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서 "무릎 위 앉아라"..제2의 최숙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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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세상을 떠난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을 계기로 실업팀 전반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독과 동료 선수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당한 최 선수의 사례가 다른 실업 선수들에게도 드물지 않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선수 F씨(26)는 "싸움이 길어지수록 선수가 너무 힘든 만큼 사건을 좀 더 빨리 처리해줬으면 좋겠다"며 "또 문제를 얘기한 선수는 질타받지 않고 잘못한 사람이 처벌받는다는 사례를 잘 알려준다면 피해자가 더욱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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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우울증인 거 몰랐는데 이전 소속팀에서 자살 시도를 하고 나왔어요. 저 같은 선수들 꽤 있는데 대부분 자기가 우울증인 걸 몰라요. 그냥 '정신력이 약하다', '이겨내야지' 이렇게 되곤 해요. 최근 감독과 갈등이 벌어진 이후 1년 치 수면제를 다 먹고 두 번째 자살 시도를 했어요."(실업선수 A씨·28)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을 계기로 실업팀 전반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독과 동료 선수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당한 최 선수의 사례가 다른 실업 선수들에게도 드물지 않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다"고 했다. 폐쇄적인 구조 뒤에 숨어 이들이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할 수 있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업선수 125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실업팀 선수 3명 중 1명은 언어폭력을, 4명 중 1명은 신체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구조에서 지도자는 본업인 운동과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도 선수들을 개인적으로 부렸다. 선수 B씨(26)는 "미리 통보도 없이 감독이 '오늘 회식 있다' 이런 식으로 없이 강압적으로 요구하고 억지로 술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심지어 2차로 노래방에 강제로 데려간 뒤 자정이 넘도록 돌려보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B씨는 "운동 선수는 회복이 굉장히 중요한데 밤늦게까지 쉬지 못하니까 힘들다"며 "운동을 잘하기 위해 실업팀에 간 건데 운동을 그만두게 하는 요소가 많다"고 했다.
특히 여성 선수를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르는 지도자도 많았다. 팀 닥터가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져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최숙현 선수의 사례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이런 문제를 직접 외부에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팀 내부 구조 자체가 폐쇄적인 데다 문제제기 이후 벌어질 상황에 대한 불안감도 크기 때문이다. 실업팀 생활의 어려움을 대처하는 방법에 71.7%가 '괜찮은 척 웃거나 그냥 넘어감'이라고 답변했을 정도다.
선수 D씨(27)는 "성추행·성폭행 피해는 언론에 밝혀야만 가해자를 벌 받게 할 수 있는데 선수에게는 꼬리표가 될 수 있다"며 "내부 일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배신자 이미지가 된다는 두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선수 E씨(23)는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하면 팀을 없애버린다"며 "그럼 선수도, 다른 팀원도, 지도자도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했다.
선수들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문제를 확실히 해결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앞서 최숙현 선수는 경찰, 대한체육회 등 여러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선수 F씨(26)는 "싸움이 길어지수록 선수가 너무 힘든 만큼 사건을 좀 더 빨리 처리해줬으면 좋겠다"며 "또 문제를 얘기한 선수는 질타받지 않고 잘못한 사람이 처벌받는다는 사례를 잘 알려준다면 피해자가 더욱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허정훈 중앙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문제가 있는 지도자는 일벌백계하고 다시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없도록 가해자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제2의 최숙현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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