다. 1채만 남기겠다며 솔선수범 차원에서 매각 의사를 밝힌 것인데 효과는 반감된 셈이다.

실제 여론은 이 같은 고위공직자들의 수도권 다주택 보유에 차가운 시선을 보내면서 특히 노 실장이 서울 아파트를 남기기로 한 데 대해 실망을 드러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민주당 원내대표는 총선용 보여주기식 서약을 국민에게 사과하고 다주택 의원들은 즉각 주택 처분을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