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뱃속서 피난" 기억 속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앵커>
전해드린 보도연맹 사건 말고도, 6·25 전쟁 중에는 수십만 명의 민간인들이 학살됐습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풀어야 할 사건들이 적지 않습니다.
최재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홍남화/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 부회장 : 빨갱이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죽었습니다. 1·4후퇴 때 좌익 혐의자들의 가족들을 이곳으로 끌고 와서 집단 처형한 장소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땅이 다 매워져 있지만, 2018년 발굴 당시에는 제가 서 있는 지금 이 땅에서 약 5m 정도 땅을 파고 유해를 발굴했습니다. 그런데 땅을 파봤더니 이 경사면 아래쪽에서 유해들이 겹겹이 쌓인 채 발견됐습니다.
이곳 충남 아산의 설화산에는 최소 208명이 매장돼 있었고, 어린이만 58명에 달했습니다. 젖먹이도 3명이나 있었습니다.
어른 중에서는 열에 여덟 명이 여성이었습니다.
발굴 당시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구슬과 우리 군이 사용하던 탄피가 함께 발견됐습니다.
[맹주철/민간인 학살 피해자 가족 : 사촌누나, 당시 9살이었던… 그렇게 학살을 당한 거예요. 나는 어머니 뱃속에서 피난을 했었습니다.]
이렇게 6·25 전쟁 중 숨지거나 실종된 민간인은 7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실화해위원회에 따르면, 북한군 점령 기간 중 북한을 도왔다고 우리 군에 학살된 경우, 쫓겨가는 북한군에 학살된 경우, 미군의 무차별한 총격과 폭격에 희생된 경우, 그리고 남측에 남은 북측 세력이라고 토벌 작전에 희생된 경우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두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습니다.
10년 전 진실화해위원회가 확인된 피해를 분류했을 때 토벌과 부역자 처단이 가장 많았습니다.
[한성훈/전 민간인 학살사건 조사팀장 (연세대 연구교수) :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입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우리 공동체 구성원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거는(진실규명은) 끝까지 정부가 책임지고 추진을 해야 할 사안입니다.]
6·25 전쟁 중 자행됐던 민간인 학살을 증명할 자료는 지난 70년 동안 대부분 폐기되거나 분실됐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기억에 의존해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시간도 그리 길지 않습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 영상편집 : 원형희, 화면제공 : 필름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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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기자stillyo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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