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유명희 "韓, 선진국·개도국 조율하는 중견국 역량 갖춰"
"분쟁해결기구 기능 복원 우리에게도 필요"
"한국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 공유할 것"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4일 "세계무역기구(WTO)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회원국 간 갈등을 중재하고 공동의 비전을 제시하는 중견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대한민국은 이런 연대와 협력의 리더십을 발휘하기에 적합한 자격과 역량을 갖추었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WTO 차기 사무총장직에 도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개도국과 선진국의 표를 모두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좋은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유 본부장은 "사무총장이 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경험을 개도국과 충분히 공유할 생각"이라며 "선진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국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그 길에서 형성된 경험을 가지고 양쪽 모두에게 접근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주제네바대표부를 통해 WTO 사무국에 유 본부장의 차기 사무총장 선거 입후보를 공식 등록할 예정이다.
다음은 유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출마가 한일 무역분쟁에 영향을 미칠지.
"WTO 사무총장은 특정 국가를 대변하는 자리가 아니라 회원국들의 활동을 촉진하면서 명확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다. WTO 분쟁해결기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서 이를 복원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 개별 소송에 있어서는 그 사안에 따른 논리로 철저하게 대응하겠다. 일본 수출규제 조치는 WTO 규범에 위반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이번 선거 승산은.
"통상을 하는 사람으로서 결과를 예단하기는 항상 어렵다. 치열한 경합이 될 것은 분명하다. 대한민국은 지난 수십 년간 무역을 통해 세계 7위의 수출국으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현재 위기에 처한 WTO 교역 질서를 회복시킬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고 그런 시기가 왔다. 제가 이런 대한민국을 대표하기 때문에 용기와 의지를 가지고 도전하게 됐다."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의 관계가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지.
"WTO는 특정 회원국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자규범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협상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오히려 일방주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더라도 공통된 규범을 가지는 것이 우리 국익에도 더 도움이 된다. 주요국 간 첨예한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면서 중견국의 리더십을 발휘하겠다."
-전자상거래 규범에서 조기에 성과를 내겠다고 했는데 구체적 방안은.
"현재 WTO에서는 80여 개국 간 전자상거래 협상이 진행 중이다. 공통규범이 없다 보니 각자 규범을 만들어 전 세계적으로 파편화됐다. 우리 기업이 세계에 진출하려면 각 나라 규정에 맞춰야 하고 이에 대한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80여 개국 의견 조율이 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내년에 개최될 WTO 차기 장관회의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해야 할 것이다."
-후보 활동을 하면 통상교섭본부장직에 공백이 생길 텐데 이에 대한 방안은.
"협상장에서 발언을 신청할 때마다 제가 아니라 뒤에서 든든히 저를 받쳐 주고 있는 우리 팀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과 애정을 느낀다. 그 사람들의 힘으로 한국을 대표해 발언하고는 했다. 지금 통상교섭본부에 있는 실장, 국장, 과장, 사무관, 서기관까지 모두가 자기 업무를 100% 또는 그 이상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 기회를 국가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각오가 돼 있다."
-미국이 WTO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데 앞으로 관계 설정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기본적인 입장은 WTO 탈퇴가 아니라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혁 적임자가 WTO 사무총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다. 저는 통상법을 공부한 미국 변호사로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이해관계자 간 조정을 해왔다. 미국이나 중국, 아세안, 유럽 등 여러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현안 해결 경험을 통해 개혁을 수행하는 적임자가 될 것이다."
-WTO 내 선진국과 개도국 간 입장 차이가 극명하다. 개도국 표를 얻기 위한 전략은.
"대한민국이 성장해 온 발전과 역사 자체가 개도국에 좋은 메시지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무총장이 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경험을 개도국과 충분히 공유할 생각이다. 선진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그 길에서 형성된 경험을 가지고 양쪽 모두에게 접근할 계획이다."
-WTO 회원국 중 우리에게 우호적인 나라는.
"오늘이 공식적인 발표였기 때문에 지금부터 시작이다. 평소 알던 장관들로부터 한국은 좋은 후보가 될 수 있고 뛰어나게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는 말들을 들은 적은 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후보에 올랐는데 특별히 전한 말이 있는지.
"평소에도 긴밀히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현직인 제가 이 자리에 도전하는 것으로 됐고 김 차장도 진심으로 응원하고 좋은 조언도 해주었다. 어제도 몇 차례 통화했다."
-WTO 분쟁해결 기능이 많이 약해졌는데 어떻게 복원하실 계획인지.
"여러 국가의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 체제에 대해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국가도 있고 약간의 조정을 원하는 국가도 있다. 중간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 국가들의 표심을 어떻게 얻을 것인지.
"지금 WTO는 일상적인 시기가 아니다. 협상이 제대로 되는 게 없고 분쟁도 중단되는 등 위기다. 이를 이끌어나갈 전문 지식과 소통 능력, 이해관계 조정 능력 등 자질과 역량을 보고서 유럽 국가들도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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