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조심하세요" 웃어넘겼는데..지갑과 옷 털려

유영규 기자 2020. 6. 1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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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제주 지역 중산간에 있는 한 골프장을 찾았던 A 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도내 골프장업계에 따르면 중산간에 위치한 일부 골프장에서 까마귀들이 카트에 둔 김밥이나 과자는 물론 지갑과 옷, 심지어 휴대전화까지 물고 달아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물 중 영특한 것으로 꼽히는 까마귀는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일명 '카트 털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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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제주 지역 중산간에 있는 한 골프장을 찾았던 A 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라운딩하던 중 까마귀 무리가 카트를 습격해 감쪽같이 현금 30만 원이 들어있던 지갑을 물고 날아간 것입니다.

A 씨는 "까마귀에 물건을 털리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캐디의 당부를 그냥 웃어넘겼는데, 정말 이럴 줄은 몰랐다"며 "쥐도새도 모르게 지갑을 가져간 걸 보니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제주 지역 일부 골프장과 숲길에서 까마귀 무리가 절도 행각을 벌이거나 사람을 공격하면서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도내 골프장업계에 따르면 중산간에 위치한 일부 골프장에서 까마귀들이 카트에 둔 김밥이나 과자는 물론 지갑과 옷, 심지어 휴대전화까지 물고 달아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물 중 영특한 것으로 꼽히는 까마귀는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일명 '카트 털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내 골프장에서 캐디 일을 하는 김 모(26·여) 씨는 "까마귀가 그린(잔디) 주변에 카트를 주차하는 곳을 알고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사람들이 그린에 올라간 사이 카트 털이를 할 만큼 영악하다"며 "까마귀가 물건을 훔쳐가는 경우 골프장 측에서는 어찌할 방도가 없어, 라운딩 전 까마귀로 인한 분실물 발생 가능성을 골퍼에게 충분히 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이 같은 상황은 중산간 숲길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제주시 조천읍 사려니숲길을 방문한 B 씨는 제주도청 홈페이지를 통해 "숲길을 걷는 도중 까마귀가 갑작스럽게 아내의 머리를 치고 달아나는 바람에 아내가 머리를 다쳤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실제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에 따르면 2∼3년 전부터 사려니숲길 탐방로 입구 인근에 까마귀 무리가 반복적으로 날아와 탐방객의 머리나 어깨를 날개 또는 부리로 치거나 탐방객 가방을 열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놀란 탐방객이 넘어지는 사고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사려니숲 관계자나 탐방객이 막대기 등으로 까마귀를 쫓으면 잠시 도망치는 척하다 금세 다시 날아와 또 한 번 머리를 치고 가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제주시는 지난 5일부터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에 의뢰해 사려니숲길 내 까마귀 포획에 나섰습니다.

까마귀는 유해동물로 지정돼 있어 허가를 받을 시 포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려니숲길에서 탐방객을 공격하는 까마귀 무리를 포획하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들을 잡으러 온 것을 아는지 까마귀가 갑자기 사람들에게 가까이 접근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창완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장은 "까마귀들이 이 같은 행태를 보이는 데에는 사람이 가방에서 먹을거리를 꺼내 던져주거나 하는 일을 수년간 겪으며 생긴 경험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며 "까마귀들이 워낙 눈치가 빠르고 영리해 포획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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