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인가, 역마살인가" 정착 못하는 반달가슴곰 KM-53

유영규 기자 2020. 6. 2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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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차례의 탈출과 한 차례의 교통사고, 또다시 이어진 탈출, 그리고 재물 손괴와 절도.

2015년 1월 태어나 그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수컷 'KM-53'이 보여주는 행동은 한마디로 상식 밖입니다.

2004년부터 지리산에 방사된 다른 반달가슴곰의 활동 반경은 15㎞ 이내지만, KM-53은 특이하게도 떠돌이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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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차례의 탈출과 한 차례의 교통사고, 또다시 이어진 탈출, 그리고 재물 손괴와 절도.

2015년 1월 태어나 그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수컷 'KM-53'이 보여주는 행동은 한마디로 상식 밖입니다.

KM-53은 지난 22일 새벽 충북 영동군 영동읍 화산2리에 나타나 산기슭 외진 길에 놓여 있는 벌통 6개 중 4개를 부수고 꿀을 먹어치웠습니다.

그리고는 역마살이 도진 듯 다시 방랑길에 올랐습니다.

2004년부터 지리산에 방사된 다른 반달가슴곰의 활동 반경은 15㎞ 이내지만, KM-53은 특이하게도 떠돌이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런 개체는 KM-53이 유일합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콜럼버스 곰'입니다.

신대륙을 찾아 헤맨다는 뜻에서입니다.

KM-53이 첫 탈출을 시도했다가 검거된 때는 2017년 6월 15일입니다.

당시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포획됐는데, 지리산 권역을 벗어나 경남 함양과 거창을 거쳐 무려 90㎞를 이동한 것입니다.

21일 뒤인 7월 6일 지리산에 다시 방사됐지만, 일주일가량 머문 후 또다시 수도산으로 옮겨갔다가 포획됐습니다.

이동과정에서 아찔한 교통사고도 당했습니다.

2018년 5월 5일 대전-통영 고속도로 함양분기점 인근에서 시속 100㎞로 달리는 고속버스에 치여 왼쪽 앞발이 부러지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지리산에서 북동쪽으로 20㎞ 떨어진 경남 산청군 태봉산에서 포획돼 치료를 받은 KM-53은 같은 해 8월 27일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수도산에 방사됐습니다.

그러나 그곳도 안식처는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6월 5∼6일 수도산에서 90㎞ 떨어진 경북 구미 금오산 일대에서 발견됐고, 이번에는 또 이곳에서 30∼40㎞가량 떨어진 영동에서 존재를 알렸습니다.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KM-53의 위치가 영동 민주지산 부근으로 확인됐다"며 "북쪽으로 올라가는 행태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KM-53의 떠돌이 생활을 두고 야생개체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분산, 영역확장 차원의 활동, 암컷 찾기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껏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은 51마리, 새끼를 포함하면 69마리에 달합니다.

이 정도 마릿수로는 지리산이 비좁다고 할 수 없고, 영역 확장 차원이라면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아 머물러야 하는데 KM-53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번식을 위해 배우자를 찾아 헤맨다는 주장 역시 지리산에 오히려 암컷이 많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낮습니다.

생물종보전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KM-53만의 독특한 호기심 때문 아닌가 싶다"며 "어딜 가는지, 어떤 이유로 가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지속해 위치 추적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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