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가성비 갑 동남아'는 옛말 "350만원 내야 입국"

정재호 2020. 6. 1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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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 이전까지 최고의 '가성비 높은' 여행지로 각광받던 동남아가 변하고 있다.

자국 내 열악한 의료시설과 국가 재정을 이유로 향후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거액의 보증금이나 보험을 요구하려는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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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3천달러 보증금ㆍ태국 10만달러 보험 있어야 입국 가능

지난달 21일 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은 캄보디아 프놈펜 국립민속박물관의 모습. 프놈펜=EPA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 이전까지 최고의 ‘가성비 높은’ 여행지로 각광받던 동남아가 변하고 있다. 자국 내 열악한 의료시설과 국가 재정을 이유로 향후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거액의 보증금이나 보험을 요구하려는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그 돈으로 제주도 가느니 동남아 가겠다”고 말하던 시절은 이제 추억으로 남을 듯하다.

캄보디아 정부는 최근 자국에 입국하려는 모든 외국인들을 상대로 보증금 3,000달러(약 350만원)를 예치하도록 결정했다고 일간 크메르타임스 등 현지 매체들이 15일 전했다. 입국 이후 진행되는 코로나19 검사 제반 비용을 부담하기엔 국가 재정에 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은 함께 입국한 모두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을 때뿐이다. 다만 이때도 검사시설까지의 이동 및 검사 비용, 숙박비ㆍ식대 등 165달러는 제하게 된다.

만약 함께 입국한 인원 중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3,000달러는 포기해야 한다. 14일 동안의 시설격리 관련 비용이 모두 보증금에서 충당되기 때문이다. 물론 3,000달러를 넘어서는 입원 치료비와 추가 검사비는 별도 지불이다. 캄보디아 현지 여행업체 관계자는 “이 돈을 내고 과연 외국인들이 입국할지 의문”이라며 “동남아 여행의 최대 매력인 가격 경쟁력을 잃느니 차라리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13일 태국의 한 사원 앞을 몇몇 현지인들이 걸어가고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태국은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 상당의 여행보험 가입을 입국의 전제조건으로 내걸 계획이다. 태국 관광청은 “보험을 가진 이들만 입국시켜 추적 시스템을 스마트폰에 설치한 뒤 밀폐된 지역 휴양지로 보내는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태국 정부는 17일 입국 허용국을 ‘트레블 버블’(상호 합의된 입국 자유 국가)에 한정하되 규모도 하루 1,000명으로 제한하는 방안 등을 최종 검토할 예정이다.

의료 시스템과 재정 상태가 열악한 다른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실제로 라오스ㆍ미얀마 등도 최근 보증금 납부나 보험 가입을 자국 관광의 전제조건으로 내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베트남 하노이의 한 관광업체 대표는 “코로나19가 무섭지만 당장 부족한 외화도 채워야 하는 동남아 국가들의 고민이 한동안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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