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담] 싫다는 北에 文정부 '끈질긴 기다림', 뭘 기대하길래
靑, '연락소 폭파' 말않고 '특사 제안 공개'에 항의
文 만난 뒤 떠난 김연철은 "증오로는 증오 못이겨"
"韓, 제재완화 요구와 독자지원 검토" 日보도까지
北비핵화 의지 불분명.. 국제사회 우호여론도 없어
반기문 "北, 북미정상회담으로 핵보유국 지위 확보"
美에선 "핵·미사일 생산 확대.. 10월 도발할수도"
이날 북한을 향한 청와대의 이례적 경고 메시지는 앞으로 우리 정부의 대북 기조도 달라지는 게 아니냐는 기대를 낳았다. 하지만 이날 윤 수석의 발언에는 한 가지 큰 특이점이 있었다. 바로 연락사무소 폭파 직후였음에도 연락사무소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항의 표시는 청와대가 아니라 통일부 차원에서만 이뤄졌다.
윤 수석이 이날 북한을 비판한 지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문 대통령의 6.15 기념사를 폄하한 점, 나머지는 우리 국민들도 몰랐던 대북 특사 제안 사실을 북한 마음대로 공개한 점이었다. 같은 날 조선중앙통신은 남측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특사로 파견하겠다고 15일 제안해왔으나, 김여정이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등 외교안보 원로들을 만나 오찬을 나누면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실을 두고 “국민이 보면서 실망했을 것 같아 걱정”이라는 발언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문 대통령이 “북한에 굉장히 실망스럽다”는 말도 했다고 보도했으나 참석자들은 이런 발언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 전 장관은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대북 유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당시 김 전 장관은 “남북관계가 위기 국면으로 진입해 실망과 증오의 감정을 주고받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결코 증오로 증오를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증오를 앞세우더라도 남한까지 증오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였다. 김 전 장관이 바로 전날 문 대통령과 만찬을 하며 마지막 의견을 나눈 점을 감안하면 그가 떠나는 순간 대통령의 의중과 완전히 동떨어진 발언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긴 어려웠다.
통일부가 완파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유지에 대해 여전히 기대를 내비친 부분도 의미심장했다. 통일부는 지난 19일 정례브리핑에서 통일부가 남측 연락사무소 인력에 대한 인사를 계획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연락사무소 기능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인사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소가 완파되기 전, 통일부는 총 5,860만원을 들여 사무소 시스템을 사실상 통째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해당 사업에는 그룹웨어 구축에 필요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는 물론 전자결재 시스템, 별도 포털, 게시판, 메일, 업무용 메신저 등이 모두 포함됐다. 특히 김여정이 폭파를 경고한 데 이어 지난 9일 이미 모든 남북 연락선을 끊었는데도 12일 사업자 입찰 공고를 또 올려 구설수에 올랐다. <관련기사> ▶[단독] 文정부, 北김여정 폭파 위협에도 남북연락소 '업그레이드' 강행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9일 한미일 협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 본부장이 정세가 긴박해지고 있다고 호소해 대북 경제제재 완화를 양해하도록 미국을 설득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요미우리는 그러면서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응하지 않고 있어 미국은 제재 완화에는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소식통은 “(대북제재 완화 관련 한미 간)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고 끝나면 한국은 단독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독 대북 지원의 선택지로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의료지원 등을 들었다.
일본 언론의 보도가 사실에 부합하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이 보도에 대해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요미우리신문 보도 내용과 관련해 “협의 내용은 물론 일정도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만 전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했을 당시 방문 목적 등을 묻는 질문에 “지금 말하면 안된다”고 답한 이 본부장은 20일 귀국길에서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한미연합훈련, 대북제재 완화, 한미워킹그룹 운영 등 논의 내용에 대해 모두 함구한 이 본부장은 미국·중국·일본과 대북 문제를 조율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만 “계속 소통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한국이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해 금강산 개별관광 재개, 평양종합병원 지원 등 독자적인 원조에 나서더라도 북한이 이를 통해 얻는 실익 역시 한계가 명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이 오직 미국만을 협상 파트너로 보는 이상 우리 정부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지금의 적대적 태도를 바꾸기는 힘들 것이란 의견도 많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현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한 모든 노력은 실패했고 우리가 주도해 북미대화를 이끌고 제재를 해제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며 “국제제재 아래에서 북한에 뭐라도 적극적으로 해야 된다는 주장이 있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핵을 보유한 북한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가 독자지원을 하더라도 국제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할 수밖에 없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결코 북한을 만족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가령 금강산 개별관광을 재개한다고 한들 지금 같은 경제상황과 남북 분위기 속에서 몇 명의 국민들이 갈 것이며 그게 북한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감스럽게도 (김정은에게) 세 차례에 걸친 단독 정상회담을 부여했다”며 “(이를 통해)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얻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 가교 역할을 맡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은 우리 정부의 성과와도 맞닿은 지적이었다.
북한이 관심을 받기 위해 몸부림치는 미국에서도 정파를 막론하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앞다퉈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10월께 기습 도발이 이뤄질 수 있다”며 “북핵 위협이 없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고 정보당국이 위성사진 등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핵분열물질과 미사일 생산 등을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정상 간 톱다운 외교가 실패한 사이 북한은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게 돼 더더욱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Copyright©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영상]님아 그 핸들을 잡지 마오..자율주행차 '플렉스' 후기
- 유이, 꿀벅지에 세미누드까지..철저하게 준비한 역대급 섹시美 대폭발
- [범죄의재구성]신고자에게 "만나보자" 카톡 보낸 119 구급대원
- 김태희 '클라스는 영원하다' 상큼한 화보에 보는 마음까지 시원해지네
- '지옥탕으로 가' 초등 1학년생 상습 격리한 교사에 벌금형
- "300명 사망 얼마 안돼" 계원예대 막말·성희롱 교수 논란
- 조국, 갈색 SUV로 법원 회전문앞 또 가로막아..이유는
- '윤석열 사퇴' 압박 시작? 설훈 "나였으면 벌써 그만둬..조만간 결판 져야"
- "숙제 안한다"며 갈비뼈 부러지도록 의붓아들 폭행한 30대 계부..경찰 수사중
- '하마터면..' 술취해 조계사 대웅전에 불지르던 30대 검거, 벽화 일부 훼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