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세 전범(戰犯)의 마지막 회견.."나는 강제징용 피해자입니다"
[앵커]
일제 강점기, 일본군에 끌려가 '전범'으로 처벌받은 한국인은 148명에 이릅니다.
이들은 한국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로 인정받았지만 일본에선 외면받았죠.
올해 95살의 일본 내 유일한 생존자가 오늘(15일) 도쿄에서 회견을 가졌습니다.
황현택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일제의 포로 감시원으로 강제 징용됐던 이학래 씨.
전쟁이 끝난 뒤 열린 전범 재판에서 사형이 선고됐고, 이후 감형돼 11년 옥살이를 했습니다.
[이학래/95세/일제 포로감시원 : "당시 23명이 사형을 당했고, (나머지도) 작년까지는 있었는데 모두 죽고 저 혼자 남았습니다."]
한국인 B, C급 전범은 148명.
일본은 그러나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들을 외면해 왔습니다.
[이학래/95세/일제 포로감시원 : "같은 B, C급 전범인데도 일본인에게는 보상금과 조의금을 지급했는데 우리 한국인들은 그냥 버렸어요."]
이 씨는 '동진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60년 넘게 명예회복을 위해 싸워왔습니다.
어렵게 내딛는 발걸음.
마지막일지도 모를 회견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친일 부역자'라는 눈총을 받아 오던 한국인 B, C급 전범들은 2006년에야 비로소, 강제징용 피해자로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일본 법원은 이들의 사과와 배상 요구를 기각했고, 대신 이들을 구제할 법률 제정을 권고했지만, 이번엔 국회가 꿈쩍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범'의 멍에를 지고 산 지 65년.
억울한 동료들을 먼저 보낸 이 씨의 마지막 소원은 일본 정부의 진실한 사과입니다.
[이학래/95세/일제 포로감시원 : "죽은 동료를 생각하면 이렇게 살아있는 것 자체가 죄송스럽습니다. 명예를 꼭 회복해 주고 싶습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
황현택 기자 (news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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