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은 왜 룸살롱 집합금지명령을 풀어줬을까 [정리뉴스]
[경향신문]

지난 15일 서울시는 이날 오후 6시를 기해 룸살롱 등 일반 유흥시설에 대한 집합금지명령을 해제했습니다. 단, 이태원 클럽과 같은 ‘무도 유흥시설’에 대한 집합금지명령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서울시의 발표가 보도를 통해 전해지자 시민들은 “서울시가 제정신이냐!” “서울시가 유흥업주들의 로비에 넘어간 것 아니냐!”라며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서울시가 그 같은 반응을 모를 리는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선 후보) 지지율 반등 소식이 들리지 않는 박원순 시장의 지지율만 더 떨어트린 것 아니냐는 ‘웃픈’ 소리도 들렸습니다.
당장 경기도와 비교해 봐도 그렇습니다. 경기도는 지난 7일 유흥주점 집합금지명령을 이달 21일까지 2주 추가연장했습니다. 서울시와 비교해봐도 유흥시설 영업을 더 철저히 차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 서울시와 경기도는 한 클러스터(구역)로 보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동일한 정책을 펴도 코로나19가 잡힐까, 말까인데 경기도는 유흥시설 봉쇄를 이어가고, 서울시는 방역준칙 강화 조건부 집합금지명령 해제라니. 시민들이 서울시의 결정을 곱게 볼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이 있습니다. 경기도 내 유흥시설이 이미 조건부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기도는 분명히 유흥업소에 대한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는데, 왜 경기도 내 각 시·군 단위에서는 버젓이 영업을 하는 유흥업소가 있을 수 있을까요. 경기도는 도 차원의 행정명령과는 별개로 각 시·군별로 알아서 영업재개를 판단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의정부시와 안양시, 안산시는 유흥주점과 코인노래연습장 등 다중이용시설들에 대한 집합금지명령을 지난주부터 해제했습니다. 강력한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만약 미이행 시 다시 집합금지명령을 받아들인다는 ‘서약서’를 작성하면 집합금지명령과 별개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그러면 서울시도 강력한 유흥주점 집합금지명령을 이어가며, 25개 자치구가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서약서를 받고 영업재개를 하도록 하면 되지 않았을까요. 굳이 왜 서울시가 나서서 ‘욕받이’를 자처했을까요.
서울시의 한 고위관계자의 말입니다.
“경기도가 서약서를 받고 유흥주점에 대한 영업재개를 허가한 사실을 당연히 우리가 모를 수는 없다. 우리도 자치구별로 판단을 하라고 해도 되는 문제인데, 그게 조금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자치구별로 유흥주점의 규모나 수, 형태가 제각각이고 어떤 자치구는 영업재개 판단에 부담이 덜한 반면, 어떤 자치구는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큰 부담이 되는 곳도 있을 수 있었다. 그럴 바에는 총 책임자인 서울시가 나서서 자치구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소위 ‘카페’ 규모의 작은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생계형 유흥주점’의 경제적 손실도 서울시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회장 김춘길)는 지난 3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3차례 집합금지명령으로 모든 유흥주점 업주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며 “영업을 못하니까 임대료를 못 내 건물주로부터 강제퇴거 요구를 받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고 항의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유흥시설은 사실상 ‘공공의 적’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이 엄혹한 시절에 갈 데가 없어 유흥주점을 가느냐”, “클럽은 웬 말이냐”라는 비판의 목소리는 아마 모든 사람들이 들어봤을 것입니다.
실제 서울시는 3월22일~4월5일까지 유흥주점에 한해 2주간 집합금지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어 강남 룸살롱 종업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유흥시설에 대한 영업중단 권고가 내려진 이후 서울시는 4월8~19일까지 또다시 2차 집합금지명령을 내렸습니다. 이태원 클럽발 집단확진자가 발생하자 서울시는 5월9일부터 무기한 3차 집합금지명령을 내렸습니다. 유흥주점이 코로나19 관련 ‘동네 북’이 된 것도 틀린 말은 아닌 셈입니다.
‘콜센터 집단감염’과 ‘유흥주점 집단감염’, 두 단어에서 체감되는 온도차도 확연히 다릅니다. 시민들은 유흥 목적으로 모였다가 집단감염된 사람과 먹고살기 위해 일하다 집단감염된 사람을 같은 처지에 놓고 판단해줄 마음의 여력도 없습니다.
게다가 이들이 3차례에 걸친 집합금지명령에 따라 입은 영업손실은 보상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으니 업주들은 뿔이 날 수밖에요.
물론 유흥업단체의 항의시위 때문에 서울시가 집합금지명령을 해제한 것은 아닙니다. 그간 코로나19 확진자의 감염 장소 및 경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내린 판단이란 게 서울시의 설명입니다.
무엇보다 룸살롱에서 감염된 확진자는 현재까지 한 명도 없다는 게 주된 이유입니다. 한 아이돌 출신 연예인으로부터 감염돼 2차 집합금지명령의 원인이 됐던 강남 룸살롱 종업원은 업소 내에서 감염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또 당시 해당 업소를 방문한 손님과 직원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습니다. 종업원에게 감염된 사람은 룸메이트 1명이 전부였습니다. 유흥업소 업주들이 “왜 애먼 룸살롱만 잡느냐”고 항의할 근거는 사실 있는 셈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 서울시는 클럽에 대한 집합금지명령은 해제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가 유흥업소에 대한 집합금지명령을 해제한 지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은 지난 15일 밤 서울 역삼동 가라오케에 근무하는 직원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지만 이 직원은 건강식품 판매업체 ‘리치웨이’를 통해 감염된 확진자의 n차 감염자로 분류돼 있습니다. 가라오케발 확진자는 아닙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매년 등락을 반복하며 나타나고 있고, 지난 1월부터 힘들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많은 시민들에게 서울시의 이번 유흥업소 집합금지명령 해제는 충분히 분노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당장 코로나19로 직장을 잃고, 일감이 떨어져 힘들어하는 많은 시민들로서는 손님을 상대로 종업원이 술을 따르고, 유흥을 즐기는 시설을 왜 봐줘야 하느냐는 지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생계형으로 운영하는 작은 유흥업소까지도 무조건 봉쇄하는 것만이 옳은 일일지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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