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쉽게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재활용률 높이려면?
보통 일주일 간격으로 꼭 한 번, 이 일을 하게 됩니다. 정해진 요일, 한정된 시간에 맞춰 재활용 폐기물을 분리 배출하는 겁니다. 넓은 공터에 폐지, 비닐, 캔, 플라스틱 등이 가지런히 분류됩니다. 정확성을 요하는 일입니다. 플라스틱이 가득 담긴 자루에 슬쩍 다른 걸 넣었다간, 이웃의 눈총과 현장 관리자로부터 재분류 요청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높은 수치의 재활용 폐기물 분리 배출률은 이 같은(엄격하고도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나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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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news.sbs.co.kr/d/?id=N1005867023 ]
● 일회용 플라스틱 컵, 어떻게 버리면 되나?
실천 가능한 재활용률 높이는 법과 아울러 몇 가지 논란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투명 일회용 플라스틱 컵부터 다뤄보죠. 보도 이후 "일회용 컵, 재활용 안 되는지 몰랐다", "어차피 소각되는 것이라면,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하나"는 질문이 꽤 많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재활용 안 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소각한다는 건데 이는 컵의 재질이 통일되지 않아 벌어지는 일입니다. 대부분 PET 재질이지만, 간혹 PS나 PP컵들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재활용 공정이 이뤄지기 위해선 이 재질별 분류가 이뤄져야 하는데(섞이면 절대 안 됩니다!), 이는 수(手)선별의 영역입니다. 선별장에서는 인건비 등의 문제로 이 일을 못 할 뿐 아니라, 재활용 업체도 물건을 받지 않으니 아예 소각 대상으로 분류하는 겁니다.
대안으론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줄곧 언급돼 왔고, 지난 5월 관련법이 통과됐습니다. 쉽게 쓰고 쉽게 버리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오는 2022년 6월부로 시행됩니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일회용 컵 재질 통일에 대한 기준 등을 조만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재활용 가능 자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종량제 봉투가 아니라 재활용 폐기물로 분류해 버려야 합니다.
● 번거로운 게 핵심…"잘 씻고, 잘 분리하고"
폐플라스틱의 재활용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 바로 '이물질'입니다. 잘 씻어서 버리지 않는 게 문젭니다. 음식물이 묻어 있거나,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지 않은 채 플라스틱 용기 그대로 배출하는 건데 그냥 넘길 게 아니라 이 자체가 재활용 공정에 치명상을 입힙니다.
"이물질 묻어 있는 거 이런 거 다 버려야 해요. 전 과정에서 잡아내는 직원분이 계세요. 엄청 고된 업무죠. 이물질이 묻어 있으면 품질이 떨어지니까요. 이런 것들은 깨끗하기만 하면 전부 재활용이 되는 것들인데..."
선별장 관리자의 설명입니다. 깨끗한 원료를 오염시킬뿐더러, 이를 선별해 내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많다고 말합니다. 소각 비용도 많이 듭니다. 번거롭더라도 '배출 책임'이 있는 각 가정에서 좀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플라스틱 재질의 문제도 있는데, 이는 다소 복잡합니다. 일례로 플라스틱 폐기물 분류 시 PET, PS, PP, PE 등 종류에 맞게 배출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도 있습니다. 그럴 필요까진 없어 보입니다. 대신 플라스틱 용기에 붙어 있는 라벨, 비닐류는 제거한 상태에서 버려야 합니다. 잘 떼어지지 않더라도 노력은 해야 합니다. 페트병의 경우, 뚜껑을 분리하고 비닐인 라벨을 제거한 채 버리는 것. 이상적인 형태의 분리배출 방식입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내가 조금 번거로우면 그만큼 재활용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 재활용은 공동의 '윤리'…남은 과제는?
폐플라스틱 재활용의 구조, 대략 이렇습니다. 분리 및 배출->선별->재활용->수출 및 활용의 수순입니다. 소비자는 위에서 언급한 번거로움을 감수한 채, 잘 버려야 하고 생산자는 좀 더 재활용이 용이하게끔 제품의 재질 구조 개선에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선별 및 재활용 업계는 공정 단계를 밟으면서 그간 버려왔던 것들을 어떻게 하면 재활용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부피가 작아 그간 버려왔던 폐플라스틱을 시스템 개선으로 재활용 가능하게끔 바꾸는 등의 방식입니다. 재활용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는 각 주체가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정교한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재활용은 '공동의 윤리'입니다.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잡음이 일거나 삐걱 이면, 산업 전체 나아가 일상으로 그 피해가 번지는 구조인 겁니다. 사소해 보이는 재활용 문제, 우리 삶의 터전을 좀 더 깨끗하고, 살만하게 만드는 일과 긴밀히 이어져 있다는 게 취재의 결론입니다.
▶ [플라스틱의 불편한 '진실'①] 바다거북의 '다잉 메시지'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869722 ]
손형안 기자sh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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