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윤석열을 정치인으로 만들었나?

이승철 입력 2020. 7. 1. 16:02 수정 2020. 7. 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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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쪽이라 불리우던 검사

과거 대쪽 검사로 이름을 높였던 이들이 몇몇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기억나는 사람이 안대희 전 대법관이다.

지난 2003년 지금은 사라진 대검 중수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해 한나라당이 트럭으로 불법정치자금을 실어나른 이른바 ‘차떼기’ 사건을 파헤쳤다. 요즘은 피의 사실 공표라며 온갖 지탄을 받지만, 당시 대검 중수부장실에서 기자들과 진행 상황에 대해 문답을 주고받던 모습이 선명하다. 대검 앞에 응원 화환이 늘어설 정도로 국민적 지지도 받았다.

그 후 검찰 출신으로 대법관까지 지냈으니 공직에서 갈 수 있는 길은 다 걸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안대희 전 대법관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수사를 했던 한나라당의 후신인 새누리당에서 정치에 뛰어든다.

박근혜 정권 2기 총리후보자로 나서며 본격적인 정치인으로서의 변신을 꾀했다. 2014년의 일이니까 중수부장으로 차떼기 사건을 수사한 지 10년이 넘은 뒤였다. 하지만 우리는 그 결과를 잘 알고 있다. 불과 일주일도 안 돼 안 전 대법관은 총리후보자를 자진 사퇴하면서 우리 기억에서 잊혀졌다.

■ 그리고 또 한 명의 대쪽 검사, 윤석열

그리고 또 한 명. 안대희 전 총장 이후 대쪽 검사로 칭해지던 이가 바로 현재 검찰 조직을 이끌고 있는 윤석열 총장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을 맡으며 좌천됐고 문재인 정부 시절 역으로 당시 꿋꿋하게 수사를 이끌었던 점을 인정받아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 총장에까지 발탁됐다. 특수통 검사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윤석열 총장이 대선 후보군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3위에 오르며 화제 아닌 화제가 됐다. 심지어 야권 주자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지지율이 10%를 넘어서 단연 1위다. 현직 검찰총장이 대선 후보로 그것도 야권 대선 후보로 언급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 이제는 해석이 따라붙는 윤 총장의 행보

지난해 조국 전 장관 수사가 한참 진행될 당시 검찰의 수사에 대해 불만과 이의는 제기할지언정 해석을 다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검-언 유착' 사건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상황, 특히 윤 총장의 지시를 둘러싸고는 '해석'이 따라 붙는다.

최근 논란이 되는 '전문수사자문단'의 경우 한동훈 검사장과 유착 의혹이 제기된 채널 A 기자 측에서 소집을 요구하는 진정서가 제출된 후 윤 총장이 실제 소집을 결정하면서 뒷말을 낳고 있다.

전문수사자문단 규정을 보면 일선 수사팀, 대검찰청 소관부서, 인권수사자문단 등이 검찰총장에게 자문단 소집을 건의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해당 권한이 없는 수사 대상자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수사자문단을 소집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여기에 뒤따르는 것이 '자신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윤석열 총장이 수사자문단을 소집했다는 해석이다.

"최측근 한동훈 지키려고 총장이 너무나 무리수를 드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대검 부장들하고도 완전 틀어졌지." 모 검찰 간부의 말이다. 대검에서는 '수사팀과 대검 형사부의 의견이 달라 소집된 것'이라 말하지만, 일련의 과정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다.

■ 검찰총장의 지시가 해석되는 상황…이러면 누가 검찰을 신뢰하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조직이다. 그 행보에는 권위가 있어야 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전적으로 받아야 법의 안정성을 꾀할 수 있다.

그런데 총장의 권한인 수사자문단 소집에 '해석'이 따라붙고 심지어 가장 핵심 부서라 할 수 있는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찰 총장은 수사에 간섭하지 말라'는 식의 입장표명까지 나오면 이건 큰 문제다.

검찰 개혁과 검찰 조직의 사분오열은 결이 다른 문제다. 하나의 수사를 놓고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이 몇 시간을 두고 각각 입장을 내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후 이뤄질 수많은 수사와 검찰의 결정에 어느 국민이 쉽게 수긍의 눈길을 보내겠는가.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을 했다고 말해도 국민에 의해 해석이 되기 시작하면 이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온갖 비난을 쏟아내고, 누군가는 환호하는 '대선 주자 3위 윤석열'이 갖는 의미가 참 복잡한 이유다.

이승철 기자 (neo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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