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한 유명인 자녀들, 왜 '집행유예'로 다 풀려날까

안채원 기자 입력 2020. 6. 27. 07:00 수정 2020. 6. 2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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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욱 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의 딸./사진=뉴스1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 장녀 항소심 선고 공판 중 재판장 발언
피고인이 유명인의 자식이긴 하지만, 유명인 자식이라는 이유로 선처받아서는 안 될 뿐 아니라 더 무겁게 처벌받을 이유도 없습니다. 유명인의 자식이 아닌 일반 다른 사람과 동일하게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의 나이가 아직 어리고 전과가 없으며, 국내로 마약을 반입한 것도 판매 목적 반입이 아닌 것으로 보여 마약 확산 우려가 없는 점을 형량에 고려했습니다.

26일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정종관 이승철 이병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의 장녀 홍모씨(19)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홍씨는 지난해 9월27일 대마 카트리지와 향정신성의약품(LSD) 등을 여행용 가방과 옷 주머니 속에 숨겨 밀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같은 해 4월 중순부터 9월25일까지 미국 등지에서 대마를 7회 흡연하고, 대마 카트리지 6개를 매수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형을 유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홍씨가 초범인 점, 나이가 어린 점, 마약 반입의 목적이 판매가 아닌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재판부는 "유명인의 자식이라고 해 더 무겁게 처벌받을 이유가 없다"며 "유명인의 자식이 아닌 일반 다른 사람들과 동일하게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법원이 일반 마약사범 보다 유명인 자녀들에 대해 더 관대한 선고를 내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유명인 자녀들은 다 집유?"…법조계 "일반적 형량일 뿐"
실제 최근 마약 투약 및 소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명인 자녀들은 대부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 2월 서울고법은 변종 대마를 흡연하고 밀반입한 혐의를 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2월 같은 법원은 변종 대마를 상습 구매하고 흡연한 혐의로 기소된 SK그룹 3세 최영근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조계는 '유명인 자녀들에 대한 특혜 판결'이라는 의혹에는 동의하기 어렵단 반응이다. 마약 투약 및 소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초범일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예현)는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초범일 경우 마약을 투약하고 소지한 혐의만으로는 대체로 집행유예가 선고된다"며 "제가 맡았던 마약 초범 사건들은 피고인이 일반인이었음에도 홍씨와 비슷한 형량을 선고받았다"고 말했다.

마약 형량 관건은 '판매 목적이었나·실제 유통이 이뤄졌는가'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다만 밀수입해 온 마약을 실제 '판매'까지 했을 경우 형량은 완전히 달라진다. 홍씨의 재판부가 "마약 반입의 목적이 판매가 아닌 점을 고려했다"고 강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 1월 수원지법은 마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람상조 장남 최모씨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마약을 몰래 들여오고 투약한 것까지는 홍씨 등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다른 유명인 자녀들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판매'가 이뤄졌다는 점이 달랐다.

그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코카인 1g을 1차례 매도하고, 필로폰과 유사한 물건을 2차례에 걸쳐 100만원을 주고 넘겨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됐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마약을 한 사람보다 마약을 판매한 사람에 대해 훨씬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리고 있다"며 "유통책의 역할을 했는가가 형량을 가르는 아주 중요한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러니까 마약천국" 구형량 늘리는 검사들, 법원은 변화 없다
그러나 '특혜 형량'이 아닌 '일반적 형량'이라고 해도 법원이 마약 투약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최근 검찰은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구형량을 높이고 있다. 검찰은 앞서 CJ 이선호 부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SK 최영근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또 홍씨에 대해서도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이는 우리나라 마약사범 수의 가파른 증가 추세와 무관치 않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가 올해 발간한 '2019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2018년의 1만2613명보다 3431명(27.2%) 증가해 1990년 대검이 마약류 범죄백서를 발간한 이후 가장 많았다.

반면 검찰의 이러한 실형 요구에도 법원의 선고 형량은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법원의 안일한 판결로 마약사범 증가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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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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