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시베리아 38도..북극권 135년 만에 최고 기온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서울 낮 최고기온이 30도 안팎에 머물렀던 지난 주말, 북극권 시베리아 지역의 기온이 38도를 기록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 지역 6월 평균 최고기온(20도)보다 무려 18도나 높았다.
영국 BBC방송은 22일(현지시간) "북극권이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더운 날씨는 북극권에서 종종 나타나지만 최근 몇 달 동안 비정상적으로 높은 기온을 보였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 시베리아 초여름 폭염…135년 만에 최고기온: 러시아 현지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0일 북극권에 속한 베르호얀스크의 기온은 화씨 100.4도(섭씨 38도)를 기록했다. 1885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온도였다. 다음 날(21일) 낮 최고 기온도 화씨 95.3도(섭씨 34.2도)로, 전날보다는 낮았지만 여전히 예년 평균기온을 14도 이상 웃돌았다.
1월 평균기온 영하 42도. 세계에서 가장 추운 외딴 북극 마을에 때이른 폭염이 찾아온 것이다.
유독 이 지역에 두드러진 현상은 아니었다. 유럽연합(EU)이 운영하는 과학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CCS)에 따르면 북극권의 올해 3, 4, 5월 평균 기온은 예년보다 10도 이상 높았다. 6월 초 시베리아 일부 지역에는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나타났고, 지난달 러시아 최북단 하탄가의 낮 최고기온은 25도를 기록, 최고치를 새로 썼다.
댄 미첼 영국 브리스톨대 교수는 이런 현상에 "전 세계적으로 연간 기온 기록이 깨지고 있지만, 북극은 지구 어느 곳보다 더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북극에서의 기록 경신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이런 현상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북극 평균기온 30년간 4도 상승…온난화 가속 : 북극은 다른 지역보다도 더 빨리 뜨거워지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북극이 지구 평균의 두 배 비율로 따뜻해졌다고 보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촬영한 1960~2019년 위성사진을 보면, 전 세계 평균 기온은 약 1도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북극권 온도는 4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북극에 살지 않는 우리가 왜 북극의 온난화를 우려해야 하는걸까. 북극의 기온이 오르면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지하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방출되고, 이는 해양오염과 대기오염으로 이어져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고온현상으로 인해 시베리아에서는 기름유출사고까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북극권에 속한 시베리아 노릴스크에서 지반 침하로 열병합발전소 연료탱크가 파손되면서 경유 2만여톤이 인근 강으로 유출됐다. 이는 결국 바다로 흘러가 우리가 먹는 해산물을 오염시킨다.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 북극 얼음이 더 빠른 속도로 녹고, 열 반사성이 높은 흰 얼음이 사라지면 땅과 바다가 더 많은 열을 흡수한다는 점도 온난화를 악화시키는 배경이다.
이렇게 되면 뜨거운 공기가 북쪽으로 이동해, 북극의 찬 공기 테두리인 제트기류가 느슨해지고, 이는 한국을 포함한 남쪽 지방에 기록적 한파를 몰고온다.
◇ 2020년 관측 이래 가장 더울 듯 : 이런 가운데 지구 기온이 관측 이래 최고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영국 국립기상청은 2020년이 역대 가장 더운 해가 될 확률이 50:50, 미 해양대기청(NOAA)는 70% 이상이라고 예측했다.
상반기 기온도 이런 예측을 뒷받침한다. 북유럽과 아시아 많은 지역의 기온이 예년 평균기온을 10도 이상 웃돌았다. 현재까지 가장 더웠던 해는 엘니뇨 현상이 관측된 2016년이었다. 아직 기록은 깨지지 않았지만 그 거리는 "매우 가깝다"고 BBC는 전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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