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고입 석차백분율 폐지 추진..수능 난이도 낮춰야"(종합)
"조국사태, 특권 지위 대입 반영 가능성 드러냈다"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 시 "원격 수업 늘려서 대응"
[서울=뉴시스] 김정현 기자 = 2기 임기 취임 2주년을 맞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고등학교 입학전형에서 일부 활용되고 있는 석차·백분율제를 "개선 또는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절대평가로 A~E 등급으로 성적을 평가하는 성취평가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일부 특성화고 입학전형에서 석차백분율제가 남아있어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재지정 취소 청문을 마친 국제중학교 폐지에 대해서는 변함없이 서열화 해소라는 취지에서 엄정히 평가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고교평준화, 혁신학교 등 일반학교 강화 정책을 2022년까지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산발적 지역감염이 계속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될 가능성이 나오는 것을 두고는 등교 수업의 양을 줄여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혼합수업(블렌디드러닝)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입 석차백분율제 전면 폐지 추진…고교서열화 해소 확산
조 교육감은 30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교육감 선발 후기고등학교 입학전형 방법인 고입 석차백분율 제도를 개선 또는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자율형사립고·국제중 문제가 학교체제 차원의 서열화 문제라면 고입 석차백분율제도는 교육과정 차원의 서열화 문제"라며 "효용성이 크지 않음에도 성취평가제 제도 취지를 퇴색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성취평가제는 지난 2011년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으로 도입된 평가제도다. 수우미양가의 일종으로 원점수 90%가 넘으면 'A'를 부여하는 식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모두 적용된다. 서열이 아니라 성취수준에 따라 A~E로 학생을 평가한다.
이전에는 중간·기말고사와 수행평가 결과를 점수화하고 총점을 기준으로 1~9등급으로 서열을 매겨 석차, 백분위 점수를 부여하는 '석차백분율제'를 써 왔다.
성취평가제 도입 이후에도 서울에서는 고입 전형에서 일부 직업계 특성화고등학교, 후기 일반고 선발에서 하위권 학생들을 선별하는 데 쓰였다.
고교는 입시 일정에 따라 8~11월 학생을 뽑는 전기고(과학고·특성화고 등)와 12월에 뽑는 후기고로 나뉘는데 후기고에서 석차가 낮아 떨어진 학생은 올해 2020학년도에서 148명으로 0.3% 수준이다. 외국어고는 영어성적을, 과학고는 수학·과학 성취도를 활용해 평가하므로 석차백분율제를 쓰지 않는다.
따라서 고입에 미치는 파장보다는 고교서열화 해소라는 정책적 흐름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 표명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강연흥 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거의 사문화된 석차백분율제는 그간 학생에게 동기를 자극하는 게 아니라 부정적인 역기능이 더 컸다"며 "다른 시도교육청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고교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동기에 맞게 학습할 수 있게 하는 시작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제중, 소모적 경쟁" 재차 규정…일반고 강화 기조 재천명
조 교육감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국제중의 폐지도 고교서열화 해소의 차원에서 엄정한 기준에 입각해 진행했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초 서울에 소재한 대원국제중, 영훈국제중에 대한 성과평가 결과 재지정 취소 절차를 밟는 중이다. 학교들은 평가가 불공정했다면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조 교육감은 국제중은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일관되게 밝혀 왔다.
조 교육감은 "지금까지 수직서열화된 교육시스템을 수평적 다양성의 교육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며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에 기여했고 국제중 재지정 평가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지정 평가 결과대로 진행된다면 적어도 서울 지역에서는 의무교육 단계인 중학교의 서열체제가 크게 완화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국장도 "국제중은 학교가 국제화에 정말 기여하는 기능과 역할을 하기보다 좋은 고등학교 입학하기 위한 조기의 경쟁교육으로 보고 있다"며 "소모적 경쟁은 이제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능력이 되는 학생들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하는 고입, 대입 체제 속의 '수월성' 대신 일반학교 내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반고 강화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도 재차 밝혔다.
강 국장은 "국제중 2개교가 일반중으로 전환된다고 해서 수월성 교육이 낙후되는 게 아니며 이 두 학교가 수월성 교육을 잘 하고 있다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특정한 몇 퍼센트(%)가 아닌 모든 아이들에게 수월성 교육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서열화해소를 중점에 놓은 '혁신교육 2.0'으로의 정책 기조에서는 지난해 조국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은연중 드러내기도 했다.
조 교육감은 "조국 사태는 불평등 문제, 대학입시 등에서 부모의 특권적 지위가 반영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많이 드러냈다"며 "서초동에서 '나는 조국이다'라는 슬로건이 많이 나왔다. 조국은 잘못이 없다는 의미보다 나도 조국적(的) 요소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등교수업만 하던 시대 지나‥사회적 거리두기 상향돼도 원격수업 병행"
2학기에도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조 교육감은 현재의 사회적거리두기 1단계에서 위기수준이 상향되면 등교 수업의 양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에도 원격과 등교 수업의 병행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조 교육감은 "등교 수업만 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이 병행되는 배합되는 시대로 이행됐다"며 "단지 교육이 등교로만 이뤄지는 시대는 지났고 지금의 병행시스템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은 학교 밀집도 완화를 위해 고등학교는 전교생 3분의2, 유치원과 초·중학교는 전교생의 3분의 1 이하만 등교하도록 하는 교육부의 수도권 지역 강화된 밀집도 완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코로나19 위기수준이 높아지면 등교수업의 양을 축소할 것"이라며 "학교의 자율성을 허용한 만큼 2분의 1, 5분의 1까지 탄력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등교 수업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강 국장은 "지금도 충분히 거리두기가 학교에서 유지되고 있는데 그걸 더 줄이면 학교의 정체성이 더 떨어진다"며 "초등학교, 중학교 입학생은 사회화의 과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학교 문 닫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대학입학 전형에서 불리함을 호소하는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들에 대한 대책을 놓고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를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교육감은 "비교과 활동이 현저하게 축소됐기 때문에 그 부분 감축해달라는 요청이 있고 대학이나 교육부에서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며 "저 개인적으로도 수능의 난이도는 현저하게 낮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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