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후 증시 활기.. 이참에 폐지하면 안되나

이준우 기자 2020. 6. 11.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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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단행 '6개월 금지' 긍정 평가, 공매도 비중 높던 종목들 날개

금융 당국이 공매도(空賣渡)를 6개월간 금지한 뒤 석 달가량 흘렀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사서 되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금융 당국은 코로나 사태 이후 주가가 급락하자 지난 3월 16일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관투자자들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공매도를 허용했다. 금융투자업계는 공매도 금지 조치가 국내 증시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석 달 앞으로 다가온 공매도 금지 조치 해제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공매도 금지, 증시 회복에 긍정 효과

국내 증시가 코로나 사태 이후 빠르게 회복한 데에는 공매도 금지 조치가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많다. 하락장에서 과도한 매도를 부추겨 주가 하락을 부채질하는 공매도를 금지해 개인 투자자들이 '동학개미운동'에 참전할 수 있는 심리적 지지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경기 하락에 대한 우려에도 국내 주식을 저가에 쓸어담았다. 공매도 조치가 실시된 이후 지난 9일까지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14조 2800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14조6800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 지수는 10일 기준 연저점(3월 19일 1457.64) 대비 50.6% 상승했다. 코스닥 지수도 저점 대비 77.1% 상승해 주요국 주가지수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실제로 공매도 비율이 높았던 종목들은 금지 기간 공매도 잔고(주식을 빌려 판 후 아직 갚지 않은 수량)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고, 주가도 크게 뛰었다. 코스피 시장의 대표적 공매도 과열 종목이었던 셀트리온은 금지 기간 중 공매도 잔고 비율(총 상장 주식 수 대비 공매도 잔고 주식 수 비율)이 9.35%에서 6.65%로 2.7%포인트 줄어들었고, 주가는 50% 이상 뛰었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없었다면 코스피 지수는 현재 2000선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과거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됐던 2008년 금융 위기,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례를 분석해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로 인해 코스피 주가는 9%가량 상승효과를 봤다"는 보고서를 8일 내놨다.

◇공매도 금지 해제 놓고 의견 분분

일부에선 공매도를 영구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풀리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세력이 다시 등장해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주가 상승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사실상 외국인, 기관투자자만 접근할 수 있는 공매도 때문에 개미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실제 지난해 공매도 투자자별 비율을 살펴보면 외국인이 전체의 59.09%, 기관이 40.07%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개인 투자자 비율은 0.83%에 불과하다. 공매도에 익숙한 개인 투자자가 극히 제한적일뿐더러 주식을 빌리는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반면 공매도 절차가 간편한 일본은 공매도 투자자 중 개인 비율이 약 18%에 달한다.

하지만 공매도 금지가 연장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한국은 이미 공매도 관련 규제가 다른 선진국보다 강한 데다, 공매도가 증시 거래량을 늘리고 고평가된 종목의 거품을 빼 다른 종목으로 투자금이 흘러가도록 하는 순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을 때는 공매도 금지 같은 방파제를 쌓을 수 있겠으나, 안정 국면에 접어든 이후에는 평소대로 돌아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공매도를 금지했던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최근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일부 대형 종목에 한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홍콩은 시가총액이 30억홍콩달러(약 4600억원) 이상인 종목에 한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한다. 공매도로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높은 중소형 기업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는 코스피 대형 종목에 한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하고, 코스피 나머지 종목과 코스닥 종목으로 점차 공매도 가능 범위를 확장하는 게 최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매도(空賣渡)

어떤 기업의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가 증권사 등에서 해당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들여 주식을 갚는 식으로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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