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네스코, 일본 근대산업시설 유산에 "등재 취소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 훼손 때만..결정 권한은 세계유산위원회에"
[경향신문]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메틸트 뢰슬러 소장은 25일 한국 정부가 최근 유네스코에 일본 근대산업시설 유산 등재 취소 검토를 요청한 것과 관련 “지정 취소 결정은 세계유산위원회 고유 권한”이라며 “(취소 기준은) 완전성이나 진정성 등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사라졌을 때”라고 밝혔다.
뢰슬러 소장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이 세계유산위원회 결정을 준수했는지 여부에 대한 검토(examination)를 요청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지난 22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유네스코 측에 서한을 보내 일본이 근대산업시설 유산 등재 당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등재 취소가 가능한지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뢰슬러 소장의 답변은 세계유산 등재 취소 권한이 유네스코 사무국이 아닌 세계유산협약 이행 최고의사기구인 세계유산위원회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한국 정부가 사유로 제시한 ‘약속 미이행’은 등재 취소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에둘러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이 이달 초 도쿄에 문을 연 ‘산업유산 정보센터’에서 강제징용 역사를 왜곡한 사실이 확인된 이후, 유네스코가 한국 언론에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뢰슬러 소장은 등재 취소 기준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가 더 이상 없다고 판명됐을 때라고 밝히면서 “(1972년) 세계유산협약 역사상 등재된 세계유산이 리스트에서 제외(delisted)된 경우는 두 차례 뿐”이라고 말했다. 2007년 오만 아라비아 오릭스 보호지역, 2009년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이 각각 세계유산 등재 취소 결정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등재 취소 절차와 관련해선 “세계유산위원회가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OUV가 여전히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뢰슬러 소장은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일본 근대산업시설 유산 관련 진행 경과를 묻는 질문에 “유네스코와 한국은 여러 차례 이 유산에 대해 논의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등재 당시 약속을 이행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2018년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 결정문에서 일본 측에 ‘전체 역사 해석에 있어 다양한 국제 모범 사례를 고려할 것을 강력히 독려했다’고 밝힌 부분을 언급했다.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한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뢰슬러 소장은 또 유네스코와 세계유산위원회가 근대 산업시설 유산과 같이 기억의 의미가 연관되어있는 ‘기억 유산(memory sites)’에 대해 중요하게 논의해왔다며 “유네스코는 모든 관련 당사자들 간의 대화를 권고한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일본은 ‘당사자 간 대화’를 일본 내 지자체나 전문가 등으로 협소하게 해석, 한국의 대화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 근대산업시설 유산을 둘러싼 문제를 공식 의제로 논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회의는 당초 이달 29일~내달 9일 중국 푸저우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협약 8조에 의거해 설립된 정부간기구이며, 세계유산총회에서 투표로 선출된 위원국 21개국이 회원으로 활동한다. 한국은 2013~2017년 위원국으로 활동한 바 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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