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대에 빚진 공공지출, '코로나 경제 위기' 부추길 뿐

김태훈 출판전문기자 2020. 6. 2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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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세계 경제 질서, 독일 저명한 경제학자가 진단

코로노믹스

다니엘 슈텔터 지음|도지영 옮김|더숲268쪽|1만5000원

1980년대 이후 세계 경제는 빚내서 돈 버는 구조였다. 지속적인 금리 하락 덕분에 부채는 목돈을 안겨주는 레버리지(지렛대)가 됐다. 풍부한 유동성이 화폐 가치를 떨어뜨림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이 폭등하고 주가도 뛰었다. 그런데 어제의 일이 되어가고 있다. 올 초 세계 경제를 강타한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노믹스라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코로나가 바꿀 세상 풍경을 경제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독일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슈텔터는 향후 10년 동안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질서를 완전히 바꾼다고 단언한다. 잘나가던 경제가 고꾸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지난 40년, 레버리지 효과에 기대어 성장을 도모하던 방식이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이 결합한 일본식 저성장에 이미 자리를 내주던 참이었다.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19는 불안정한 상태로 버티던 세계경제의 가면을 벗겨버렸다. 모두가 집안에 칩거하면서 공급과 수요가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쪼그라드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모든 징후가 한 가지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기업이 빚내서 돈 벌던 호시절은 지나가고 있다. 많은 나라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통화 팽창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저자는 이로 인해 '국가 지배 경제'라는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 전개다. 정부 입김이 커지면서 정치인이 기업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거나, 정부 지원에 기대는 좀비기업이 양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정부의 영향력 아래 놓이면 사업 효율성이 뒷전으로 밀린다. 저자는 그 길로 가선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위기 국면에서 국가의 역할 강화가 불가피하므로 이런 부작용을 경계하면서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미국 뉴욕주의 코로나 봉쇄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지난 4월 22일 뉴욕 주의회 앞에서 ‘실직=궁핍→살해’라 쓰인 피켓을 들고 경제활동 재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책은 여러 해결책을 내놓는다. 먼저, 납세 자료를 근거로 매출 손실을 즉시 현금 보상한다. 과잉 보상을 막기 위해 연말에 매출 실적을 조사해 2019년 수준 매출을 초과 달성한 개인이나 기업은 지원금을 반납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일부 누수가 있겠지만 위기 탈출에 필요한 비용으로 보자고 한다. 저자는 정부가 국민의 주머니에 현금을 찔러주기보다 유효기간이 있는 상품권을 나눠주라고 조언한다. 위기 국면에서 사람들은 현금을 움켜쥐지만, 유효기간이 있는 상품권은 시장에 나와 경기 회복을 돕는다.

초유의 사태에는 초유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발상 전환도 촉구한다. 정부가 중앙은행 돈을 직접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더 이상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둘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 이런 인식 전환 아래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 중앙은행 총재는 통화 팽창을 억제하던 기존 관행을 뒤엎고 유럽 각국 정부에 직접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나섰다. 라가르드 총재가 녹색산업을 지원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도 설명한다. 뉴딜이 미국 경제를 대공황에서 다시 일으킨 것처럼, 수십조 유로 '그린 딜' 산업을 일으켜 코로노믹스 시대 황태자로 키우자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이든 이후든 본질적인 해결책은 경제성장이다. 인구감소에 맞서 경제가 성장하려면 정년을 연장하되 고령자의 생산성 하락에 맞춰 임금을 조정하고, 교육과 혁신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무책임하게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의 각성도 촉구한다. 미래세대에 빚을 져서 공공지출에 쏟아붓는 행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국가를 파멸로 몰아갈 뿐이라고 경고한다.

머리말에 한국을 위한 조언도 덧붙였다. 코로나 사태로 보호주의가 강화되고 경제가 블록화하는 등 반(反)세계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아시아 지역 내 수출을 늘리고 내수를 활성화하라고 권한다. 지금 당장 답이 필요한 여러 질문을 기동성 있게 점검했다. 그의 제안에 찬반이 갈릴 수는 있으나, 혼란스러운 현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준 점은 높이 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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