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라진 시간' 빙의되는 배우의 삶, 지독한 질문

전형화 기자 2020. 6. 1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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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전형화 기자]
[리뷰] '사라진 시간' 빙의되는 배우의 삶, 지독한 질문

하루아침에 모든 게 사라졌다. 사랑하는 가족도, 일도, 나 자신도. 내가 알고 있던 나는, 더이상 내가 아니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관객이 궁금한 건 이 질문과 답이겠지만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정진영은, 이 질문이 아닌 과연 내가 없어지면이란 질문을 던진다. 답은 관객에게 맡긴다.

한적한 시골 마을. 초등학교 선생님 부부가 살던 집에서 불이 났다. 선생님 부부는 그 불로 세상을 떠났다. 화재 사건을 조사하던 형사 형구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낀다. 선생님 집 다락방이 쇠창살로 막혀 있었던 것. 형구는 마을 사람들이 이 화재사건에 대해 숨기고 있는 게 있다는 걸 눈치챈다.

그렇게 수사하던 중, 마을 사람들이 건넨 술을 잔뜩 마시고 잠에서 깬 형구는 모든 게 바뀐 걸 알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15년 동안 사용했던 전화번호는 없는 번호라고 나온다. 살던 집에는 남이 살고 있다. 아내와 두 아이도 사라졌다. 아니 형구라는 사람 자체가 사라졌다.

이 모든 게 꿈이라고 믿는 형구는 다시 술을 잔뜩 마신다. 술에서 깨면 꿈에서도 깰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아침이 와도 꿈은 깨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자기가 꿈을 꾸고 있는지, 이 삶이 꿈인지, 진짜 자기는 누구인지, 지독한 숙취에 시달린다.

'사라진 시간'은 배우 정진영이 오래 품었던 꿈을 실현한 작품이다. 영화감독으로 세상에 선보인 첫 작품이다. 그는 '사라진 시간'을 지독한 질문으로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가 누구인지, 다른 삶을 사는 나는 누구인지, 내가 사는 삶은 진짜 내 삶인지를 묻고 싶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삶을 늘 살아온 배우 정진영의 질문일 듯싶기도 하다.

'사라진 시간'에는 밤이면 다른 사람이 되는 사람이 등장한다. 다른 사람의 영혼이 들어와 사는 사람. 때로는 죽은 남편의 엄마가, 때로는 코미디의 제왕 이주일이, 때로는 프로레슬러 역도산이 되는 사람. 그런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 어쩌면 정진영은 배우로서 자신의 삶을 투영했을지 모른다. 다른 사람으로 빙의돼 밥벌이를 하는 삶. 나와 내 안으로 들어온 누군가가 혼합된 삶.

감독 정진영은, 그런 삶을 '사라진 시간'에서 다른 사람에게 살아보게 만든다. 그 엄청난 혼돈을 지독하게 느껴보게 만든다. 관객이 그 혼돈에 이입하도록 만든다.

이 지독한 은유를, 정진영 감독은 정공법으로 다뤘다. 그렇기에 '사라진 시간'은 불친절하다. 영화의 30분은, 선생님 부부의 삶을 그린다. 그 뒤 형사가 등장한다. 20분이 지나고 형사의 삶이 바뀐다. 나머지 40분 동안 답을 찾아가려는 형사의 혼돈을 담았다.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저 "그런 삶, 저 알아요. 힘들죠"라는 말을 던질 뿐이다.

'사라진 시간'은 스릴러가 아니다. 스릴러의 외피를 두른 듯하지만, 철저히 내면의 이야기다. 정공법이다. 관객에게 서스펜스를 주려 했다면, 편집을 보다 극적으로 했을 터. 플래시백과 교차 편집을 적극 사용했을 터. 하지만 정진영 감독은 그저 이야기 순서대로 배열했다. 서스펜스보다 질문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

그리하여 '사라진 시간'은 덜 상업적이다. 그리하여 '사라진 시간'은 더 질문의 본연에 충실했다.

형구를 맡은 조진웅은,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조진웅처럼 연기했다. 익숙한 배우로서의 조진웅. 그래서 적합했던 것 같다. '사라진 시간'에는 조진웅처럼 연기 잘하는 배우들과 학예회처럼 연기하는 배우들이 같이 등장한다. 괴리가 크다. 이마저도 매체와 삶의 괴리를 그리기 위해서였다면, 신묘한 연출력일 터. 열연과 어색, 그 경계에 실소가 나오기도 한다.

'사라진 시간'의 원래 제목은 '클로스 투 유'였다. 카펜터스의 대표곡이자 "당신에게 가까이"란 뜻이다. '사라진 시간'보다 이 영화에 더 어울렸을 것 같다.

6월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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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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