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케이카·현대차 대리점에 노조가 있다고?
고급 자동차의 대명사 포르쉐, 국내 1위 자동차 회사 현대자동차 대리점, 중고차 1위 회사 케이카의 노동조합 성공 사례를 다룬 연구서가 발간돼 자동차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3개 회자는 모두 ‘딜러’라고 불리는 자동차 판매직들이 노조를 만든 곳이다. 3개 회사 노조는 모두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이다. 포르쉐와 케이카는 지난해 처음으로 사측과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체결하면서 노사 협상 파트너로 공식적인 지위를 획득했다.
한국사회학회는 이달 초 발간한 학술지 <한국사회학> 54집 2호에 ‘자동차 판매노동자의 조직화 영향 요인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 작성자는 황현일 창원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이다. 이 논문은 포르쉐 핵심 딜러사인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SSCL)의 직원들로 구성된 민주노총 금속노조 서울지부 포르쉐지회(이하 포르쉐 노조), 현대자동차(005380)와 전속 계약을 맺고 현대차를 판매하는 대리점 직원들이 주축인 자동차 판매연대(이하 판매연대), 국내 1위 중고차 판매 회사인 케이카(K Car) 직원들이 있는 케이카지회(이하 케이카 노조) 근로자들이 노조를 조직하고, 사측과 교섭하는 과정을 다루었다.
이들은 대공장 생산직 위주인 자동차 산업 노동운동에서 흔치 않은 판매직 노조다. 설립된 것도 몇 해 되지 않았다. 포르쉐 노조는 2015년 설립되었으며, 2018년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그리고 2019년 11월 첫 단체협약을 맺었다. 케이카 노조는 2017년 설립돼, 2018년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단체협약을 맺은 것도 지난해다. 판매연대는 2015년 설립되었으며, 2018년 5월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복수의 대리점주가 사용자이며, 기업노조가 아니다.
황 연구원은 이들 노조가 만들어진 배경으로 낮은 임금과 고압적인 조직 문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케이카의 경우 2017년 당시 월 평균 30대를 팔아도 급여는 월 200만원이 안 됐다. 지점장을 중심으로 10~20명 정도의 판매사원이 있고, 판매사원들이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 구조다 보니 수직적 군대문화가 심했다. ‘625 짬밥데이’라고 해서 매년 6월 25일이 되면 군복을 입고 와야 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일부 지점의 경우 실적이 나쁘면 목봉을 드는 기합을 가하기도 했다.
포르쉐는 기본급이 아예 없어 판매 실적이 나쁜 직원의 경우 한 달에 10여만원 정도만 받는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차량 가격 할인, 출장비, 고객에게 제공하는 선팅·블랙박스·액세서리 비용도 모두 직원들이 부담해야 했다. 휴일 당직 근무를 할 때 수당 등도 지급되지 않았다. 황 연구원은 "포르쉐 지회 노동자들은 상당 기간의 판매 경력을 갖고 있고, 자신들이 수입차 판매 최고의 인재라는 자부심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점장 혹은 대리점 소장이 자신의 권한을 자의적이고 권위적으로 행사하는 등의 상황에서 직업적 자부심을 상실하며 불만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대리점의 경우 대리점 소장들이 "판매 부진자를 대상으로 갖은 모욕과 무시의 언사를 통해 퇴출을 압박"하는 등 비인격적인 대우를 가했다.
이들의 불만이 폭발하게 된 사례는 회사의 임금 삭감, 매각 등의 외부 ‘충격’이었다. 포르쉐의 경우 2014년 판매 성과급을 40% 깎겠다고 한 게 발단이었다. 포르쉐코리아가 설립되고 SSCL이 딜러사 지위만 갖게 되면서, SSCL이 마진이 준 만큼 판매 수당을 낮추겠다고 한 것이었다. 2015년 판매직 직원 70여명 전원이 한 번에 노조에 가입하면서 사측(SSCL)과 노조 인정을 둘러싼 갈등이 시작됐다. 케이카는 2017년 SK그룹이 케이카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노조 설립이 추진됐다.
판매직 노조들은 기존 노조보다 더 다양한 수단을 사용했다. 케이카 노조의 경우 인터넷 개인방송 서비스인 아프리카TV를 이용해서 조합원들과 소통했다. 포르쉐는 노사 분규 중재를 맡는 지방노동위원회 중재 뿐만 아니라 회사를 상대로 한 법적 소송도 진행했고, ‘억대 자동차를 파는 회사와 노동기본권을 지키지 않는 회사’로 이슈를 프레임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또 두 노조는 사측과의 교섭을 통해 근로자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면서 조합원들의 노조에 대한 효능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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