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 삐라 살포 두고 南北 설전..다시 높아지는 긴장 수위
"다 깨진 남북관계 놓고 삐라 살포 계획 변경 안 해"
"역지사지 제대로 당해봐야 더러운 기분 알게 될 것"
대남 비방 전단 '살포 강행' 시사하며 압박 수위 높여
당중앙군사위 비준 절차 받아 실행 나설 것으로 예상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북한의 대남 삐라(전단) 살포 계획을 두고 남북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남북 합의 위반이라며 중단을 촉구했지만 북한은 이미 깨진 남북관계를 고려해 삐라 살포 계획을 바꾸지 않겠다고 밝혔다.
21일 북한의 대남 기구 통일전선부는 담화를 내고 전날 통일부가 '대남 비방 전단 살포는 남북 합의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광언패설을 토했다"며 "낯이 뜨겁지도 않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지난 20일 관영매체를 통해 대남 비방용 전단 사진을 공개하며 조만간 살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인쇄된 전단 중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 위에 "다 잡수셨네 북남합의서까지"라는 조롱 섞인 문구가 새겨진 것도 있었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중단을 촉구했다.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한 4·27 판문점 선언과 9·19 남북 군사합의를 지키라고 요구한 것이다.
통일부는 또 "북한의 이런 행위는 남북간 합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며 남북 사이의 잘못된 관행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키는 조치이자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북한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이날 담화에서 이와 관련, "여지껏 자기들이 해온 짓이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도 당돌스레 유감이요, 위반이요 하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는가"라고 반발했다.
이어 "위반이요 뭐요 하는 때 늦은 원칙성을 들고나오기 전에 북남 충돌의 도화선에 불을 달며 누가 먼저 무엇을 감행했고 묵인했으며 사태를 이 지경까지 악화시켰던가를 돌이켜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삐라 살포가 북남합의에 대한 위반이라는 것을 몰라서도 아닐 뿐더러 이미 다 깨져나간 북남관계를 놓고 우리의 계획을 고려하거나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남조선 당국자들이 늘상 입에 달고 사는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똑같이 한번 제대로 당해봐야 우리가 느끼는 혐오감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그것이 얼마나 기분 더러운 것인지 똑똑히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북한을 대남 전단 살포에 이르게 한 책임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한 남측에 있다는 주장이다. 북한은 '역지사지'를 언급하며 똑같이 되돌려 주겠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의 지난 4일 대북전단 문제제기 이후 관련 탈북민 단체의 행위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단속·처벌 등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입장을 재차 설명하며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북한은 군 총참모부가 예고한대로 전단 살포를 강행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앞서 남북 사이의 모든 통신망을 차단하고(6월9일), 연락사무소 기습 폭파(6월16일)를 감행하며 실행력을 과시한 바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지금 각급 대학의 청년, 학생들이 해당한 절차에 따라 북남 접경지대 개방과 진출이 승인되면 대규모의 삐라 살포 투쟁을 전개할 만단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이미 주민들에게 대남 비난 전단을 인쇄하고 있다고 알린 만큼, 당 중앙군사위의 비준을 얻는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삐라 살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문 대통령 비난 담화 이후 사흘 동안 추가 담화를 내지 않았던 북한은 이제 대남 전단 살포 문제를 본격적으로 띄우며 대남 압박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도 불구하고 6·25전쟁 70주년을 맞는 오는 25일 즈음에 바람 방향이 맞는 날을 골라 전단 100만장을 북한으로 날려보내겠다고 밝혔다.
6·25전쟁 70주년을 앞두고 남북 긴장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강대강 대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f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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