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자사고 이어 국제중도 폐지.."입시 위주 교육기관 변질"

유영규 기자 2020. 6. 1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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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오늘(10일) 대원·영훈국제중의 특성화중학교 지정 취소 절차에 돌입한 것은 교육 당국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폐지하기로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글로벌 인재 양성 등의 건학이념을 위해 설립됐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기관으로 변질해 사교육을 부추기고 학교 서열화를 조장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국제중은 교육 당국이 지정한 특성화중학교입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교육감이 5년마다 학교 운영 성과 등을 평가해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교육부 장관 동의를 받아 특성화중학교 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제중은 원래 오랜 외국 생활을 끝내고 귀국한 학생들이 국내 학교에 적응하기 쉽도록 교육하고, 조기 유학 수요를 흡수할 목적으로 설립됐습니다.

서울에서는 대원중과 영훈중이 2009년 일반중에서 국제중으로 전환됐습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2017년 내놓은 자료를 보면 국제중의 해외 출신 학생 비율은 1.4%였습니다.

2013년 6월 터진 입시비리를 계기로 서울시교육청은 2014학년도 입학전형에서 국제중의 서류전형 서술영역 평가 일부를 폐지했고, 2015학년도부터는 전원 추첨으로 선발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중이 비싼 학비를 받는 데다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은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영훈국제중과 대원국제중의 학생 1인당 학비는 약 1천만 원 이상이라서 '귀족 학교'라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의무교육 과정인 중학교에 보내는 데 대학등록금과 맞먹는 학비가 들기 때문에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이 언제나 따라붙습니다.

강연흥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해외 학생과 교류하는 등 학생들이 글로벌 환경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교육을 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밤 9시까지 영어 몰입교육을 하고 해외에서 골프체험을 하도록 하는 등 교육목표 달성이 아주 취약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서울지역 국제중은 10여 년 간 설립 목적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을 남긴 채 결국 일반중 전환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특히 교육부가 2025년부터 외고·자사고를 폐지해 일반고로 만들기로 하고 관련법 시행령을 개정한 상황에서 서울 지역 국제중은 교육청이 빼든 칼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외고·자사고는 폐지된 상황에서 국제중이 남아있을 경우 의무교육 단계에서 여전히 사교육 조장과 교육 불평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조 교육감은 "이번 국제중 운영성과 평가는 일각의 우려처럼 국제중 폐지 정책의 일환이 아니다"라며 "지난 5년간의 운영성과에 대하여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지역 2개 국제중이 사실상 폐지 절차를 밟는 가운데 다른 국제중 재지정평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전국에는 모두 5개 국제중학교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2018년 문을 연 경남의 선인국제중을 제외하고 경기도의 청심국제중과 부산의 부산국제중도 올해 재지정평가를 받습니다.

다만, 부산국제중의 경우 다른 4곳과 달리 국가가 지정한 공립 중학교여서 감사 결과에 따른 감점 등 일부 평가항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가 다소 수월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강 국장은 "경기와 부산은 이미 평가를 완료했고, 발표를 앞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울시교육청의 결정이) 별도의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학원가에서는 국제중의 일반중 전환으로 강남 등 소위 '명문 학군'에 있는 유명 중학교의 인기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국제중에 진학하고자 했던 학생들이 명문 학군 소재 일반중으로 방향을 돌릴 것"이라면서 "특히 자유학기제 시행 등으로 학력 저하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지면서 명문 중학교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대원·영훈국제중은 추첨 선발임에도 경쟁률이 10대 1에서 20대 1에 달할 정도로 높다"면서 "이들 학생의 부모들이 대부분 오피니언 리더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일반 명문중학교의 출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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