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별 신입사원 웰컴키트는?..디테일 속 숨은 기업 철학
[스페셜 리포트Ⅰ]
-10개 기업 ‘웰컴 키트’ 분석…비슷비슷해 보여도 디테일 속 숨어 있는 기업 철학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기업에서 신규 입사자들에게 주는 선물인 ‘웰컴 키트’에는 환영 인사와 함께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기업 문화를 넘어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철학까지 엿볼 수 있다.
신규 입사자가 회사에서 받는 첫 선물인 만큼 기업들은 굿즈에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비전을 담기 위해 공을 들인다. 엔씨소프트·카카오뱅크·비바리퍼블리카·와디즈·우아한형제들·카카오페이·대홍기획·네이버·넥슨·스타벅스코리아 등 10개 기업이 새로 온 직원에게 지급하는 웰컴 키트에 담긴 의미와 특징을 살펴봤다.
◆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의 ‘웰컴 레터’, 무한한 가능성 응원
① CEO 메시지와 사원증
② 마우스패드
③ USB 선 정리 클립
④ 그립 톡
⑤ 명함
⑥ 랜야드
⑦ 노트와 펜
엔씨소프트는 신입 사원의 입사를 환영하는 동시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김택진 대표의 메시지와 사원증이 담긴 웰컴 키트를 준다. 웰컴 키트는 새로운 도전 앞에 선 입사자에게 건네는 엔씨소프트의 환영 인사이자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전달하는 온보딩(안착)의 첫 단추다. 패키지 상단에는 ‘미래를 보는 창(Window to the Future)’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이 새겨 있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엔씨소프트의 의지를 나타내는 동시에 직원 모두가 함께 ‘엔씨소프트를 통해 미래로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웰컴 키트는 첫 출근 때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는 의미를 넘어 입사자가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 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 마우스 패드에는 ‘창의성은 여기서 시작(Creativity begins here)’, 사원증이 담길 랜야드에는 ‘당신의 가능성을 보여달라(Show your potential)’, 노트와 펜에는 ‘열정을 채워라(Fill the passion)’가 프린팅돼 있다. 기초 업무 세팅 방법과 사옥의 위치 안내 등 가이드 역할을 하는 ‘NC 생활 안내서’도 포함돼 있다.
◆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도 영어 이름으로…카카오뱅크 핵심 가치 공유
① 가죽 노트 케이스
② 노트 2종
③ 펜
④ 파우치
-배지와 스티커
-후드 집업
카카오뱅크는 실용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웰컴 키트는 실용적이고 심플하게 구성됐지만 ‘같지만 다른 은행’이라는 모토를 가진 카카오뱅크의 기업 문화와 닮았다. 가죽 노트 케이스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닳아갈수록 더 멋스러운 가죽처럼 신규 입사자들이 카카오뱅크에서 오랜 시간 함께하며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선물이다. 다른 회사를 경험해 본 경력직 입사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온보딩 프로그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웰컴 세션을 통해 신규 입사자들은 ‘수평·공유·존중·혁신’이라는 카카오뱅크 기업 문화의 핵심 가치를 배운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기존 금융권과 차별화된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어 모든 사람을 직급 없이 평등하게 부른다. 윤호영 대표도 사내에선 영어 이름인 ‘다니엘’로 불린다. 신규 입사자들은 온보딩 프로그램을 통해 자유롭게 토의하면서 영어 이름을 부르는 어색함을 줄일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온보딩 프로그램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마친 후 참가자들의 의견을 모아 프로세스를 계속 검사하고 개선하고 있다.
◆ 와디즈
-일상에 녹아드는 브랜드 키트 지향
① 책꽂이 박스
② 에코백
③ 와디즈 스티커 6종
④ 노트와 펜
⑤ 텀블러
⑥ 와디즈 브랜드 티셔츠, 후드 집업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운영하는 와디즈는 신규 입사자를 위한 다양한 굿즈를 책꽂이 박스에 담아 선물한다. 에코백·티셔츠·텀블러 등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품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웰컴 키트는 와디즈의 핵심 가치를 자연스럽게 내재화하고 회사에 대한 소속감, 업무에 대한 애정과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와디즈가 신규 입사자에게 건네는 선물이다. 사내에서는 이 선물을 ‘브랜드 굿즈’라고 부른다. 굿즈가 담긴 박스의 내용물을 꺼내면 2개의 책꽂이로 변신한다. 재활용 쓰레기를 줄이고 책상 정리를 하기에도 좋다. 외부 미팅과 출장이 잦은 직원들이 각종 자료와 노트북을 넣어 다닐 수 있도록 에코백도 준다. 굿즈에는 와디즈 직원을 캐릭터화한 ‘진국이’가 그려져 있다. 티셔츠에는 와디즈 로고 안에서 서핑보드를 타는 진국이 그림이 있는데 와디즈의 지향점이자 5가지 원칙 중 하나인 ‘우리는 급변의 물살을 즐기며 앞서 나간다’는 의미가 담겼다.
◆ 비바리퍼블리카
-‘토스팀’ 직원들이 엄선한 실용성 100% 아이템
① 후드 집업, 반소매 티셔츠
② 슬리퍼
③ 텀블러
④ 노트와 펜
⑤ 메이트(동료)의 환영 편지
-스티커
토스(Toss)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동료와 함께 열정적으로 일하는 ‘원팀’ 문화가 특징이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토스팀’으로 불린다. 입사 첫날 제공되는 웰컴 키트에서도 토스팀의 핵심 가치를 엿볼 수 있다. 금융 혁신의 총아로 부상한 토스팀의 핵심 가치와 연관된 다양한 문구를 활용한 디자인으로 신규 입사자의 소속감을 고취한다. 실제 토스팀의 니즈가 100% 반영된 실용적인 물품으로 구성돼 있다. 회사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고객 중심적 사고’에 입각해 토스팀 전체를 대상으로 입사 초기에 꼭 필요한 물품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토스팀의 제품 개발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기업 문화와 관련한 서적도 함께 선물해준다. ‘메이트’로 불리는 동료 팀원은 신규 입사자의 빠른 적응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신규 입사자의 출근 1주일 전에 환영 의미가 담긴 꽃과 이승건 대표의 편지를 함께 담은 선물 박스를 보내준다.
◆ 우아한형제들
-‘재기 발랄’ 배민 브랜드 아이덴티티 가득 담아
① ‘뭘 이런 걸 다 드립니다’ 세트(때수건 ‘다 때가 있다’, USB 메모리 ‘이런 십육기가’, 연필 ‘흑심 있어요’, 볼펜 세트 ‘어머, 펜이에요’ 등 16종)
-배민의생활(신규 입사 안내 책자)
-입사 1주 차 : 배민 후드 티셔츠
-입사 2주 차 : 웰컴 쿠폰
-입사 3주 차 : 축하 케이크
배달 애플리케이션·푸드테크 기업인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 브랜드 제품 온라인몰인 ‘배민문방구’에서 제작한 다양한 굿즈를 웰컴 키트에 담았다. 웰컴 키트는 신규 입사자가 브랜드를 처음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는 제품으로 구성했다. ‘뭘 이런 걸 다 드립니다’ 세트는 펜부터 때수건까지 유쾌하고 발랄한 문구가 적힌 굿즈로 구성돼 있어 신규 입사자가 회사 이야기를 전달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신규 입사자를 위한 책자인 ‘배민의생활’에는 업무 환경을 세팅하는 정보뿐만 아니라 우아한형제들에서만 사용하는 용어, 깨알 같은 사무실 정보가 담겨 있다. 우아한형제들에서는 신규 입사자를 맞이하는 과정 전체가 ‘웰컴 키트’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신규 입사자가 회사 브랜드를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 입사 첫날 행복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웰컴 키트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입사자를 맞이하는 하루를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데 노력한다.
◆ 카카오페이
-‘새로운 금융’ 추구하는 기업 철학, 디자인으로 형상화
① 주요 국가 화폐를 모티브로 한 노트
② 펜과 스티커
③ 머그잔
④ 칫솔
⑤ 파우치
⑥ 정리 키트
카카오페이의 웰컴 키트는 새로운 금융에 대한 기업 철학과 문화를 디자인으로 형성화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특히 주요 국가의 화폐를 모티브로 한 그래픽 디자인을 통해 현금 없는 사회를 주도하며 새로운 금융 문화를 만들어 가는 카카오페이의 비전을 표현했다. 이 그래픽이 적용된 노트 표지는 지폐와 유사한 재질로 제작됐다. 패키지 박스와 구성품을 통해 새로운 발상과 시도를 통해 금융 패러다임을 변화시킨다는 철학도 메시지로 표현했다. 박스를 열면 나타나는 ‘새로운 것을 상상하자(Think, new)’라는 문구와 박스 바닥의 ‘오래된 것을 보낸다(Bye, old)’라는 문구를 통해 금융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킨다는 비전을 전달한다. “마음 놓고 금융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 보자”는 류영재 대표의 메시지도 적혀 있다. 카카오페이는 웰컴 키트로 ‘2019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와 ‘iF 디자인 어워드’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수상했다.
◆ 대홍기획
-광고인 필수품, 다이어리를 친환경 소재로
롯데그룹의 광고 회사인 대홍기획은 웰컴 키트에 친환경 요소를 적용했다. 신입 사원에게 지급하는 플래너 에코 패키지는 자원 낭비를 막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친환경 소재 포장재와 구성품으로 제작됐다. 재생지를 사용한 봉투를 열면 리사이클 가죽을 활용한 다이어리와 수첩·캘린더가 들어 있다. 아이디어 회의와 메모를 많이 하는 광고 회사 특성에 맞춰 다이어리 속 노트만 교체해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함께 제공하는 붉은색 박스에는 입사를 축하하는 메시지 카드와 자주 사용하는 사무 용품을 담았다.
◆ 네이버
-‘한국의 구글’, 업계 최초 웰컴 키트 도입
네이버는 2011년부터 신입 사원을 위한 웰컴 키트를 기획해 제공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웰컴 키트를 지급하기 시작한 기업으로 알려졌다. 웰컴 키트는 입사 시기에 따라 구성이 다르고 계속 변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회사의 첫인상인 웰컴 키트에 새로운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과 회사의 철학을 알 수 있는 굿즈를 담았다. 네이버의 일하는 문화와 철학을 담은 키카드, 업무 노트 세트를 비롯해 네이버의 인공지능(AI) 플랫폼 ‘클로바(Clova)’가 탑재된 스마트 스피커 등을 웰컴 키트로 지급하고 있다.
◆ 넥슨
-신입 사원 선물에 환경 보호 메시지 담아
넥슨은 환경 보호 실천과 신규 입사자의 환경 보호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친환경 물품으로 ‘에코 웰컴 키트’를 만들었다. 일회용품인 플라스틱 컵과 빨대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기 위해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텀블러와 영구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스틸 빨대(청소 키트 포함), 양치할 때 물을 절약할 수 있는 머그컵 등이 담겨 있다. 일반 플라스틱 칫솔보다 분해가 빠른 대나무 칫솔도 포함했다. 넥슨은 2018년부터 ‘일회용품 제로(ZERO) 캠페인’을 진행하며 사내에서도 개인컵·친환경 소재 제품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 스타벅스코리아
-바리스타부터 점장까지…승격 때마다 선물 업그레이드
스타벅스코리아는 2017년부터 파트너(바리스타) 웰컴 키트와 슈퍼바이저·부점장·점장 승격 키트까지 총 4종류의 웰컴 키트를 단계별로 지급한다. 바리스타가 되면 파우치와 입사 축하 카드를 준다. 식품을 제조하는 매장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파우치에 개인 소지품을 담아 관리하라는 의미다. 슈퍼바이저로 승격하면 에코백·가죽 키링·승격 축하 카드를 준다. 파트너 출근 시 드레스코드인 로고 티셔츠를 담을 수 있는 에코백과 시간대 관리자의 책임감을 고취하기 위해 매장의 열쇠를 상징하는 키링을 선물하는 식이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0호(2020.06.06 ~ 2020.06.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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