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칼럼] 사회주의 '지옥문'이 열렸다
단테의 '신곡'을 보면 지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이런 경고문이 붙어 있다. "이곳에 들어오는 그대들, 모든 희망을 버려라." 경고는 또 이어진다. "당신은 나(지옥문)를 통해 '슬픔의 도시'로, '영원한 고통'으로, '파멸된 인간들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지옥은 희망이 없는 곳이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인간에게 '영원한 고통'을 안겨준다. 지옥의 고통은 현실 속에도 존재한다. 구소련, 중국, 쿠바, 북한과 같은 공산·사회주의 체제에서 살아야 했던 국민이 겪은 일이다. 사회주의 공동체가 그리는 '유토피아' 세상은 허상이다. 지나온 70여 년의 사회주의체제 실패 경험이 그걸 입증한다. 그런 사회주의의 '미몽'(迷夢)에 빠져, 아직도 혁명을 꿈꾸는 시대착오적 세력이 있다는 건 역사의 아이러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 이후 우리 사회를 사회주의로 끌고 가려는 '불순한' 기운이 강해지고 있다. 국민의 사유재산 행사를 노골적으로 제약하려는 시도도 크게 늘었다. 청와대와 정부, 민주당 인사들이 번갈아가며 퍼붓는 토지공개념 공세가 대표적이다. 박주민 의원은 지난달 세입자가 원하면 임대차 계약을 무한 연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이용선 의원은 "토지공개념을 빠르게 정착시켜 부동산이나 투기개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추미애 법무장관은 지난 2017년 "우리 사회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입구"라며 토지공개념 도입을 주장했다. 여기에는 토지공개념을 징검다리로, 개헌을 모색하려는 의도가 숨겨진 것으로 보인다. 문 정권은 2018년 3월에도 토지공개념을 포함한 개헌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
걱정되는 건 지난 3년간 문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해 국민들이 사회주의적 습성에 깊숙이 물들었다는 사실이다. 청년층은 무상교육과 무상진료, 공공 임대주택을 당연한 복지정책으로 여긴다. 모든 국민에게 생활비를 나눠주는 소득분배제에 대해서도 별 부담을 안 느낀다고 한다. 국가에서 받는 공짜 배급제에 무감각해진 것이다. 마치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속 물에 천천히 익어 죽는 개구리의 신세가 그럴까. 한국 민주주의의 근본 토대가 맥 없이 허물어지고 있다.
사회주의의 최종 목표는 생산수단 사유화의 완전 철폐다. 사유재산 철폐는 중국 마오쩌둥(毛澤東) 시절이나, 스탈린 치하 구소련처럼 강제적 방식이 아닌 점진적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금은 점점 많아지고, 기업과 개인은 더 많은 규제에 시달려야 하며, 고용과 해고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증세와 규제 확대는 경제를 훼손시키고, 수많은 국민이 극빈층으로 몰락하게 된다. 앞서 남미 베네수엘라 등이 비슷한 길을 걸었다. 차베스 집권하의 베네수엘라는 '적폐청산'을 내걸고 포퓰리즘과 사회주의, 민족주의가 뒤섞인 '볼리바르 혁명'을 추진하다 19년 만에 국가파산에 처했다.
마오쩌둥은 1957년 말 노동자·농민 천국으로 가는 길을 앞당긴다며 '대약진 운동'을 선언한다. 하지만 무모한 사회주의 실험은 1958~1962년 3200여만 명이 굶어 죽는 대참사를 빚었다. 사실 마오는 이런 참사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1957년 모스크바를 방문한 마오는 "우리는 세계 혁명의 승리를 위해 3억 중국인을 희생시킬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듬해 11월에는 "중국인의 절반이 죽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했다. 대약진운동을 중단한 몇 년 후 소위 문화대혁명(1966~1976년) 기간에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수만 명을 학살했다.
29일 국회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 17석이 모두 민주당으로 채워졌다. 사법·행정에 이어 입법부까지 거대 여당에 장악되면서 일당 독재의 문을 연 날로 기록될 것이다. 나치즘의 위험에 무지했던 독일 국민이 히틀러 일당 독재의 길을 열어준 것에 비유할 일이다. 독일은 그로부터 불과 1년 만에 전체주의 국가로 변신한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지금 지옥 문 앞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무상복지라는 달콤한 유혹에 속아 자유를 통째로 사회주의자들에게 헌납하면서 말이다. 지옥 입구에 붙은 경고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단테에게 스승 베르길리우스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로 스스로 자신의 삶을 통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지옥에 있는 자들은 자신에게 최선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욕심, 폭력, 그리고 사기 등의 죄를 저지른 이들이다."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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