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처럼 '누리호 상업발사' 구상 내놨지만..예타 탈락(종합)
가장 대표적 민간 우주기업인 스페이스X는 인공위성 발사 대행 서비스로 매년 30억 달러(3조 6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물자 배송은 물론 지난 5월, 2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운 유인우주선 크루드래건 발사에 성공하며 우주관광을 위한 ‘우주택시’ 서비스도 본격화하는 등 상용 우주 비행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처럼 커지고 있는 상업용 우주항공 시장에 2조원 가까이 투입한 한국형 위성발사체 ‘누리호(KSLV-Ⅱ)’도 진출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한 밑그림이 지난 3일 열린 ‘제1회 항공우주사이언스미디어아카데미’에서 제시됐다.
조상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발사체 보증팀장은 한국과학기자협회와 항우연이 공동으로 마련한 이날 행사에서 “누리호 기반의 우주수송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행 기술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누리호 개발 현황과 누리호 이후’를 주제로 발표한 조 팀장에 따르면 누리호는 내년 2월과 10월 두 차례 발사한 후 주엔진 고성능화, 3단 다단연소사이클엔진 기술 확보, 구조 경량화, 위성 다중 투입 기술 개발 등에 착수하는 고도화사업을 추진한다.
‘다단연소엔진사이클엔진’은 미처 다 타지 않은 미연 연소가스를 재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연소 효율을 약 10% 높일 수 있고 추력 향상 효과도 있어 무거운 발사체를 더 멀리 보낼 수 있다. 위성 다중 투입 기술은 여러 개 위성을 하나의 로켓에 실어 목적한 궤도에 각각 올려놓는 고난도 기술이다. 800kg급 위성 2개를 각각 지상 500km, 700km 궤도에 투입하는 형태를 예로 들 수 있다.
항우연은 이를 통해 오는 2030년을 목표로 한 830kg급 달 탐사선 발사 성능을 확보함과 동시에 동남아시아나 중남미 등 신흥국 등을 대상으로 한 위성 발사 대행서비스 시장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신흥국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통신환경 개선, 자연재해 대처, 군사 분야 활용 등 인공위성을 직접 보유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된만큼 폭넓은 수요가 있다는 전망이 더해졌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발사체에 적용하는 기술 수준과 신뢰도, 안전성 등을 확보하는 게 우선된다. 조 팀장은 “내년에 두 번 발사로 신뢰도를 확보했다고 얘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누리호를 앞으로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총 4회 추가 발사하고, 이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로 기술을 한층 업그레이드해 개량형 한국형발사체를 제작한 뒤 2029년, 2030년에 최종 발사해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이런 계획들은 지난달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하는 고배를 마셔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우주 분야에 대한 집중적·지속적 사업 수행을 위해 ‘우주청’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지난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줄 우주청을 국무총리 소속으로 신설하는 내용의 우주개발 진흥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주개발 분야는 거시적·장기적 관점에서의 일관된 정책 수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팀장은 “앞으로 예정된 발사 수요는 코로나19(COVID-19)로 생산시설·인력 유지, 수익성 확보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200여 개 우주 관련 기업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기술이전을 통한 국내 산업체 역량 강화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민간이 우주탐사에 참여하는 ‘뉴 스페이스’를 시대에 대응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 3단으로 이뤄진 누리호는 1500kg급 저궤도 실용위성을 우주로 이송할 발사체(길이 47.2m, 중량 200톤)로 해외 우주선진국의 도움 없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1월 75톤급 엔진을 탑재한 시험발사체가 비행성능 시험에 성공했고, 2단, 3단 엔진의 성능은 안정성이 확보된 상태다. 올해 하반기엔 가장 큰 추력을 갖고 있는 1단을 조립, 종합연소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항우연에 따르면 1단부 체계개발모델(EM)에 엔진 없이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는 수류시험을 8월초까지 진행하며, 75톤급 엔진 4기를 클러스터 방식으로 묶은 300톤급 엔진의 연소시험을 곧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일부 언론이 내년 2월로 예정된 누리호 발사가 수 개월 뒤로 미뤄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료탱크 외피, 엔진에 불꽃을 일으켜 연료를 점화하는 파이로 시동기 등의 제작을 맡은 민간 협력업체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제작·납기 일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다.
항우연은 이에 대해 “보도 내용은 1년 혹은 수 년 전에 발생했던 일로 탱크는 탱크대로, 시동기는 시동기대로 모든 부품 제작방식은 병렬 형태로 이뤄지므로 한 부품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전체 일정이 차질을 빚는 건 아니다”라며 “구동기 개발이 지연될 때는 다른 부품 테스트를 먼저 앞당겨 하는 식으로 전체 제작 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왔다”고 말했다.
또 “하반기 예정된 75톤 엔진 4기 클러스터링 작업 등이 마무리 되면 오는 9월쯤 열리는 전문 위원회를 통해 내년 2월 발사가 가능한지 전체 일정을 조율할 필요가 있는지를 판단하게 된다”면서 “현재까지 우리 목표는 2월 발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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