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공간의 탄생.. 18세기 욕망·사생활 엿보기

‘18세기의 방’은 한국18세기학회에서 활동하는 인문학자 27명이 ‘방’을 키워드로 18세기 방에 얽힌 이야기와 역사를 탐구한 책이다. 방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18세기 동서양에 나타난 주택구조, 인테리어 등의 변화를 추적하고 사생활을 구성하는 방의 의미를 풀어냈다. ‘18세기의 맛’, ‘18세기 도시’에 이은 이 학회의 세 번째 책으로, 포털에 연재됐던 내용을 재정리해 출간한 것이다.
책에 따르면 서양에서 집이 사생활을 보장하는 안락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18세기에 들어서 개인 공간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종류의 방이 배치됐다. 이에 따라 개인의 취향을 살린 새로운 가구와 물건이 인기를 끌게 됐다. 당시 귀부인의 침실 옆에는 개인용 ‘클로젯’이 만들어졌다. 독서와 사색을 오롯이 즐기는 자기만의 서재가 만들어졌고, 여성들이 주로 쓴 글쓰기 책상도 보급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오만과 편견’을 남긴 소설가 제인 오스틴도 이때 응접실 창가 작은 탁자 위에 아버지가 선물한 ‘글쓰기 상자(writing box)’를 올려놓고 글을 썼다.
이 시기 귀부인의 화장방은 여성이 바깥으로 나가기 전 씻고 치장하는 사적 공간이지만 사교 공간이기도 했다. 귀부인은 화장방에서 아침부터 애인과 상인 등이 많은 이들을 접견했다. 잠자리에서 갓 일어난 차림으로 접견을 시작해 방문객들이 보는 앞에서 몇 시간에 거쳐 머리와 몸치장을 했다. 화장방 침대 옆에는 실내용 변기를 감춰둘 수 있는 캐비닛을 두기도 했다. 방은 청결과 교양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미덕으로 가려지지 않는 몸의 진실이 공개되는 장소였다.

1807년 노예제 폐지법이 영국의회에서 통과되기 전까지 영국과 식민지에는 노예가 존재했고, 부유층 여성은 흑인 시동을 거느렸다. 이들은 하인에 속했지만 사실은 재산으로 거래됐고 원숭이처럼 부와 유행을 과시하는 전시용이었다. 주인의 초상화나 가족 초상화에 절대 등장하지 않는 다른 하인과 달리 흑인 시동은 애완견, 원숭이, 앵무새와 함께 애완동물로서 포함됐다는 것이다. 흑인 시동은 마치 개 목걸이를 연상시키는 은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책은 문학, 역사, 미술·디자인·조형, 도시·건축 등 다양한 측면에서 주로 18세기 서양의 방을 둘러본다. 당시 사람들의 내밀한 공간을 들여다보며 욕망과 사생활을 그대로 보여준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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