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왕' 인천의 씁쓸한 이면..감독은 여름 전에 짐싼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2020. 6. 2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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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임완섭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는 매년 여름철이면 ‘감독 교체’라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 들린다.

인천은 매년 강등 후보로 분류되다보니 시즌 초반 부진하기 일쑤다. 역대 사령탑들의 운명도 야심찬 출발과 달리 그라운드가 뜨겁게 달아오를 때 사퇴 혹은 경질이라는 비운의 칼날을 받아들이는 일이 익숙해졌다.

올해도 그랬다. 임완섭 인천 감독(49)은 지난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K리그1 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0-1로 패배한 뒤 “팬들에게 미안하다. 감독으로서 모든 책임이 있다는 생각에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임 감독이 불과 9경기 만에 지휘봉을 스스로 내려놓는 원인은 역시 성적 부진에 있다. 1부리그에선 유일하게 단 1승도 챙기지 못한 채 창단 최다 연패인 7연패의 늪에 빠졌다. 순위표에선 단연 꼴찌. 올해 상주 상무의 연고지 이전으로 한 팀만 2부로 내려간다는 호재를 감안하더라도 불안할 수 있는 형국이다.

임 감독의 사퇴는 매년 아슬아슬하게 1부에서 살아남는 인천 특유의 생존 DNA와 함께 감독을 믿지 않는 ‘흑역사’를 부각시켰다. 2004년 초대 사령탑인 베르너 로란트 감독이 여름의 마지막 날인 그해 8월31일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것을 시작으로 임 감독까지 대부분 여름을 넘기지 못한 채 떠났기 때문이다. 인천 감독들 가운데 마지막까지 완주한 지도자는 인천의 전성기(2005년 준우승)를 누렸던 장외룡 감독과 김봉길 감독, 유상철 감독 등 셋이 전부다.

축구 전문가들은 성적이 부진할 때 감독을 교체하면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천은 이 효과를 지나치게 남용한다는 혹평을 피하기 어렵다. 팬들도 인천의 새로운 감독이 부임하고 떠나는 과정을 손쉽게 그릴 수 있다. 빈 자리를 맡은 감독대행이 성적을 내면 정식 감독으로 승격하고, 이듬해 다시 성적 부진으로 떠나는 패턴이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에는 감독직에 필요한 P라이선스 취득 문제로 감독대행인 임중용 코치 대신 유 감독이 정식 부임했고, 가까스로 1부에 살아남은 뒤 신병 문제로 떠나면서 이 패턴이 깨진 게 반가울 지경이다.

인천이 1부에서 살아남는 방식이 단순히 시민구단의 한계를 떠나 잘못된 운영의 증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매년 강등 위기에 몰리면 땜질식으로 즉시 전력의 선수를 영입하는 일을 반복했던 터. 미래가 아닌 현재만 바라보는 운영만 하다보니 위기가 반복된다는 얘기다. 인천이 지난해 여름 생존을 위해 데려온 나이지리아 출신 골잡이 케힌데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지난해 인천 생존의 고비였던 11월24일 상주 상무전에서 극적인 데뷔골을 터뜨려 어느 정도 제 몫을 했지만 올해는 3경기에서 단 1골도 넣지 못한 채 부상으로 떠났다.

인천은 임 감독이 사퇴하자 ‘제2의 케힌데’를 찾겠다는 선언과 함께 이적시장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임 감독은 자신이 사퇴하는 이유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말 변해야 하는 것은 고심 끝에 초빙했던 사령탑들이 여름철을 넘기지 못하는 인천의 시스템이 아닐까.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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