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도병 가슴에 맺힌 '지켜주지 못한 친구의 유언'
[뉴스데스크] ◀ 앵커 ▶
몸에 맞지도 않는 군복을 접어 입고 흘러내리는 철모를 쓴 앳된 얼굴의 군인들.
바로 중, 고등학교에 다니다 전쟁에 참가한 학도병입니다.
그들이 기억하는 전쟁은 어떤 장면으로 남아있을지 홍의표 기자가 만나 봤습니다.
◀ 리포트 ▶
1951년 1.4 후퇴 즈음.
다시 남하하던 북한 인민군이 강원도 태백 시내에 또 나타났습니다.
전쟁의 참상을 목도한 태백중학교 학생 120여 명은 연필을 놓고 총을 잡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시 열여섯 살, 올해 여든여섯 살인 이용연 할아버지도 친구들과 함께 입대를 자청했습니다.
학도병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사흘.
간단한 군사훈련을 마치고 나무패에 붓으로 쓴 임시 군번이 주어졌습니다.
[이용연/태백중학교 학도병] "군복이 몸에 맞지 않죠. 걷어서 다니고 그랬습니다. 철모도 안 맞고."
처음에는 38선만 다시 되찾으면 돌아올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용연/태백중학교 학도병] "한 학교에서 같이 나왔으니까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산다. 그리고 3·8선만 돌파하면 (돌아가서) 배워야겠다, 돌아갈 테니 놔 달라…"
하지만 중공군이 합세한 인민군의 전력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결국, 다섯 명의 친구가 산화하고 말았습니다.
강원도 간성 쑥고개 전투.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그곳을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 봅니다.
[이용연/태백중학교 학도병] "솔밭 있죠? 저기가 주장선입니다, 아군 주장선이고. 이 너머 산이 214고지고."
밤에 출동해 아침에 돌아오는 유격대.
[이용연/태백중학교 학도병] "인민군 복장을 해가지고 야간에 침투합니다. 진격을 차단하고, 보급로 차단하고, 탄약 폭파하고 이 세 가지 임무를 띠고…"
치열한 백병전 때 마주했던 인민군 병사의 눈빛은 잊을 수 없습니다.
[이용연/태백중학교 학도병] "그때 우리도 어리지만, 인민군도 어렸어요, 똑같지. 그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어린 사람도 나왔으니까."
쓰러져간 친구의 유언을 지켜주지 못한 아쉬움은 평생 가슴에 남았습니다.
[이용연/태백중학교 학도병] "유품을 뒤져보니까 양말하고 화랑 담배가 나왔어요. 양말은 어머니 갖다드리고, 담배는 아버지 갖다드린다고 쪽지가 남겨져 있더라고."
그리고 살아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의 슬픔도 짊어져야 했습니다.
[이용연/태백중학교 학도병] "'너는 살아왔는데 왜 내 아들은 안 오냐'고 붙잡고 울 때, 목이 메어서 뭐라고 이야기도 못했습니다."
지난 1일, 육군 3사단에서는 태백중학교 학도병을 기리며 무공훈장을 수여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참전용사로는 인정받았지만 국가유공자라는 명예는 여전히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70년 세월에 '기록'은 사라졌고, '기억'에서도 멀어져간 탓입니다.
노병은 점점 잊히는 현실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이용연/태백중학교 학도병] "방위했는데 아무런 대가가 없습니다. 몇 분 안 남았어요, 살아있는 분이."
MBC뉴스 홍의표입니다.
(영상취재: 이지호 / 영상편집: 양홍석 / 영상제공: 육군 3사단)
홍의표 기자 (euypyo@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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