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로 맞고, 쇠사슬에 묶였다"..도움 손길에 마음 연 아이
<앵커>
학대를 견디다 못해 도망 나온 아이를 처음 도와준 것은 또래의 아이를 가진 다른 엄마였습니다.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온 이 여성에게 아이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정반석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5시쯤 경남 창녕군 빌라 앞.
아버지를 만나러 차를 몰고 가던 송 모 씨의 시야에 맨발로 걷던 여자아이가 들어왔습니다.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피해 아동 구조자 : (아이가)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 괜찮아요, 했거든요. 근데 신발 왜 안 신었니, 하니까 그때 대답을 자연스럽게 못 하는 거죠.]
차에 내려 살핀 아이는 온몸이 상처와 멍투성이였습니다.
또래의 자녀를 가진 엄마로서 그냥 보낼 수 없었습니다.
아이를 차에 태워 근처 편의점에 데려가 가장 먼저 도시락과 과자를 사서 먹였습니다.
[피해 아동 구조자 : 하루에 한 끼 겨우 먹고, 애도 진짜 말랐어요. '밥이 너무 먹고 싶어요', 그랬거든요.]
그리고 소독약 등을 구입해 상처 부위를 치료해주자 아이는 마음을 열고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파이프로 맞고 쇠사슬에 묶이는 등 고문 수준의 학대를 당했다는 것입니다.
[피해 아동 구조자 : 욕조에 물을 받아서 머리를 담가서 숨쉬기 힘들어서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도….]
송 씨가 들은 아이 손가락의 데인 상처는 의붓아버지 주장과는 달랐습니다.
[피해 아동 구조자 : 아버지가 왜 지졌어, 제가 물어봤거든요. 가족이 될 기회를 주겠다, 그래서 지문을 없애라는… 말이 되나요?]
송 씨는 아이를 경찰서로 데려가 조사가 끝날 때까지 아이 곁을 지켰습니다.
[피해 아동 구조자 : 한 번 심하게 맞은 게 아니라 꾸준히 지속적으로 심하게 맞은 상처. 옷 위로 곪은 그런 자국들이 올라와 있고. 팔이 단단했어요. 심하게 맞으면 이렇게 단단하게 붓는대요.]
그냥 지나쳤다면 아직도 학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아이를 생각하면 그저 어른이라는 것이 미안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피해 아동 구조자 : 어른으로서 미안하다고 했어요. 아무리 부모지만 아이가 잘못했다고 그러는 건 아니죠. 아무리 그래도. 어떠한 상황이라도.]
정반석 기자jb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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