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안 했다더니 "의원님 주재 회의"..후원금도 모았다?

[뉴스데스크] ◀ 앵커 ▶

당사자인 이상직 의원은 2012년, 이스타항공의 주식을 모두 처분한 뒤에는 회사 경영에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취재 결과 최근까지도 회사 운영에 영향력을 미쳐 왔던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또 이스타 항공측이 직원들에게 정치 후원금을 내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이어서 이준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2017년 1월 3일 이스타항공 사내 게시판에 뜬 공지입니다.

"내일 아침회의는 의원님 주재 실·본부장 회의로 진행된다"고 돼 있습니다.

2017년 6월의 또다른 공지에는 한 회식 자리를 설명하며 "의원님이 계신 전체 자리"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이상직 의원이 지분을 모두 처분한 이후에도 이스타항공 경영에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들입니다.

이스타항공 측은, 국회의원을 그만둔 뒤 지분은 없지만 회장 직책을 맡은 시기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최근 이스타항공 임금체불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이상직 의원은 2012년 이후엔 경영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스타항공 고위 관계자] "(2018년) 중진공 (이사장 취임) 이전에는 나오셨고요. 그때는 잠깐 대표는 아니셨지만 회장으로 계셨으니까. 그 이후로는 한번도 안 오신 것 같은데요?"

직원들의 말도 이 의원 주장과 다릅니다.

최근 구조조정과 체불임금을 둘러싼 노사 협상 과정에도 이 의원이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볼 정황들이 많다는 겁니다.

[박이삼/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 "회사의 경영진으로 있는 사람들이 저희랑 회의를 할 때에도 이상직 의원으로부터 계속 전화를 받는 거를 저희 눈으로 확인을 했고 "아, 네 의원님" 하는 녹취도 다 있어요."

이스타항공이 직원들에게 조직적으로 정치후원금을 모금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2012년 총선 직전 이스타항공 간부가 직원들에게 보낸 단체 이메일입니다.

"이상직님께서 민주통합당 국민경선에 당선되시는 쾌거를 이루셨다"는 말과 함께 이 의원 후원회 송금방법이 자세히 적혀있습니다.

또 다른 독려 메일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메일은 삭제하고 출력은 하지 말아달라'는 말까지 적어 놨습니다.

이 의원에 대한 후원금 모금은 2016년까지 이어졌고, 19대 의원을 그만둔 뒤에는 같은 당 다른 의원을 후원하라는 압박까지 있었다고 직원들은 주장합니다.

[이스타항공 직원] "2016년 12월.. 민주당 국회의원들한테 후원금을 내라고 (상부)지시가 있으니 자기(간부)도 힘들다. 해줄 수 있느냐.."

5개월째 임금을 체불 중인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인수 협상이 힘들어지고 여론도 악화되자, 이스타홀딩스, 즉 이 의원 일가가 매각대금 중 110억 원을 체불 임금 해결에 보태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직원들은 이럴 거면 도대체 왜 5개월을 끈 거냐고 되묻습니다.

[박이삼/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 "저희 오픈채팅방 보시면 아시겠지만 밤마다 죽고 싶다라는 노동자들이 계속 나와요. 이제 와서 자신이 궁지에 몰리니 이제 와서 임금 체불을 해결하고 나가겠다라는 이런 파렴치한 짓을 하는 거예요."

이같은 의혹과 관련해 해명을 듣기 위해 이 의원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영상취재: 황성희, 독고명 / 영상편집: 이화영)

이준희 기자 (letswin@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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