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대회 준비 '기능반' 야간·합숙교육 금지..동아리로 전환

권형진 기자 2020. 6. 2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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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학생 죽음 계기 기능대회 개선방안 마련
3D프린팅·드론 등 직종 개편하고 취업지원도 확대
기능경기대회 용접 부문에 출전한 참가자가 그라인더를 이용해 불꽃을 튀기며 접합부분 표면을 연마하고 있다. 2020.6.9/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기능경기대회(기능대회)를 준비하던 특성화고 학생의 죽음을 계기로 정부가 기능대회와 기능반 운영을 개선하기로 했다. 기능대회 운영방식을 개선해 과잉 경쟁을 완화하고 비공식적으로 운영되던 기능반은 정규 동아리로 전환해 야간교육과 합숙교육을 금지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고용노동부와 공동으로 이런 내용을 담은 '기능경기대회 운영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24일 열린 제8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거쳐 확정했다. 지난 4월 기능대회를 준비하던 경주의 한 특성화고 기능반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개선 방안은 과잉 경쟁, 기능대회 종목의 산업 현장성 부족, 입상자 취업 저조 등 기능대회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기능대회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뒀다.

먼저 기능대회 준비반인 기능반 운영기준을 마련하는 등 기능대회 준비·기반 여건을 개선한다. 그간 학교에서 우수학생을 뽑아 비공식적으로 운영하던 기능반을 정규 '전공심화 동아리'로 구성해 운영하도록 했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지도교사를 배정하고 전공심화동아리 운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기능대회 준비를 위한 전공심화동아리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과 방과후에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다. 기능반 학생도 반드시 정규 수업에 참여해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공개모집을 통해 입·탈퇴를 자유롭게 보장해야 한다.

기능반이 기능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오후 10시 이후에 야간교육을 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휴일교육과 합숙교육 역시 금지된다. 학생 개인에 대한 정기·수시 상담을 실시하고 이상징후가 발생하면 위(WEE)클래스 등을 통해 상담 치료를 실시하는 등 심리방역도 강화한다.

교육청은 학생의 권익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전공심화동아리 운영을 정기(연 2회)·수시 관리·감독하고, 전공심화동아리 운영을 위한 운영비와 재료비 등을 지원한다. 모니터링과 사후조치 등을 위해 산업인력공단에 공익신고센터도 설치·운영한다.

사회관계장관회의 주재하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선수 선발방식 개편, 문제은행 방식 출제 등 과잉경쟁 완화

과도한 경쟁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기능대회 운영방식도 개선한다. 과제 출제를 문제은행 방식으로 전환하고 2년 단위로 사전에 공개한다. 종목별로 20개 안팎의 과제를 공개하고 대회 당일 1개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종목별로 1~2개 과제를 제시하다 보니 학생들이 특정과제를 반복적으로 훈련해야 해 창의력과 현장적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선수 선발 방식도 개편한다. 지금은 지방대회 1~3위 입상자가 전국대회에 참가한다. 내년부터는 지방대회 1·2·3위 외에 우수상 입상자에게도 전국대회 참가자격을 준다. 지방대회 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의 경우 1847명이 전국대회에 참여했는데 우수상 입상자 434명을 포함하면 전국대회 참가자가 2281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국가대표 선발전도 2022년부터는 전국대회와 통합해 치를 계획이다. 지금은 전년도와 당해연도 전국대회 1·2위를 대상으로 국가대표 선발전을 별도로 치른다. 내년부터는 전년도 1·2위가 전국대회에 참가하게 해 별도의 평가전 없이 전국대회만으로 국가대표를 선발한다.

또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단계적으로 지방대회와 전국대회를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회 개최 시기도 방학기간으로 조정해 학기 중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할 계획이다. 정책연구와 의견수렴, 법 개정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지방대회는 2월말, 전국대회는 8월 말 치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국대회도 경쟁과열 요소로 지적되는 시·도별 종합순위 발표를 폐지하고 국제기능올림픽대회 방식의 '공동메달제'를 도입한다. 공동메달제는 예를 들어 1위 점수가 90점이면 2점차(88점) 이내 선수에게는 모두 금메달을 수여하는 방식이다. 상금 위주 포상을 개선하기 위해 상금도 금메달은 12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은메달은 8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축소한다.

기능경기대회 중장기 개선 방안 (교육부 제공) © 뉴스1

◇학생부-일반부 분리하고 직종 개편해 취업 연계성 강화

기능대회의 수준과 현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취업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3D프린팅, 드론, 사이버 보안, 사물인터넷(loT) 등 신산업 분야 직종을 신설하고 취업 연계성이 낮은 사양 직종은 폐지하는 등 운영 직종을 개편한다.

또 대회를 학생부와 일반부로 분리한다. 학생부는 학교수업과 연계한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일반부는 수준 높은 지식과 역량을 측정해 대회 수준을 높일 예정이다. 학생 중심으로 기능대회가 운영되면서 대회 수준이 정체되고 국제기능올림픽에서도 불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기능대회 참여 환경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도 기능경기대회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숙련기술진흥원에 '기능경기 특별반'을 운영한다. IT 네트워크 시스템 등 29개 직종에서 연간 2000명을 대상으로 2월부터 8월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대회 종료 후 취·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우수기업과 일자리 업무협약(MOU) 체결, 기업의 기능대회 참관 확대, 전국대회와 연계한 취업박람회 개최, 해외취업 알선 등 기능대회 입상자와 참가자에 대한 취업 지원을 강화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며, 학생의 자발적 참여가 전제된 가운데 학교교육과 연계해 학생들이 균형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말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기능경기대회가 미래 숙련기술유망주들에게 열심히 갈고 닦은 기술을 마음껏 발휘하고 '숙련기술 향상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

jin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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